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안 나가는 고립·은둔 청년 54만명…세상 밖으로 꺼낸다
내년 4개 지역에 (가칭)청년미래센터 설치
학령기·구직활동기·취업초기 등 맞춤형 지원
#1.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남까지 힘들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계속 회피했다. 지금 너무 지쳐있다. 다시 일어나고 싶고 그럴 필요와 의무도 너무 크게 느끼지만 힘이 없고 힘도 안 난다.”
#2. “마음 놓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상담이든 뭐든 받고 싶지만 어떻게 어느 곳에 해야 하는지 찾아보다가 포기한다.”
집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우리나라 청년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적 관계 안전망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2016년 24만9000명에서 2022년 7월 36만명, 2023년 7월 40만2000명까지 늘었다. 우울·낙심할 때 대화할 사람 ‘없음’ 비율도 2019년 21만8000명에서 2021년 30만6000명, 2023년 31만6000명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청년의 삶 실태조사(국조실)’ 및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까지 나왔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고립·은둔 심화로 향후 다양한 사회문제가 예상되나 기존 정책 틀로는 개입·지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고립·은둔 청년(19~34세) 대상 온라인 발굴 및 전담 지원을 시작하고 학령기 및 구직 과정에서 겪는 대인관계, 구직단념 문제로 인한 고립·은둔을 예방하기 위한 청년 맞춤형 정책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7~8월 두 달간 전국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심층조사)를 실시했고 심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 간 집중 논의를 거쳐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첫 지원방안으로 4개 주요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립·은둔 조기 발굴체계 마련
복지부 소관 공공사이트에 자가진단시스템을 마련해 24시간 누구든지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간편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고립·은둔 당사자들이 언제든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외부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창구를 마련한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편의점 등 주변에서도 위기징후가 보이는 청년들에 대한 도움을 쉽게 요청할 수 있도록 129콜 보건복지상담센터 카테고리에 청년 항목을 별도 신설한다.
고립·은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도 자립준비전담기관 내 탈고립·은둔 전담인력을 배치해 자립준비와 병행하는 등 고립·은둔예방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한다.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시범사업 실시
내년 4개 지역에 지역 내 고립·은둔 청(소)년만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전담기관 (가칭)청년미래센터가 설치된다. 정부는 공모를 통해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2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모형 및 본인부담 방식 등 선도모델을 개발해 전국확대를 추진한다.
초기상담 시 사례관리사의 판단에 따라 ‘청년마음건강서비스’에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일상돌봄서비스’를 돌봄이 필요한 1인가구 청년들까지 대상자 범위를 확대한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1인가구 청년들의 일상생활 불편은 낮추고 혼자 갑자기 아픈 경우 등에 대비한 인적 보호망을 강화한다.
학령기·취업·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강화
학교 내 ‘(가칭)통합지원팀’을 운영하는 선도학교 지정을 확대해 학교폭력, 학교 부적응 등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맞춤형으로 밀착 지원한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업중단 학생들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신속히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책임 아래 지역사회 내 위기학생들을 신속히 지원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취업 실패, 이직 등의 과정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가칭)청년성장프로젝트를 신설하고 기존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 사례관리와 함께 적정 진로탐색 및 취업역량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을 신설해 경직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취업초기 청년들이 직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온보딩은 CEO 등에게는 MZ 직무관 및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 청년친화적인 조직문화 교육을, 입직 청년에게는 직장 적응에 필요한 조직 내 성장방법, 소통·협업 등 교육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내 자원연계…법적근거 마련
사례관리사 등 현장 종사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희망e음)을 통해 지원하고 표준 사례관리 매뉴얼, 종사자 정기 보수교육 과정 마련 등 관리체계도 효율화한다.
2년간의 고립·은둔 청년 전담 지원체계 시범사업을 통해 지원대상자 정의, 정보보호, 서비스 질 관리방안 등 전국확대에 필요한 법적근거 방안을 마련해 전국 확대에 맞춰 사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은 지난 9월 발표한 청년 복지 5대 과제 내용을 발전시켜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일반청년과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돕는 것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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