생일 케이크 촛불이 건네는 ‘해’맑은 축하

남호철 2023. 12. 1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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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다시 태어나게하는 생일도
떠오르는 아침 해가 전남 완도군 생일도 서성항 선착장 바로 옆에 조성된 생일 케이크 초를 밝히고 있다. 완도 특산물인 전복 등 각종 해산물과 과일로 장식한 높이 5.8m, 폭 2.7m, 3단 원형의 케이크는 인증샷 명소다.


누구의 생일도 특별하다. 그가 세상에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오는 25일은 성탄절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매일 매일이 생일인 힐링 여행지가 있다. 생일날 이곳을 찾으면 1년 내내 촛불 켠 생일케이크 앞에서 축하받고 특별한 추억도 담아갈 수 있다.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품은 전남 완도군에 속한 생일도(生日島)이다.

생일도는 처음 산일도(山日島), 산이도(山伊島)라 불리다가 ‘주민들의 본성이 착하고 어질어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고 해서 날생(生)자와 날일(日)자를 붙이게 됐다고 한다. 예로부터 험한 바다에서 조난사고가 잦고 해적들 횡포가 심해 ‘이름을 새로 짓고 새로 태어나라’는 뜻에서 생일도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백운산 정상석.


생일도는 바다와 숲,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섬이다. 해안을 따라 도로를 달리거나 ‘생일섬길’을 걸으며 바다를 즐기고, 구실잣밤나무 등 숲속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백운산(483m)에 올라 주변 다도해에 보석처럼 박힌 섬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반해 구름도 머문다는 백운산, 금빛 모래사장과 동백숲이 아름다운 금곡해수욕장, 파도가 해변 돌을 어루만지며 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용출 갯돌해안, 구실잣밤나무 군락지, 탐방로 등 장소마다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백운산 중턱에서 본 이른 아침 용출항.


완도군 약산면(약산도) 당목항에서 배를 타고 섬들과 바다 위에 펼쳐진 양식장들 사이를 지나 생일도 서성항에 도착하면 커다란 생일케이크 조형물이 반긴다. 선착장 대합실 지붕에 얹혀 있던 낡은 생일케이크를 철거하는 대신 주차장 한쪽에 희고 커다란 새 케이크가 세워졌다. 완도 특산물인 전복 등 각종 해산물과 과일로 장식한 케이크에 대형 초가 꽂혀 있다. 높이 5.8m, 폭 2.7m의 3단 원형이며 국내에서 가장 큰 생일케이크 포토존이다.

대합실 옆으로 설치된 나무계단을 오르면 크고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소나무의 이름은 ‘생일송(生日松)’. 전국 공모를 통해 얻은 귀한 이름이다. 200년 수령의 보호수는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하는 듯한 자태로 탐방객들의 사진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서성항에서 섬의 동쪽으로 향하면 9만여㎡에 달하는 구실잣밤나무 군락지가 맞이한다. 나무 아래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녹색 기운이 온몸에 흡수되는 기분이 든다. ‘멍때리기 좋은 곳’이라는 푯말과 함께 벤치가 놓여 있어 쉬어가기 좋다.

용출마을 갯돌밭.


다음은 용출리다. 마을 앞 해변에는 파도에 닳아 반질반질한 몽돌이 깔린 용출 갯돌밭이 자리한다. ‘차르륵 차르륵’하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뇌를 쉬어가는 ‘멍때리기 좋은 곳’이다. 바로 앞에 떠 있는 섬이 용이 승천했다는 도용량도다. 해발 80m의 섬 정상에서 아래로 굴이 뚫려 바다 동굴과 이어졌다고 한다.

금머리 갯길의 돌로 쌓은 케이크.


생일섬길의 하이라이트는 ‘남도 명품길’ 2구간에 해당하는 ‘금머리갯길’이다. 용출봉 동쪽 찻길이 없는 해안절벽을 따라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금곡리까지 3.52㎞를 이어준다. 편도 1시간가량 소요된다. 길 중간 ‘너덜겅’에는 돌로 쌓은 다양한 형태의 케이크 30여 개가 재미를 더해준다. 너덜겅은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의 순우리말이다. 중세의 성벽 길을 연상시키는 이곳도 쪽빛 바다를 보며 ‘멍때리기 좋은 곳’이다. 그 길의 막바지에도 너덜겅이 자리한다. ‘하늘나라에 궁궐을 짓기 위해 가져가던 큰 바위가 땅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노을공원에서 보는 황홀한 석양.


이어 쪽빛바다를 둥글게 품은 금곡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폭 100m, 길이 1.2㎞로 완만하게 만입돼 아늑하고 깨끗한 해변이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오랜 시간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쌓인 것으로 입자가 다소 굵은 대신 바람에 쉽게 날리지 않으며 몸에 묻어도 털어 내기가 쉽다. 해수욕장에서 더 가면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는 노을공원이 나온다. 해 질 무렵 금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황홀하다.

생일도 최고봉인 백운산은 중턱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임도길을 따라 편안하게 걷다가 막바지에 산 정상으로 치고 오르는 마지막 30분 정도만 수고를 하면 섬 산이 펼쳐놓는 신세계가 보상해 준다.

여행메모
약산 당목항에서 철부선 타고 20여 분
리조트·게스트하우스… 숙박시설 넉넉

생일도는 육지와 가깝기에 찾아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완도군 약산면 당목항에서 배를 탄다. 강진 마량을 거쳐 연륙교를 건너 완도 고금도를 지나 약산도로 진입해 선착장에 닿는다. 당목항에는 생일도 외에 금일도 배편도 있으므로 확인하고 타야 한다.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

철부선이 당목(약산도)~서성(생일도) 구간을 하루 7회 운항하며 20여 분 소요된다. 한 번에 소형차량 22대, 승객 180명을 태울 수 있다. 편도 승객은 3800원, 차량은 1만4300원이다. 주민등록상 생일인 날은 뱃삯만 무료다.

서성항에 하나로마트와 편의점이 있지만 섬 내에 주유소는 없다. 서성항과 금곡리, 용출리 등에 리조트·펜션·게스트하우스·민박 등 숙박시설이 넉넉하다. 특산물로는 전복이 유명하다.

백운산 정상은 임도를 따라 일출공원까지 차로 접근한 뒤 오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20~30분 걸린다. 오르막이 이어져 다소 힘들 수도 있다. 좀 더 완만한 길은 학서암 뒤쪽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1㎞ 남짓에 30분 정도 소요된다.

생일도(완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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