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서 찾은 길…에너지 전환이 만드는 기회

임동진 기자 2023. 12.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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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임동진 기자]
지난 4월, 독일은 마지막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진행됐던 단계적 탈원전이 완료된 겁니다.

[슈테판 벤첼/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차관 : 현재 전기의 약 50%는 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이상적으로는 2030년에 석탄 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고자 합니다.]

2045년 탄소중립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독일은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법을 개정해 재생에너지 설치 인허가를 간소화 한 것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 의무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카리나 뷔르츠/독일 해상풍력에너지재단 CEO : 해상풍력에너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실행 가치가 기존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보다 우선시됩니다.]

에너지 전환은 정부 뿐 아니라 산업계에게도 과제이자 기회.

시장의 성장에 기업들도 분주합니다.

[차문환/한화큐셀 독일 법인장 : 태양광과 풍력 그쪽에 대한 투자도 지금 엄청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말 점점 더 국가 간의 어떤 독립성들이 높아지는 시기라고 생각을 할 때 아주 그것까지 생각해 보면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장애물들이 남아있지만 독일은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일 에너지 전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독일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30 분을 달려 도착한 브란덴브루크주의 한적한 주택가.

이곳에 사는 크리스티안 젠프트레벤 씨는 지난해 6월 태양광 패널을 집 지붕에 설치했습니다.

크리스티안 씨는 집에서 전기차 2대를 충전하고 날씨가 추운 날엔 수영장 물을 데우기 위해 히트 펌프를 사용하는 등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합니다.

기존에는 1년 전기요금이 2,500유로 수준이었지만 태양광을 사용한 이후로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크리스티안 젠프트레벤/독일 브란덴브루크주 : 설치 전에는 연간 약 7,000kWh를 사용했는데, 설치 후에는 3,000kWh로 감소해 약 4,000kWh의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연간 약 1,400유로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크리스티안 씨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입니다.

어려워진 천연가스 수급으로 높아진 전기세에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린 겁니다.

[크리스티안 젠프트레벤/독일 브란덴 브루크주 : 결국엔 비용 상의 이유에서죠. 돈을 절약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환경에 기여하고픈 마음도 있었고 편리함의 이유도 있습니다. 러시아도 물론 있습니다. 화석에너지원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올해 상반기 독일의 주택용 태양광 발전 설치량은 1년 전보다 135%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급격한 성장의 배경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정부의 촉진 정책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독일은 주거용 건물의 태양광 발전시스템과 저장 장치의 설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했습니다.

또한 지난 9월부터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개인 주택의 전기차 충전 시스템 설치 프로그램에 최대 1만2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10년 이상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큐셀 경우 2019년부터 매년 2GW(기가와트), 원전 2기 발전 분량에 해당하는 모듈을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10% 이상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모듈 사업으로 시작했던 한화큐셀은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 직접 판매는 물론 에너지 솔루션 제공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전기 히트펌프 분야 진출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차문환/한화큐셀 독일 법인장 : 기존의 가스라든지 이런 부분을 다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기화되는 거죠. 이렇게 교체가 되고 있고 이것에 대한 거는 지금 정부에서 아주 간단하게는 1만 몇 천 유로 또는 전체의 설치비의 한 25% 정도 이상을 이제 계속 보조금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출범한 이번 정부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해상풍력입니다.

2035년까지 40기가와트 그리고 2045년까지 70기가와트를 설치하는게 목표입니다.

2045년이면 해상풍력 발전이 전체 에너지 믹스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는 겁니다.

또한 최근 해상풍력법을 개정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도 이뤘습니다.

[라우라 하엘링 폰 란체나우어/독일연방해사청 해상풍력 담당 : 독일은 많은 확대 목표가 있지만 막상 이용할 수 있는 해역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이유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거나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만 하는 가용 공간을 우리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커지는 해상 풍력 시장에 기존 에너지 기업들도 변화에 나섰습니다.

125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에너지 기업 RWE는 1950년대부터 운영해오던 원전 사업 분야를 접고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RWE는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토마스 미헬/RWE(에너지 회사) 최고운영책임자 : 우리는 어민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논의를 통해 풍력발전 단지 내에서도 어획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지역 커뮤니티나 항만과도 많이 협업하고 있으며, 특히 해안 지역에서 해상풍력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대형 선박, 유지보수 등 분야도 해상풍력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독일의 중량물운반선사 SAL헤비리프트의 경우 수십미터의 풍력발전기 부품을 실을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달린 전용 선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회사를 통해 해상풍력시설의 유지보수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세바스티안 베스트팔/하렌그룹(해운 회사) 전무이사 : 터빈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반드시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모든 터빈은 수명이 보통 20~25년 되는데, 그 동안 유지보수 서비스가 필요하고 부품도 교체해 줘야 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며, 미래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독일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다른 충돌하는 가치보다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농민들이 농가에 케이블이 지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도 풍력 단지 설치를 위해서라면 추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정책적 지원은 독일을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입니다.

[이나 이자벨 하프케/테넷(송전 회사) 대변인 :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많은 대안을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간소화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반영됐고, 그래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수십 년 동안 독일이 에너지 전환이 지속돼 왔지만 계속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권 교체에 따라 추진이 중단되기도 했고 주민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해상 풍력의 경우 2015년 이후 신규 설치량이 줄었고. 2021년에는 설치된 설비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카리나 뷔르츠/독일 해상풍력에너지재단 CEO : 많은 기업이 시장을 떠나 다른 사업 분야로 돌아섰습니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 설비를 설치하는 데 사용됐던 항만도 점차적으로 컨테이너 물류 사업 공간이나 해외 제품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죠.]

특히 독일은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만큼 기업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슈테판 벤첼/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차관 : (제가 일했던 연방주에선) 이미 10년 전에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했습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제철소, 농업계, 화학계 등이 모두 함께 자리했으며, 소비자와 환경단체, 지자체도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2년에 걸쳐 자동차 업계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철강 업계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등을 논의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에 따른 새로운 과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송배전망과 에너지 저장장치 부족에 따른 출력제한 등입니다.

[카리나 뷔르츠/독일 해상풍력에너지재단 CEO : 우리는 배터리 기술이나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한 투자가 그다지 빠르지 못했습니다.신재생 전력 생산 기술에는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에너지 저장의 필요성은 고려하지 못한 것이죠.]

수명이 끝난 설비에서 나오 폐기물 처리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사용이 확대될 수록 발전설비 폐기물의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기업들은 이같은 문제의 최소화를 위해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RWE의 경우 독일 북해의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재활용이 가능한 풍력터빈 블레이드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미헬/RWE 최고운영책임자 : 이 블레이드는 발전소에서 사용한 후에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재료들을 접착해 주는 수지를 다시 녹여서 재료들로부터 다시 분리시키는 것이죠. 이로써 블레이드 재활용이 가능하며, 그동안 재사용하지 못했던 10%나 되는 블레이드의 자원 재순환 사이클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연간 물동량 1억톤이 넘는 독일 최대의 항구 함부르크 항입니다. 하루 50척의 배가 드나드는 이곳에서도 독일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화물선들과 쉴 새 없이 옮겨지는 컨테이너.

'독일의 관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의 수송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함부르크 항은 독일 수소 전략의 핵심입니다.

수소의 생산부터 수송, 활용까지 가치사슬이 구축돼 있습니다.

독일은 필요 수소량의 3분의 1은 직접 생산하고 3분의 2는 수입 할 예정인데, 수소 운반체로 사용되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의 수입 터미널 건설이 이곳에 계획돼 있습니다.

[린다 하스테드/함부르크항만공사 에너지솔루션·환경 전략가 : 함부르크항은 독일 최대의 바다 항구로서, 지금도 이곳에서 에너지와 연료의 환적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부르크와 함부르크 산업계, 독일 전체에 이렇게 에너지원을 공급하고 있고, 미래에도 이 분야에서 기존의 지위와 역할을 유지·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독일은 지난 7월,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능력 목표치를 2배로 늘리고, 수소 파이프라인 1,800km 이상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국가수소전략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수소 기반 산업도 적극 육성해 나갈 방침입니다.

[슈테판 벤첼/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차관 : 우리는 철강 생산, 화학 산업, 백업 파워플랜트, 즉 태양에너지나 풍력에너지가 없을 경우에 대체 가능한 발전소, 해운, 항공 교통 등에 수소를 이용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수소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전통적 발전 산업은 쇠퇴해 가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4,950억 달러, 우리 돈 650조원에 달했습니다.

독일의 도전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가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취재/구성: 임동진 영상편집 : 김민영 CG : 심재민 독일 촬영협조 : 경제기후보호부/연방해사청/해상풍력에너지재단/함부르크 항만공사/테넷/RWE/하렌그룹/한화큐셀 제작지원 : 방송기자연합회/에너지전환포럼
임동진 기자 djl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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