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출국에 분노한 한신대생들 "유학생이 돈벌이 수단인가"

박수림 2023. 12.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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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출국규탄학생모임 만들어 학교 규탄... "불이익 전 선제 조처" 해명도 논란

[박수림 기자]

 13일 오후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한신대학교 정문.
ⓒ 박수림
"유학생 강제 출국이라는 발상이 제시되고 결정, 집행되기까지 학내 결정권자 중 그 누구도 문제의식이 없었는지 의문입니다." - 문성웅(한신대 철학과·3학년)씨

한신대학교가 한국어학당 소속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을 강제 출국시킨 정황이 드러나면서 학교 내부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학교 일부 학생은 1인 시위, 연서명, 시국 기도회 등으로 학교 쪽을 규탄하고 있다. 한신대가 공개한 입장문을 두고도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왔다.

1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신대는 지난달 27일 이 학교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시켰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서 정한 체류 조건을 충족하려면 유학생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1000만 원 이상의 계좌 잔고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규정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의 부적절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신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는 유학생들을 향해 "3개월 뒤에 여러분들이 통장잔고를 채워서 다시 들어와야 한다", "만약에 이를 어기면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감옥에 있다가 강제 출국을 당한다", "지금부터 핸드폰을 수거한다. 옆에 있는 경호원 선생님들에게 전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 1인 시위, 연서명, 시국 기도회 열어
 
 한신대학교 국제교류원과 한국어학당 입구.
ⓒ 박수림
<오마이뉴스>는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인 13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한신대학교를 찾았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해당 사건을 두고 "황당하다"거나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기숙사 앞에서 만난 재학생 홍세현(AI-SW계열·1학년)씨는 "기숙사를 오가며 외국인 유학생들을 자주 마주치곤 했는데 지난달 27일에 그런 일이 있었던 걸 전혀 몰랐다. 학교의 안내가 아닌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하게 되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휴학 중에 학교에 들른 고은비(사회학과·2학년)씨는 "유학생들도 우리 학교 학생인데 학교가 이렇게 대우를 안 해주는 것을 보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언젠가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대응을 안 해줄 거라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에서 학교를 평가할 때 과연 이 사건이 영향이 없겠나. 이번 사건으로 학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된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인섭(사회학과·4학년)씨는 "대외적으로 진보적인 학풍을 말하는 한신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는 것에 화가 났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다른 유학생들도 불안해할 것 같고, 앞으로 한국에 올 유학생들이 한신대를 선택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한신대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강제출국규탄모임'이 연서명을 진행했다.
ⓒ 강제출국규탄모임
현재 한신대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고 차기 총학생회 출범까지 학생 대표가 공백인 상황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에 분노한 한신대생들'(아래 '강제출국규탄학생모임')을 만들고 성명문, 1인 시위, 연서명, 시국 기도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 측을 규탄하고 있다.

이 모임을 처음 제안한 문성웅(철학과·3학년)씨는 "이번 사건은 사실상 유학생들을 국외로 추방한 것이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혐오적인 생각이 담긴 것"이라면서 "이런 발상이 제시되고 결정, 집행되기까지 학내 결정권자 중 그 누구도 문제의식이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문씨는 교내외에서 '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규탄 연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우리 사회에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없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학교 밖 시민에게도 손을 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정훈(종교문화학과·2학년)씨는 전날(12일) 한신대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인지 학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근 선거에서 부총학생회장으로 당선한 김정현(사회복지학과·4학년)씨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영향이 가는 일은 학생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앞으로 학생회 차원에서 행동을 마련하고 교직원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신대 "불이익받기 전 선제적 조처"... 학생모임 "거짓말과 책임회피 멈춰라"
 
 지난 12일 오후 한신대학교 누리집에 게재된 '어학당 학생 출국 관련 기사에 대한 학교 입장'.
ⓒ 한신대학교 누리집 갈무리
언론 보도 등으로 논란이 커지자 한신대 측은 12일 오후 누리집에 국제교류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한신대는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돼 향후 한국 재입국을 못 하는 등 불이익을 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처를 한 것"이라며 "(출국한) 해당 학생들의 대다수는 관할 출입국 사무소가 사전에 공지한 잔고증명 유지 규정을 지키지 못해 조건부로 받았던 비자 취소가 명확한 상태였다. 나머지 학생들은 과도한 학업 불성실, 불법 행위 등으로 어학당 규정에 따라 제적 처리된 학생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국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잔고 유지 및 증명, 출석 및 성적관리, 불법취업, 각종 불법행위 등에 관한 규정을 공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이익에 대해서도 사전에 공지했고 서면으로 이행 약속을 받았다"며 "이번에 출국하게 된 학생들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이라고 했다.

학교 입장문에 대해 '강제출국규탄학생모임'은 이날 오후 '학교 당국은 거짓말과 책임 회피를 멈춰라'는 제목의 반박문을 내고 "학교 측의 입장문은 제대로 된 해명도, 잘못에 대한 사과도 없이 거짓말로 사태를 덮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어느 상황에서도 학교는 누군가를 강제로 출국시킬 공권력이 없고 법적으로 한국 체류 자격을 잃었다면 자진 출국을 권고하지, 곧바로 강제 출국을 집행하지 않는다"면서 "학교가 말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강제 출국을 시키는 것이 아닌 경찰에 인계했으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를 통해 당사자들의 증언, 녹음 영상, 거짓말, 협박, 핸드폰 압수 내용 등이 명확히 공개됐다"며 "자세한 설명 없이 (유학생들을 향해)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쓰며 논점을 흐리지 말라. 기사 검색 한 번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을 거짓말로 가리지 말고 해당 내용에 대해 숨김없이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오산경찰서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지난 1일 유학생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넣은 신고로 현재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조만간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13일 한신대 쪽 반론을 받으려고 전화와 서면으로 문의했으나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 조치에 분노한 한신대 학생들이 한신대의 입장문 발표 후 낸 규탄 성명문.
ⓒ 강제출국규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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