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운명공동체" 베트남 "미래공동체"…양국 합의 다른 표현 왜
" “전략적 의의를 갖춘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vs.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부합하는 베트남·중국 공유 미래공동체” "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공산당(중공)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공산당 총서기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격상에 합의했다며 중국은 “운명공동체”로 베트남은 “미래공동체”로 이처럼 다르게 표현했다. 다만 중국과 베트남의 영문 보도자료에서는 “community with a shared future”로 같이 보도했다.
언급 횟수도 차이를 보였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중·베 운명공동체”를 여덟 차례 언급하며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부각했다. 반면 베트남통신사(VNA)는 “미래공동체(Cộng đồng chia sẻ tương lai)”를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부합한다는 수식어를 붙여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이른바 ‘운명공동체’ 개념은 중국이 다른 나라와 연대해 미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도구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이 중국의 ‘운명공동체’에 동참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운명공동체’ 협상 과정에 밝은 베트남 학자는 대만 중앙통신사에 “중국은 한 차례가 아닌 여러 해 동안 베트남을 향해 ‘운명공동체’를 받아들일 것을 설득해왔다”며 “하지만 베트남은 다른 국가들이 받아들인 영문 표현인 ‘shared future’를 참고해 ‘Common destiny’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중국 모두 한발씩 양보해 번역상의 차이를 이유로 각자 표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소리(VOA)는 12일 운명공동체 표현을 두고 중국은 뜨겁고 베트남은 차가운 ‘중열월냉(中熱越冷)’ 현상을 지적했다. 후앙비엣 호치민시 법학대 강사는 VOA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류운명공동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모호성”이라며 “베트남은 이미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많은 베트남 국민은 역사적인 이유와 해양 영토 분쟁 때문에 중국과 함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지난 1979년 2월 중국군 20만 대군의 침공을 받은 중국과 가장 최근에 전쟁을 치른 나라다. 당시 중국은 베트남이 구소련과 손잡고 친중 노선의 캄보디아를 침공한 데 대한 징벌을 침공 이유로 내세웠다. 양국은 지금까지 서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1991년 도므어이 베트남공산당 총서기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회복됐으며, 2008년 농득마잉 총서기가 베이징을 방문해 ‘전면적인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뒤 지금에 이른다.
베 “정당한 이익 존중하라” 중 “도전을 기회로 바꾸자”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해 분쟁 논의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VNA는 “해상 문제에 대해 양국 지도자는 진지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해상 갈등을 보다 잘 관리·통제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응우옌 총서기는 이에 더해 “서로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이익을 존중하고,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며, 1982년 유엔 해양법 공약(UNCLOS 1982)에 포함된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 유엔 해양법 공약의 적용대상이 아닌 영토주권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중국 인민일보는 “갈등을 관리 통제해야 한다”며 “양측은 해상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검토·전개하고 해상 공동 개발 추진에 노력하고 해상 문제에 따른 도전을 협력을 심화시키는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공동 개발을 역제안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과 응우옌 총서기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36건의 협력 문건을 함께 관람했다. 협력 문건에는 “베트남·중국 철도 협력 강화를 위한 베트남 교통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사이의 양해각서”, “베트남·중국 국경을 건너는 철도 개발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베트남 교통부와 중국 국제개발 협력기구 사이의 양해각서”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베트남의 지지를 강조해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베트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은 중국의 나눌 수 없는 영토의 일부이며 중국의 통일 대업을 지지하고, 어떤 형식의 ‘대만독립’ 분열 활동에도 굳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베트남 측 보도에는 대만이나 통일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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