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만두·치즈, 말도없이 용량 줄였다…소비자원 공개한 브랜드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들이 제품은 8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6개월 전과 가격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용량은 400g에서 360g으로 40g 줄었다. 풀무원 ‘모짜렐라 핫도그’도 8480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3월 5개(400g)들이였던 용량을 4개(320g)로 줄었다.
지난 1년간 이처럼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여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이 9개 품목 37개 상품에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참가격)와 신고센터, 언론보도에 나온 272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이런 ‘꼼수 인상’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규정, 향후 제품 포장지에 용량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용량 줄여도 고지 안 해…리뉴얼 주장도
소비자원이 공개한 주요 제품을 보면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종 제품과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비엔나(2개 묶음)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종 상품과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 전용목장우유 2종 상품의 용량이 10.0∼17.9% 줄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 중 소비자에게 용량 변경 안내를 제대로 한 곳은 연세대 전용목장 우유와 바프뿐”이라고 설명했다. 백설 그릴비엔나의 경우 업체 측은 용량을 640g에서 560g으로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내렸다고 했지만 10g당으로 계산하면 가격은 오히려 8%가량 인상됐다.
언론에 보도된 제품 중에선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 줄었다. 소비자원은 “일부 제조사의 경우 포장재·레시피 변경으로 인한 리뉴얼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지 없이 용량 줄이면 과태료 부과 방침
우선 소비자에 대한 고지 없이 용량·규격·성분 등을 바꾸는 경우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연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제품 표기 방법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활 화학제품이나 식품 등의 용량이 변경돼 단위가격(출고 가격 기준)이 상승할 경우,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을 표기하도록 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제품 포장지의 용량 표기를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변경 전 용량→변경 후 용량’으로 표기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대형마트 등에서 단위가격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품목을 현행 84개보다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단위가격 표기를 온라인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은 내년에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해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한다. 가격정보와 함께 중량변동 정보까지 상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글자 크기·표기 위치도 규정해야”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적어도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지 표기뿐만이 아니라 글자 크기나 표기 위치 같은 것도 잘 보일 수 있게 규정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도 슈링크플레이션 잡기에 나섰다. 프랑스는 기업이 제품 용량을 줄일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만들어진 법은 없지만,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 카르푸는 이미 지난 9월 용량이 적어진 제품이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품 용량에 변화가 있을 때 해당 기업이 변경 전과 후의 용량, 변경 수치와 비율을 6개월 이상 포장에 표기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경우 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할 경우 제조업체들의 원성이 자자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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