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 뒤, 부산 달려간 이재명…'가덕도 공항' 여론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부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민심잡기에 나섰다. 현 정부의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를 부각하면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상구)의 불출마 선언의 효과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빅 드림(big dream) 부산”이라고 추켜세우며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중단’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같은 정부·여당 실책을 나열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사업마저 국내 공항 정도로 축소해 땜질하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이 온전한 글로벌 공항으로 개항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서은숙 최고위원,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부산 수영구 전세사기 피해자를 만났다. 이 대표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오피스텔 건물을 쭉 돌아보며 “피해액이 1000억원이 넘네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서 최고위원은 “여기가 젊은이가 선호하는 지역이라 원룸이 많다. 지역구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거들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전세사기 피해 대책과 관련해 “적극적 피해 구제책을 전세사기특별법에 반영하겠다”며 “핵심은 선(先)보상 후(後)구상”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선 민주당 의원끼리 부산엑스포특위를 열고 37분간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정부를 성토했다. 특위 위원장인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회의에 들어서며 “(국회에서 특위가 열렸는데) 여당이 참석 안 해 모든 (부처) 관계자도 참석 안 한 사례가 있나. 비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배 의원도 “윤석열 정부는 무책임 끝판왕, 국민 무시의 대왕”이라고 했고, 김정호 의원은 “참패 후 (기업 총수가) 실패의 책임을 엔 분의 일로 나누어야 하나. 뭐 한다고 깡통 시장에서 ‘떡볶이 먹방’을 하는데 병풍처럼 들러리를 세우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내부에선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로 부산 민심이 여권에 우호적으로 바뀌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2호 불출마자가 나오면, 부산 민심부터 전국 민심까지 ‘인적 쇄신’ 이미지를 국민의힘에게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텃밭에서 희생을 보여준 만큼, 민주당도 이제는 호남에서 뭔가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장 의원의 불출마를 깎아내리려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우리 당은 이미 산발적으로 인적 쇄신이 있었다”며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우상호 의원이 출마 포기를 했고 저도 어려운 지역(서울 서초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5선 안민석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타이밍이 아쉽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요구했을 때 선언했으면 국민에게 감동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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