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54만명…10명 중 8명 "벗어나고 싶다"

이춘희 2023. 12.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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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활동이 현격히 줄어든 '고립청년' 54만명, 이에 더해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은둔청년'이 24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이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현재 고립·은둔된 청년들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학업 중단, 취업 실패 등으로 고립·은둔 위기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예방책까지 포함해 예방부터 발굴,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을 지원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대책이 마련돼 시행된 적은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범정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발표된 '2022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5%로 추산됨에 따라 이를 전체 청년인구로 확대할 경우 약 5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7조원으로 추정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2000년대 들어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 용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번 대책의 바탕이 된 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 7~8월 수행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다. 인터넷 등을 통해 모집된 고립·은둔 청년 2만1360명이 최종 응답 완료한 이 조사 결과 56.7%인 1만2105명이 1차 위험군으로 식별됐다. 조사에서는 고립·은둔 청년 대다수가 탈 고립·은둔을 원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 82.2%가 고립·은둔을 원하고, 67.2%는 실제 시도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련 제도를 모르거나 비용 부담, 지원기관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한 청년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을 찾아내기 위한 조기 발굴체계가 마련된다. 당사자들이 언제든 비대면·온라인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 창구'를 내년 하반기에 마련해 상시적 발굴에 나선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외부활동이 적고, 돈이 덜 드는 온라인을 통해 외부 정보를 인지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한 당사자 외의 가족, 친구, 자주 찾는 매장 등 주변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에는 청년 항목을 별도로 신설해 보다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대학생 등 자원봉사단 활동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굴 및 홍보 활동을 펼치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고립·은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는 자립 준비 전담 기관 내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자립 준비와 병행한 예방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중 4개 지역에 고립·은둔 청년·청소년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을 마련하는 등 전담 지원체계도 구성된다. 여기에 배치된 전담 인력들이 직접 도움을 청한 청년들을 만나 계획을 수립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실태조사에서 공적 도움을 요청한 1903명을 우선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청년마음건강서비스, 일상돌봄서비스 등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특히 일상돌봄서비스는 기존의 중장년 독거가구 중심의 서비스를 고시원, 원룸 등 1인 가구 청년까지 확대해 인적 보호망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광진구 청년이음센터에서 마련한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청년들이 춤을 배우고 있다. [사진=임춘한 기자]

고립·은둔 청년 중 24%가 10대에 고립·은둔을 시작하고, 특히 학교폭력이나 교내 부적응 등 대인관계, 가족관계, 폭력·괴롭힘 경험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 만큼 학교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교내에 학폭이나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기 위한 통합지원팀을 운영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를 올해 96개교에서 내년 248개교로 확대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토록 하고 여기에도 고립·은둔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고립·은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로 꼽힌 '직업 관련 어려움'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성장프로젝트(가칭)'를 신설하고, 기존의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이들의 일자리 찾기를 지원한다. 또한 직장 내 적응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해 경직적인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취업 초기 청년들이 직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 방안은 청년기본법상으로 정해진 청년 연령인 19∼34세가 기본적으로 지원 대상이 된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이 연령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의 취지에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지원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을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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