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협박에도 혼자 삭인다…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위험' 수준

나운채 2023. 12.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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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의 감정노동 수준이 ‘위험’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실태 조사를 했다고 13일 밝혔다. 공무원 직무수행 관련 감정노동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됐다.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참고해서 공무원 인사관리시스템(e사람) 등을 활용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수준 ‘위험’


조사는 20대부터 50대 이상 국가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공무원 자신이 감정 조절에 있어서 얼마만큼 노력하는지를 확인하는 ‘감정 규제’ 영역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존심이 상하는 등 정서적 손상 정도를 확인하는 ‘감정 부조화’ 영역을 확인했다.

또 감정노동 관련 조직 차원의 관리‧조치가 이뤄지는 수준을 확인하는 ‘감정노동 보호 체계’ 영역과 외부인 응대가 인사고과‧평가에 적용하는 정도 등을 확인하는 ‘조직모니터링’ 영역도 조사됐다.

조사 결과 남성은 모든 영역에서, 여성은 감정 규제 영역을 제외한 3개 영역에서 위험한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왔다. 예로 감정 부조화 영역에서 여성은 정상 수준이 3~7점 사이인데, 조사에선 10.1점이 나왔다. 남성은 정상 수준이 3~6점인데, 9.4점으로 조사됐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노동에 노출되는 강도나 직무 스트레스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인사혁신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감정노동의 원인으로는 외부인의 무리한 요구 등 업무방해 등이 꼽혔다. [자료 인사혁신처]


외부인 업무방해와 폭언‧협박 등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원인 중에선 외부인을 오랜 시간 응대해야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받는 등 업무방해 행위가 31.7%로 가장 많았다. 외부인 폭언‧협박은 29.3%, 보복성 행정 제보‧신고는 20.5%로 그 뒤를 따랐다. 이밖에 법적 분쟁(4.5%), 폭행(1.7%), 성적수치심 유발(1.4%)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은 ‘직무 스트레스가 늘고, 자존감은 떨어진다(33.5%)’고 했다. ‘업무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다(27.1%)’라거나 직무를 바꾸고 싶고(17.0%), 직장을 옮기고 싶단 생각이 든다(13.2%)고도 했다.

별다른 대응 방법은 없었다.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공무원(46.2%)은 혼자 참았다. 동료와 상담하거나(21.5%), 상사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16.4%)하는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상대방에게 직접 항의한 공무원은 7.4%에 불과했다. 감정노동으로 인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병을 앓아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거나(61.6%) 병가를 내는(11.3%) 정도로만 그쳤다.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받거나(8.4%)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6.9%)는 적었다.
지난 9월 23일 국가공무원 7급 공개경쟁채용 제2차 시험이 치러진 이날 수험생들이 서울 서초구의 한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이 건강해야 생산성 높아져”


인사혁신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리적 고위험군에 처해 있는 국가공무원 치료를 지원하고, 기관 차원 법적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엔 민원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수당 지급과 특별 승진·승급 등 제도가 있다. 아울러 건강검진 비용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건강해야 정부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 건강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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