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여행 성지'라는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홍성식 2023. 12.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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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결정해 짤막하게 다녀온 일본 오사카, 첫번째 이야기

[홍성식 기자]

 한국의 MZ세대들이 많이 찾는다는 오사카 도톤보리.
ⓒ 홍성식
 
지난달 초, 드물게 20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20~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직장문화로 인해 50대 중년의 간부 직원이 20~30대 신입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거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

추석을 전후해 일본 오사카(大阪)에 다녀왔다는 그들은 "시내 번화가에 가면 일본어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며 "요사이 MZ세대들은 가깝고, 볼거리 많고, 음식 맛있는 일본에 자주 간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약세인 일본 엔화로 인해, 체감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일본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샌드위치와 도시락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요. 맛도 좋고요"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세칭 'X세대'로 불리는 내 주변엔 'MZ세대'가 드물다. 불과 한 세대 차이임에도 사고와 인식 체계는 물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과 잣대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끼는 두 세대.

MZ세대의 여행 패턴이 궁금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MZ세대의 여행 패턴이 궁금했던 X세대인 나는 한국의 MZ세대가 대거 몰려든다는 오사카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김에 곧바로 김해공항 출발 오사카 간사이공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오사카를 여행했다.
 
 일본 오사카의 대표적 명소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 통천각.
ⓒ 홍성식
 
떠나기 전 먼저 개념 정리부터 해보기로 했다. 입버릇처럼 "MZ... MZ세대"라고 하지만 그 명칭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통상 'MZ 세대'는 1980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인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최근의 신조어로 알려져 있다.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서, 전체적으로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어려운 모호한 세대"를 지칭한다. 이는 책 <상담학 사전>이 내린 정의다. 같은 책은 X세대를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

"주로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신세대의 특징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으며, 베이비붐 세대 마지막 10년을 이루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베이비 버스트 세대(baby bust generation)라고도 부른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출간한 소설 <X세대>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전의 세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X를 붙여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게 됐다."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세대에게서도 공통점은 발견된다.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MZ세대)라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X세대)"라는 것. 이는 양측 모두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모호한 세대'라는 뜻일 터.

어쨌건 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중순. 1971년생 만 52세의 X세대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가 관광지와 맛집마다 넘쳐난다는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느낀 '세대 차이'
 
 오사카 통천각 인근 번화가.
ⓒ 홍성식
격의 없이 지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중년 선배들은 내게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허탈하게 웃곤 한다.

"내 자식이지만 20~30대 마음을 모르겠어. 걔들은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 같아. 지구인과 화성인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걸."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X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선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 듯하다.

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여행 기간 동안 사용될 숙박비와 식비 등의 돈을 여행사에 미리 지불하고, 가이드를 따라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겐 스스로 관광 스케줄을 짤 이유가 거의 없다.

반면 MZ세대들은 혼자서 여행지를 결정하고, 어떤 장소를 돌아볼 것인지 체크하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X세대인 내 경우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을 몇 번씩 두루 경험했다. 확실히 패키지여행이 편하긴 했다. 이제 가이드를 따라 이름난 관광지와 현지 식당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걷는 게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그런데, MZ세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유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서설이 길었다. 어쨌건 숙소 예약과 비행기 티켓 예매 후 시간은 흘렀고, 김해국제공항에서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 됐다.

바로 옆 좌석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았다. 둘 모두 비행기 이륙 전부터 분주해 보였다.

핸드폰을 열어 유심(USIM) 카드를 바꾸고, 한국어를 입력하면 즉시 일본어로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문제없이 실행되는지 확인하고, 저녁에 찾아갈 오사카의 맛집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MZ세대.

비행기가 날아가는 1시간 10분 내내 견과류를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며, 잡념에 빠져있던 나와는 여행의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래서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이것도 일종의 세대 차이겠지?"
 
 오사카 통천각 인근엔 이른바 ‘맛집’이 흔하다. 그곳 식당에서 맛본 초밥.
ⓒ 홍성식
 
MZ세대 추정 여행객들, 번화가 맛집 줄에서 만나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의 입국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한국에서 관련 서류를 핸드폰에 저장해온 이들은 불과 20여 분 만에 입국장과 세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

공항에서 급행 전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는데도 40분이면 충분했다. 버스나 일반 전철을 이용한다고 해도 1시간 안팎이면 오사카 시내 어디건 가닿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단출한 여행 가방을 숙소에 두고 발걸음 가볍게 거리로 나섰다. 예약한 숙소에서는 통천각(通天閣)이 지척이었다. 일본인들은 '쓰텐카쿠'라 부르는 통천각은 어떤 건물일까? 여행서 <저스트 고(Just go) 관광지>의 설명은 이렇다.

"쓰텐카쿠(통천각)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다. 신세카이에 자리해 있다. 쓰텐카쿠는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 메이지 시대 초기 유학자 후지사와 난가쿠가 이름 지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모방해 만든 첫 번째 쓰텐카쿠는 1912년 만들어졌다. 당시 높이 64m로 동양에서 가장 높았다. 일본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로 소실됐고, 195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건물을 돌아보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통천각 주변은 덴노지동물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오사카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 당연지사 거리가 일본인과 한국인, 중국인과 백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일본 사람들이 '줄 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유명한 음식점과 간식 가게 앞에 하루 종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듯한 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여러 매체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통천각 아래 번화가에서 그 줄에 섞여 있는, 적지 않은 수의 한국 MZ세대를 볼 수 있었다. 맛집 앞에서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 자체도 여행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그럼 나의 저녁 식사는 어땠냐고? 그냥 손님이 적은 한적한 식당에서 초밥을 먹었다. 그럼에도 썩 맛있었다.

여행의 첫날이 저물었고, '내일은 MZ세대가 더 많이 찾는다는 도톤보리(道頓堀)에 가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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