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아꼈는데 기가 막히다'는 김헌동, 정말 그런가

이원호 2023. 12. 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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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SH공사의 공공임대주택 실적 부진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이유

세입자·청년· 주거·빈곤·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는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원활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내놔라공공임대'는 매입임대주택이 필요한 청년과 주거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SH공사 매입임대주택 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보는 연속기고를 잔행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원호]

▲ 매입임대주택 정책 내팽개친 SH공사 규탄 기자회견  세입자·청년· 주거·빈곤·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와 참여연대는 오늘(11/15) 오전10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 대해 그 원인과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SH공사가 올해 목표한 매입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 참여연대
 
"공기업이 나랏돈 아낀다고 비판하는 시민단체들 뭔가? (중략) 기가 막힌다"

지난 11월 19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 김헌동 사장이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주거시민단체들이 SH공사의 공공임대주택 실적 부진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 출신임을 내세우는 김헌동 사장이 저렇게 반응하니 기가 막힌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달(11/15), 참여연대와 민달팽이유니온, 빈곤사회연대 등의 주거・빈곤단체들은 서울시 SH도시주택공사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무주택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과 도심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인 매입임대주택 공급이 오세훈 시장과 현 SH공사 김헌동 사장 체제에서 급감해 수천억의 불용액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무 처리는 없었는지를 조사하라는 공익감사 청구였다.

윤석열 정부 이후 공공임대주택 예산삭감과 공급계획 축소가 심각한데, 축소한 공급량마저 서울시 오세훈-김헌동 체제에서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김헌동 사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가 공급물량을 계획해 예산 배정한 것조차 집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매입임대주택 공급계획 대비 실적은 2022년 16.5%(계획 5150호, 약정 850호)로 급감했고, 2023년도 실적도 9월말 기준 6.5% 달성에 불과했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은 것을 '나랏돈 아꼈다'라고 하는 김헌동 사장의 말에 기시감이 든다. 바로 작년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작년 연말, 폭우참사를 겪고도 공공임대주택 예산 약 6조 원을 삭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은 선(善)이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늘어날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 요인"이라며, 공공임대주택 예산삭감을 '나랏돈 아낀 것'처럼 말했다. 오히려 "다주택자 세금 완화가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는 서민 정책"이라고 강변했다. 김헌동 사장의 인식은 조 단위로 주거복지 예산을 삭감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김헌동 사장은 기존주택 매입을 나랏돈 낭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주장은 주택 매입비보다 아파트 건설 원가가 훨씬 저렴한데, 왜 나랏돈을 낭비하며 주택을 매입하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파트 건설원가로 비교되는 고덕강일 지구는 2011년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 그린벨트 일부까지 해제해 강제 수용한 땅이다. 도심 외곽 그린벨트 해제로 택지조성 해 건설한 아파트 원가와 도심 내 주택 매입가를 비교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그렇게 공급된 주택으로 수혜를 입는 대상도 전혀 다르다. 주택구매 가능 계층에게 공급하는 아파트와 도심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김헌동 사장은 소위 '반값 아파트'라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마저도 SH공사 측은 서울에 공급할 땅이 없으니, 서울 관외 사업인 신도시 개발에 자신들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저렴한 공공분양주택 공급도 필요하겠지만, 한정된 SH공사의 공급 자원을 중상층을 위한 분양 아파트 몇 채를 공급하는 데 올인하고, 저소득층 임대주택 공급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주거복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SH공사 측은 고덕강일 반값아파트 사전청약 경쟁률이 40대 1이고, 청년 특별공급 최고경쟁률이 118.3대 1이라며,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라고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의 청약 경쟁률도 그에 못지않다. 오히려 더 높다. '1332대 1', 천대 일이 넘는 경쟁률 수치는 올해 4월에 공고한 관악구의 SH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의 경쟁률이다.

SH공사에서 올해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60호의 기존 매입임대주택 공가에 대한 입주자 모집공고를 했는데 총 2만 8240명이 신청했다. 전체 평균 경쟁률이 109대 1이었다. 올해 SH의 청년 매입임대주택도 총 526호 모집공고에 2만 2542명이 신청해 43: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지역 및 주택별로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 수두룩했다.

매입임대주택의 높은 경쟁률은 그만큼 무주택 서울시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각하고, 안정적인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민 주거실태조사(서울시, 2022)에 따르면 서울시 임차 가구가 현재 주택에서의 평균 거주기간은 3.1년으로 주거 안정성이 매우 낮고, 79.2%가 임차료 또는 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이에 무주택 임차 가구의 67.7%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소득기준 70% 이하 무주택 임차가구는 전세자금 대출 지원이나 월세 보조금 지원보다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의 만족도와 관련해서는 98.1%가 저렴한 임대료와 자주 이사하지 않아도 되어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실상이 이러하기에 매입임대주택을 공급을 외면하고 수천억 원의 예산 불용을 발생시킨 SH 공사의 매입임대 사업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기후위기시대 주택부문의 대안, 매입임대

매입임대주택은 도심 내 기존주택을 매입해 신축 및 리모델링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매입임대주택 외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식은 자연녹지 해제로 공공택지를 조성해 건설하거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가용 토지가 없어 공공택지 조성은 가능하지 않고,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저렴 주택을 사라지게 한다는 점에서도 서민 주거 안정에 역행한다. 도심 내 가용 택지가 고갈되어 가는 상황에서 도심 생활권 내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유일한 수단이 매입임대주택이다.

특히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기후위기 시대에 주택 부문의 정의로운 공급방식이다. 대규모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지양하고, 주택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기존 노후주택의 그린리모델링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주택의 시설개선 지원이 임대료 상승을 초래하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우려가 존재한다. 매입임대주택 방식은 기존 노후주택을 공공 매입해 저렴한 임대료의 탄소중립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의로운 주택공급 대안이다.

오세훈 시장, 공공임대 진심이라면

작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진심이고, 의지가 확고하다"고 답변하며 예산을 늘려서라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시의 매입임대주택 공급계획이 SH공사에 의해 집행되지 않고 예산 불용이 심각한 상황을 오세훈 시장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진심'이라면, 김헌동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 옳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원호씨는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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