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는 이미 끝난 것으로 안다"...담담하게 전한 이정후의 자신감→1억 달러 계약으로 증명

안희수 2023. 12. 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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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25)는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대회에 돌입해 나서는 그의 한 타석, 한 타석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던 상황. 그는 "이미 나에 대한 MLB 구단들의 평가는 끝난 것으로 안다"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WBC는 MLB 사무국이 주체하는 대회다. 개막 전부터 이정후를 소개하는 기사가 MLB닷컴 메인을 장식했다. 미국 매체들도 이정후가 세계 무대에 자신을 알릴 기회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정작 이정후는 의식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지난겨울 장타력 향상을 위해 타격 자세를 바꿨다. 스윙 메커니즘을 간결하게 만들어서 빠른 공 대처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었다. 바로 전 시즌(2022) 타격 5관왕에 오르며 KBO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던 그가 애써 변화를 주자, 한국 야구 대표 지도자들을 포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았다. 이정후는 기량이 정체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고, 결과를 떠나 발전을 추구하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이정후는 알고 있었다. WBC와 2023시즌 KBO리그 성적이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 실제로 그랬다. 한국은 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정후는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초반, 타격 자세 변화 여파로 부진했고, 7월 중순에는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고 3개월 동안 이탈했다.

이런 모든 상황 속에서 이정후는 미국과 한국, 심지어 일본 언론까지 놀라게 만든 계약을 끌어냈다. 13일(한국시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로 빅리그 문을 두들긴 아시아 리그 출신 타자 중 가장 높은 금액인 1억 1300만 달러(1483억원)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4년 뒤 옵트아웃(계약을 파기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다시 얻는 것)까지 행사할 수 있다.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이다. 

국내 매체들은 지난해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9000만 달러(기간 5년·1186억원)에 계약한 요시다 마사타카의 행보를 주목했다. 그의 계약 규모와 2023시즌 성적이 이정후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정후는 요시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다. 1억 달러가 없는 계약이 나온 것도 4개 구단 이상 영입전에 뛰어들며 가치가 높아진 덕분이다. 

이정후는 WBC와 2023 KBO리그 성적을 의식하지 않았다. 더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타격 자세 수정'이라는 도전을 주저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이전 6시즌(2017~2022) 동안 만든 타격 자세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MLB 구단에 입단한 아시아 출신 타자 중 역대 최고 몸값을 경신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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