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립준비청년 ‘원조 멘토’ 주호영…“좌절 않고 도전하는 자세, 오히려 내가 배웠다”

정우진 2023. 12. 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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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립준비청년의 ‘원조 멘토’로 유명하다. 주 의원은 정계 입문 전이었던 1997년 무렵 대구지법 영덕지원에서 판사로 근무할 때 한 보육원을 후원하면서 한 학생을 알게 됐다.

주 의원은 그 학생이 자립준비청년 때 도움을 줬고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주 의원은 “나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었던 그 친구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려운 환경에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했으면 한다”고 11일 말했다.

주 의원은 또 “돌이켜보면 내가 그 친구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며 극복해 나가겠다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기획한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캠페인(이하 자립준비청년 캠페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주 의원은 캠페인에 대해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잘 모르고 지냈던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과 반성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라고 호평했다.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캠페인은 멘토링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디딤돌가족’ 사업과 청년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는 ‘삼성 희망디딤돌 2.0’ 사업을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 의원은 대구 수성구의 지역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이 실제 정책·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

주 의원은 “자립수당을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고, 자립정착금도 대폭 인상하는 등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캠페인 이후 나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 의원이 과거 제도 개선 방안으로 꼽은 ‘자립준비청년의 보호종료 후 재입소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데.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 시설이 편한 청년도 있겠지만, 시설 내 연령 차이나 재복귀 부담감 등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요즘 청년들이 ‘셰어하우스’를 꾸려가는 것처럼 자립을 돕는 생활공동체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 시설로 돌아갈지, 자립을 위한 새로운 생활공동체로 들어갈 것인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지원 외에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

“정서적인 안식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데, 경제적인 부분은 정책 의지만 충분하다면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정서적 유대 관계는 단기간에 될 문제가 아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진입하기 훨씬 이전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양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멘토들이 있어야 한다.

멘토는 또래가 될 수도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고립감이나 외로움 등을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자립수당 및 자립정착금을 인상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란 표현이 있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 용돈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전반적인 생계대책과 함께 가야 한다. 물론 주거·의료 등 여러 분야의 정책적 지원이 있지만, 자립수당만큼은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본다.”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다만 확산이 문제다. 멘토링 사업은 종교계를 포함해 라이온스클럽 등 봉사단체, 그리고 민간기업에서도 충분히 뛰어들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충분히 확장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현재 취업 지원 캠페인은 삼성이 주도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디딤돌가족 멘토단 등 민간 차원의 멘토링 프로그램 확산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국민일보와 삼성이 아주 큰 기여를 했다. 요즘 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민간 차원에서 더 확대되길 바란다.”

-자립준비청년 지원과 관련한 국회 입법 노력에 대한 평가는.

“자립준비청년을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 공공기관 등에 자립준비청년을 의무 고용토록 하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 등 여러 좋은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입법이 지지부진했다. 21대 국회가 내년 5월에 끝나는데, 그전에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이 폐기된다. 선거를 앞두고 바쁘겠지만, 법안을 낸 의원들과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다시 한번 관심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원조 멘토’로서 한 말씀 주신다면.

“내가 판사 시절 인연을 맺게 된 그 친구(당시 자립준비 청년)는 취업한 회사를 그만두고 석사 과정을 밟다가 외국 유학까지 떠났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말렸는데, 숱한 도전 끝에 지금은 한 대기업의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관계는 나의 특수한 사례지만, 다른 사람들도 방법을 모르고 기회가 없었을 뿐 계기만 주어진다면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설 사람이 많다고 본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았으면 한다. 당연히 지금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성공하는 이들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사람 중에 나왔다. 세월이 지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지금 겪는 어려움이 사실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축복이었다고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구=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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