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뮤' 한계를 넘나들다…'다문화 교육 길잡이' 우뚝
"학교·나이·다문화 극복한 우리는 한 팀!"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초등학생들이 꼬막손을 움직여 수어로 몸짓과 눈빛을 주고받는다. 보컬 밴드와 어우러진 고운 목소리가 울려 퍼져 나온다.
한겨울이지만 가을 날씨처럼 포근한 주말인 지난 9일, 전남 영광군 군남중 다문화교육센터 안에는 이 지역 청소년들이 어우러져 뮤지컬 연습이 한창이다.
전남 동부권 지역 마지막 순회공연을 앞둔 이 지역 다문화학생뮤지컬동아리 '락뮤'의 리허설이다. 연습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후끈한 열기로 그득하다.
게다가 올해 두 차례 정기 공연을 마친 터라 작품 요소인 플롯(구성)을 자연스레 소화해내는 모습은 우리는 하나라는 바탕으로 '어울림의 본디'를 보여준다.
'락(樂)뮤'는 천년의 빛 영광의 자랑으로 전남도교육청·영광군청 후원, 영광교육지원청 주관으로 2015년 2학기에 창단, 올해로 9년째 동아리 활동 중인 활기찬 다문화 학생뮤지컬 동아리다.
동아리 역사는 그리 길진 않다. 하지만 꾸준한 열정과 노력으로 2015~2023년 2학기까지 동아리는 정기 공연 외 지역행사 초청공연과 폭넓은 문화교류 활동을 이어왔다. 전남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학생뮤지컬 동아리로 인정받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영광다문화학생뮤지컬 '락뮤'는 영광 관내 초, 중, 고 30여 명으로 짜인 동아리다.
처음에는 이런 형태의 동아리가 없었던 만큼 학생들은 서로 어색하고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9년째 한 팀으로 연습하고 활동하면서 아이들 누구든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구성원 서로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다문화'라는 말은 어색하다. '락뮤'에서는 모두 그냥 친구였고, 언니, 오빠, 동생으로 함께한다.
현재 '락뮤'는 40%인 12명의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다문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조화를 바라보는 선생님과 관계자들에게는 꽤 중요한 사항으로 따랐다.
외려 이 교육사업은 처음부터 이제까지 아이들의 친밀도는 두터워져만 간다. 혹시나 한 우려는 지나친 염려였다.
이렇듯 다문화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의 조화, 더구나 초, 중, 고생이 한 팀에서 행복하게 활동하는 동아리로 우뚝 섰다. 성공적인 동아리 활동은 전남도를 넘어 전국에 내보일 영광 지역의 자랑거리다.
학생뮤지컬동아리 '락뮤'! 다문화 교육 '한계를 넘나든다'
다문화학생뮤지컬동아리 락뮤는 다른 팀들이 갖지 않는 특별한 준비로 운영한다. '모든 활동은 라이브로!' 락뮤의 뮤지컬은 연기, 노래, 연주까지 학생들이 직접 참여, 뮤지컬을 완성해 간다.
전국 어떤 학생 중심 동아리에서도 이뤄지지 못한 라이브 뮤지컬팀으로 다른 동아리와는 분명한 차별화를 갖는 유일한 동아리다.
이런 차별화를 명품 활동으로 만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연기팀과 연주팀은 각각의 연습 공간, 창작 시나리오, 창작곡 등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할 시간과 노력이 아주 필요했다.
다행스레 여러 어려움은 영광교육지원청(교육장 고광진)과 영광군(군수 강종만)의 든든한 지원이 보태졌다. 힘을 얻은 락뮤는 그에 걸맞은 최고 활동으로 지금의 자리에 섰다.
고광진 영광교육장은 "다문화학생뮤지컬팀 '락뮤'는 이 시대에 다문화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며, 긍정적인 역할을 해내는 만큼 이런 노력의 결과들이 학생, 학부모님들을 넘어 전 국민 모두에게 행복 바이러스로 전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프고 슬픈 역사, 우리가 잊지 않을게요"
지금까지 락뮤는 정기공연(2015~2023년) 9회와 전남도다문화동아리페스티벌 참가(2016~2018년) 등 다수의 공연 활동을 할 만큼 열정과 노력이 뛰어난 동아리이다.
특히 2022년에 무대에 올린 와 올해 영광에 이어 순천·여수 무대에 올리고 있는 은 '전남 지역의 아픈 역사 여수?순천 이야기'다.
김도경 영광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잘못된 선택을 한 아버지 대신 용서를 비는 주인공 정욱(이승남, 해룡고 1), 배에서 나오자마자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마을에서 쫓겨나 꼭꼭 숨어 살아야 했던 점례(허채원, 해룡고 2), 학생들을 중심으로 연습 과정에서, 많은 눈물을 흘리는 등 여순항쟁 희생자들의 마음을 우리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느껴볼 계기"라고 전했다.
앞서 락뮤는 열정과 노력으로 2018년 창작뮤지컬 은 신문과 지상파 지역 프로그램에 30분 동안 소개, 광주·전남 지역에 알려진 계기를 마련했다.
여러 매스컴의 보도는 자연스레 뮤지컬 동아리 학생들의 자긍심이 높아졌으며, 학교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락뮤, 맘과 정성 담아 '다문화 교육 길잡이'로 우뚝
전남교육의 미래에 있어 다문화 교육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락뮤'의 다문화 교육 활동 성공 사례는 전남을 넘어 전국적인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전남도교육청 통계 등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은 지난해 4월 전국 기준 16만 56명으로 전체 학생의 3%에 달한다, 전남 지역은 1만1367명으로 전국 대비 5.29%로 20명당 1명꼴로 매우 높은 편이다. 다음으로 제주 지역도 4%를 넘어섰다.
영광지역학생뮤지컬동아리 '락뮤'는 초 19, 중 4, 고 7명으로 총 30명이다. 남학생 11, 여학생 19명이며, 이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12명으로 40%다.
그동안 락뮤에 참여한 지도 강사와 학생들에게 '락뮤'가 따뜻하게 어우러졌던 과정을 담아 미래 교육의 길잡이를 비춰 본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원하는 만큼 채워주지 못해 미안할 뿐…"
한종신 연기지도·연출 담당 : "다양한 학교와 학년은 물론 다문화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의 아름다운 조화를 다 갖춘 팀이다. 우리의 슬픈 역사까지 마음으로 새겨 모든 이들에게 역사 전도사로서 역할까지 수행한 멋진 모습을 보았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보컬의 품격을 자아내'
장지원 보컬 담당 : "이번의 모든 노래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부르는 곡이다. 아이들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더 발전한 것 같다.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무대에 올라 에너지를 내뿜는 모습을 보면 프로 못지않다"
'너와 나의 일상이 더해져 이상이 된다'
박찬민 밴드 담당 : "동아리가 많은 다문화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고 노력하면서 행복한 학교생활과 진로까지 개척하고 계기가 되길 바란다. 늘 처음은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면 최고가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준비한 멋진 '락뮤'를 응원한다"
'무대 주변은 늘 생동감으로 넘쳐나'
주혜연 영광초 4년 : "우리가 미처 모르는 역사가 있었구나. 이걸 깨달았다.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하면 항상 즐겁고 기분마저 상큼해진다. 무대 주변에 모이면 생동감이 넘친다. 멋진 공연을 사랑하는 아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한편 영광학생뮤지컬동아리 '락(樂)뮤' 제9회 정기공연 의 마지막 순회는 오는 19일 오후 2시 20분 여수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호남취재본부 김건완 기자 yac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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