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시세조종 첫 재판서 딱 잡아뗀 카카오…검찰 “폰 비번 제출 안해 수사 지연”

배대표 혐의 전면 부인 “자연스러운 M&A 현상”
검찰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안 해 포렌식에 오랜 시간 걸렸다”

(매경 DB)

카카오의 SM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카카오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반면 검찰은 휴대전화 비빌번호를 제출하지 않는 등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대립했다.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명재권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배재현 대표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포함됐다.

올해 초 SM엔터 인수를 둘러싸고 하이브와 카카오간의 분쟁이 있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3월28일까지 공개매수 등을 통해 SM엔터 지분 39.87%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고, 하이브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이날 배 대표 측은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바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배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경쟁적 M&A 상황에서 지분 매입을 정상적으로 한 것에 검찰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했다”며 “이러한 방식은 자본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카오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인수를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의 장점이 IP(지식재산권) 컨텐트 보유기업인 SM엔터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면 K-팝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큰 틀에서의 사업성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 측은 형사소송법상 재판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기록 목록 열람 및 등사를 거부했다”며 “수사기록 목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어떤 경우에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까지 검찰이 등사를 허용한 증거목록은 쪽수로 봤을 때 예정한 증거기록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검찰이 증거를 고의적으로 늦게 제출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아직 여러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수사기록 열람을 거부했다”며 “여러 피의자들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아 포렌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수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며 “그 무렵에는 관련 기록에 대한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와 카카오 엔터 측에서 휴대폰 비밀번호도 제출하지 않아 관련 증거 확보가 어렵다”며 “고의적 지연이 아닌 것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9일 오후 4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