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품목', 특정국 의존 50% 밑으로 낮춘다
정부가 흑연·요소·리튬 등 185개 공급망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평균 70%에서 50% 밑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들의 국내 생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각종 규제도 풀면서 자립화·다변화 등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요성이 큰 희토 영구자석 등 8대 항목의 공급망 안정은 집중적으로 챙긴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방문규 장관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전략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공급망 3법 중 하나로 14일부터 시행되는 '소부장 및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 개정안을 계기로 주요 소부장 품목 등의 공급망을 챙기는 차원이다.
이번 전략 핵심은 지난해 평균 70%였던 185개 '공급망 안정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공급망 안정품목은 수입 의존도, 국내 산업 영향 등을 고려해 최근 1년간 정부와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쳐 선정했다. 반도체 희귀가스 같은 첨단산업 필수 소재부터 수산화리튬 같은 핵심광물, 요소 등의 범용 소재가 모두 들어갔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일본·미국 등에 의존하는 편이다.
여기엔 한국 경제가 주요국(G7)보다 중간재나 특정국 수입 의존이 높아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수입액 100만 달러 이상이면서 특정국 쏠림이 50% 넘는 소부장 품목은 1719개에 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효율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급망이 잘려나가고 있다"면서 "새로운 뉴노멀에 맞춰 위기를 상수로 생각하고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공급망 안정 대책을 ▶자립화 ▶다변화 ▶자원확보 3가지 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선 자립화 차원에서 국내 생산 시 경제성이 부족한 품목엔 생산시설 투자 지원 등을 검토한다. 최근 중국발(發) 수출 통관 지연이 불거진 요소는 내년 연구용역을 통해 국내 생산 가능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각 기업이 국내 생산기반 구축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투자 예정인 2차전지 제조용 전해액, 탄소섬유 등 14개 품목은 규제 완화 등을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공급망 안정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도 대폭 확대한다. 경제성이 부족하면 생산 효율 혁신, 환경 규제가 문제라면 친환경 소재 R&D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 기업 유턴은 현금 지원이나 제도 개선으로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자립화만큼 중요한 다변화에도 속도를 붙인다. 지난 11일 산업용 요소의 제3국 수입 운송비 지원을 결정한 것처럼 수입선 다변화 기업엔 물류비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는 계획이다. 수입보험 지원 대상에 공급망 안정품목을 추가하고, 보험 한도를 1.5배 우대하는 등 금융지원도 늘린다. 또한 국내 기업이 중국 등에 몰린 해외 생산거점을 제3국으로 이전할 때에도 금융 지원 등을 새로 제공키로 했다.
그 밖엔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핵심광물 35개 품목의 국내 비축을 단계적으로 늘려 평균 100일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다른 광물보다 비축량이 부족한 리튬(5.8일분)을 내년까지 우선 30일분으로 늘린다. 민간 기업의 해외 광물 확보를 돕기 위해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지원 비율을 사업비의 30%에서 50%로 늘리고, 광업권 해외 투자 시 투자금의 3%를 세액공제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흑연을 대신할 실리콘 음극재 같은 대체재 개발, 폐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한 재자원화 기술에도 적극 나선다.
정부는 특히 중요성이 큰 8대 항목(16개 세부 품목)을 따로 뽑아 집중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차전지 음극재·양극재, 반도체 소재 및 희귀가스, 희토 영구자석, 요소, 마그네슘, 몰리브덴이 해당한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 쏠림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가스인 네온은 올해 1~10월 대(對) 중국 수입 비중이 81.3%이고, 산업 전반에 쓰이는 마그네슘괴는 99.4%에 달한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데다 공급망 불확실성이 큰 이들의 특정국 의존도는 자립화·다변화·자원확보 '3축'으로 최대한 빠르게 낮출 계획이다. 예를 들어 2차전지 음극재는 국내 인조·천연흑연 생산을 늘리고 탄자니아·모잠비크 등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는 한편, 폐탄소 자원을 활용하는 재자원화 기술도 개발하는 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8대 프로젝트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185개 품목 중 제일 핵심만 뽑은 것"이라면서 "숙제 검사 맡듯 꾸준히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공급망 관련 민간 투자가 이뤄지면 거기에 맞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다만 작은 비용에도 민감한 기업들이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성공 여부도 불분명한 공급망 자립화·다변화에 곧바로 뛰어들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자체 공급망이 탄탄한 대기업보다 사정이 열악한 중견·중소기업 중심으로 각종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면서 "해외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큰 초기 단계를 공공 부문이 맡고, 그 후 실제 개발은 기업들에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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