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군 잡는 북한산 포탄…해체해보니 '충격 상태'
러시아군이 북한에서 들여온 포탄의 품질 문제 때문에 전선에서 어려움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나쁜 거래'의 핵심고리인 북한산 포탄의 불량률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은 물론 북·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군사매체인 디펜스엑스프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북한산 NDT-3 152㎜ 포탄 5발을 해체해 분석한 사진을 공개했다. 포신 내부의 구리 분말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전선 등 부품이 누락됐고, 충전된 화약의 색상도 들쭉날쭉해 연소 강도가 일정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북한이 쏜 포탄의 정상 탄착 비율은 30~40%대에 불과했고 탄착한 포탄 중에 불발탄의 비중도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포탄은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품질이 떨어진다"며 "북한이 선입선출 방식으로 치장물자(재고자산)를 러시아로 보냈다면 포탄의 불량률은 북·러 양국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 달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북한 산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3년 넘게 이어지면서 내부자원의 고갈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출을 위한 포탄 생산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품질까지 챙기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군 소식통은 "첨단 기술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서방 국가와 달리 공산권에서 생산한 무기체계의 경우 불량률이 높은 측면이 있다"며 "당에서 하달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의 무기 수준을 너무 깎아내려선 곤란하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북한군은 매년 상당한 규모로 포사격 훈련을 진행하는데, 포탄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국이 이미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한·미 정보자산을 통해서도 불량 포탄의 특징이 식별됐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포탄의 품질 문제가 불거진 와중에도 '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양국 간 협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전장에선 주요 무기체계의 오작동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전직 군 관계자는 "전장에서 임계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장비를 운용할 경우 그만큼 기능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일과 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관계와 달리 서로의 필요와 편의에 의해 의기투합한 북·러 간 밀착의 본질적인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애초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옛 정보기관 KGB 출신으로 노회한 정치인인 푸틴이 포탄을 받은 대가로 김정은이 원하는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러는 단기적인 밀월관계로 규정할 수 있다"며 "김정은 입장에선 재래식 무기를 수출해 군 현대화와 우주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단 의도를 가졌고, 푸틴도 당장 필요한 포탄을 조달하기 위해 김정은과 손을 잡았지만 출구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에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협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러시아는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을 지난 11일 평양에 파견해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 등과 농업·경제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한편 코제먀코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대표단 프로그램은 연해주와 북한 간 인도주의적 관계 발전을 위한 많은 회의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북한 대표단이 이번 주말 양측 협력 확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해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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