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립·은둔 청년' 1903명 즉시 지원... 54만 명 추정
[유창재 기자]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19~34세) 2만 1360명을 정책대상자로 발굴하고, 이 중에 1903명을 즉시 지원하기로 하는 등 청년 맞춤형 정책 강화 방안을 내놨다.
특히 내년(2024년)부터 고립·은둔 청년(19~34세) 대상 온라인 발굴 및 전담 지원체계가 시작되고, 학령기 및 구직 과정에서 겪는 대인관계, 구직단념 문제로 인한 고립·은둔을 예방하기 위한 청년 맞춤형 정책이 강화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아래 복지부)는 1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상암동 DMC 타워 대회의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이 지원방안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실태조사에서 집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 숫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적 관계 안전망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이라 답한 청년이 ▲2016년도 24만9000명 ▲2022년 7월 36만 명 ▲2023년 7월 40만2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우울·낙심할 때 대화할 사람 '없음'이라고 등답한 비율(%)도 ▲2019년 21.8% ▲2021년 30.6% ▲2023년 31.6%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이상 통계청 조사).
더구나 올해 5월 지난(2022년)해 국무조정실의 '청년의 삶 실태조사' 및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 주관으로 지난 7~8월 두 달간 전국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아래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이 심층조사는 고립·은둔 청년만을 타켓으로 한 전국단위 첫 조사란 의미가 있다.
▲ 고립·은둔 청년 전국단위 첫 실태조사 결과 |
ⓒ 보건복지부 제공 |
학력은 대학교 졸업 75.4%, 고등학교 졸업 18.2%, 대학원 이상 5.6%, 중학교 졸업 이하 0.8% 순이었다. 가족, 지인 등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69.9%였고, 혼자 생활하는 경우 30.1%이며, 혼인 상태는 약 90%가 미혼(89.5%)이었다. 이어 유배우자(8.6%), 이혼(1.1%), 별거(0.6%), 사별(0.1%) 순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3.7점으로 전체 청년 평균(6.7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외부정보를 인지하는 경로로는 '온라인 매체 주로 의존'이 73.2%였다. 온라인매체(커뮤니티, SNS, 미디어콘텐츠, 청년포털 등) 37.5%, 언론(신문·온라인 기사, TV 뉴스 등) 35.7%, 유관기관(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9.1%, 가족·지인 8.9% 순이었다.
특히 고립·은둔 시작한 시기는 60.5%가 20대였으며, 23.8%가 10대 시작했다. 전체 응답자의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었고,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순으로 응답했다. 10대에 고립은둔 시작한 응답자는 대인관계(27.1%), 가족관계(18.4%),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고립·은둔의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 비율(26.3%)이 가장 높았고, 3개월 미만(15.4%), 10년 이상 비율(6.1%)도 적지 않았다.
재고립·은둔 경험과 관련해서 전체 응답자 중 45.6%가 일상생활 복귀 시도 후 재고립·은둔 경험이 있으며, 고립·은둔 기간이 긴 응답자들은 재고립·은둔 경험률도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재고립·은둔 이유로는 돈·시간이 부족해서(27.2%), 힘들고 지쳐서(25.0%),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2.9%) 순으로 응답했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주로 하는 활동은 OTT 등 동영상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등이었고, 경제활동으로 지난 1주간 돈을 벌기 위해 1시간 이상 소득활동을 한 적 있는지에 대해 47.2%가 '했다'고 응답(고립 67.6%, 은둔 31.6%)했다. 일상생활은 불규칙한 식사생활 72.4%, 매번 식사 시 혼자 먹는 경우가 80.3%, 밤낮이 바뀐 생활 52.3%였다.
자기관리와 관련해 1주일 이상 기준, 환복 안 하는 경우 15.8%, 목욕 및 샤워를 안 하는 경우 10.5%, 세수나 양치 안 하는 경우가 4.5%, 정리정돈을 안 하는 경우 62.4%였고, 건강상태의 경우 신체건강,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응답(매우 안 좋음 포함)한 비율은 각각 56.1%, 63.7%였다. 응답자 2명 중 1명 이상이 신체건강,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무엇보다 응답자 75.4%가 자살을 생각했고(8436명 중 약 6360명), 이 중 26.7%(약 1698명)가 자살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해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이는 전체 청년 평균 자살생각(2.3%)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외에 지난 2주 동안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친구나 지인과의 교류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16.8%, 28.7%로 일반 청년(각각 1.5%, 0.9%)에 비해 현저히 높은 편이었다.
현재 상황을 본인·가족 모두 외부도움이 필요한 문제로 본다 59.0%, 본인·가족 모두 외부도움이 필요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 41.0%로 현 상황에 대한 가족과 본인의 인식차이가 있었다. 아버지, 형제자매와 관계가 안좋다(매우 안좋다 포함) 응답 각각 20.2%, 15.0%였다.
탈 고립·은둔 관련해서는 80% 이상이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하며, 67.2%는 실제 탈 고립·은둔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노력으로 일이나 공부 시작(45.4%), 취미활동(35.6%),병원진단 및 치료(16.3%), 심리상담 시도(15.5%) 순이었고,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몰라서(28.5%)', '비용부담(11.9%)', '지원기관이 없어서(10.5%)' 순이었다.
▲ 고립·은둔 청년 전국단위 첫 실태조사 결과 |
ⓒ 보건복지부 제공 |
정부는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 간 집중 논의를 거쳐,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며, 이 방안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첫 지원방안으로 4개 주요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4가지 주요 과제는 ▲[발굴] 고립·은둔 조기 발굴체계 마련 ▲[전담지원체계] 2024년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시범사업 실시 ▲[예방] 학령기, 취업, 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강화 ▲[관리·제도화] 지역사회 내 자원연계, 법적근거 마련 등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5월, 고립·은둔 청년의 규모가 약 54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직후, 신속히 심층 실태조사와 방안 마련에 집중했다"면서 "이번 방안은 지난 9월 당정이 발표한 '청년 복지 5대 과제' 내용을 발전시켜,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이어 조 장관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이 일반청년과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돕는 것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스스로를 자책하여 사회로부터 은둔하지 않도록 복지부는 다양한 청년 복지정책을 통해 이들을 폭넓게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건희 모녀, '5710일' 세금 안 내고 버텼다
- "<서울의 봄> 겁먹은 병사 표정에서 죽은 아이가 보였다"
- "류호정 16일 이후 징계 회부... 선거제 퇴행해도 연합정당한다"
- "통째로 사라졌다" 서귀포 밀림 속 유령 마을의 사연
- '삼식이' 소리 피하려다 제2의 신혼을 삽니다
- 12월 12일 오후 12시 12분, 그들은 왜 대전현충원에 모였나
- "선거법만 지켜달라"... '불출마' 선언한 이탄희
- [단독] '인천 스토킹 살인' 공소장 변경 신청... 보복살인죄 적용되나
- 민주당 이태원참사특위 국회 농성 돌입 "국힘 특별법, 고의적 힘 빼기"
- '나랏돈 아꼈는데 기가 막히다'는 김헌동, 정말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