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상대로 사기친 일당, 상대를 잘못 골랐다

장혜령 2023. 12. 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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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쏘우 x>

[장혜령 기자]

 영화 < 쏘우 X > 스틸컷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2004년 등장한 '제임스 완'의 데뷔작 <쏘우>는 저예산이 만든 성공 신화였다. 이후 이름을 빌린 시리즈가 8편이 만들어졌고 10편에 이르러서야 제작자로 복귀하게 되었다. 10번째 시리즈 < 쏘우 X >는 <쏘우: 여섯 번의 기회> < 쏘우 3D >를 연출한 '케빈 그루터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북미에서 9월에 개봉한 영화는 1편의 흥행 수익을 넘어선 1억 700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를 기록, 성공적인 프랜차이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고어, 슬래셔 장르라는 약점에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80%, 팝콘 지수 89%(23.12.12 기준)로 순항 중이다. 직쏘하면 떠오르는 배우 '토빈 벨'이 온전히 등장해 '존 크레이머'의 서사를 탄탄하게 녹여냈다. 여든을 넘긴 토빈 벨의 건강만 허락된다면 < 쏘우 X >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재확립한 수준 높은 속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기 당해 역대급 교훈 얻은 직쏘
  
 영화 < 쏘우 X > 스틸컷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고 좌절해 백방으로 치료 방법을 찾던 존 크레이머(토빈 벨)는 자신을 포기한 병원 관계자들을 경멸한다. 죽고 싶지 않았고 이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 건축가로서, 인간으로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내 일 아니라며 환자를 기계적으로 대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암 환자 지지모임에서 얼굴을 익힌 환우 헨리를 만나 뜻밖의 소식을 접한다. 췌장암 4기였던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는 이유를 듣게 된다. 그는 비밀스럽게 웹사이트를 알려주며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한다. 망설일 시간조차 사치였던 존은 어렵게 연락해 치료 프로젝트의 수장 세실리아와 수술 날짜를 잡게 된다. 다만 문제는 멕시코로 가야만 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한 존은 아픈 몸을 이끌고 멕시코로 떠나게 된다.

돌봐 줄 가족도 없이 비밀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프로젝트를 도왔던 사람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불길한 기운이 밀려온다. 설마 하는 의심은 현실이 되고, 시한부를 끌어들인 사기행각이었음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존은 절박함을 미끼로 사기 친 일당을 찾아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성공적인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
  
 영화 < 쏘우 X > 스틸컷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쏘우> 1편 이후 속편은 잔인함과 충격의 극치를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서사보다는 보여주기에만 혈안된 수위 높은 고어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자기복제를 사골처럼 우려먹던 전작들이 사지 절단과 혈흔이 난무하는 헤모글로빈 파티였다면 < 쏘우 X >는 초심으로 돌아간 일종의 결의처럼 보인다. 시한부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사기 친 일당을 응징하는 잔인한 게임은 관객조차 응당 처벌이 마땅하다고 느낄 정도다.

10편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겠다. 쏘우 시리즈를 안 봤더라도 괜찮다. 기본 설정만 알고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영화다. 뇌종양을 선고받고 첫 번째 게임을 끝낸 <쏘우> 이후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야기 흐름상 <쏘우> 2편이라 해도 무방하며 1편과 2편 사이 미드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시리즈 초반 성급하게 사망 처리했던 존이 계속 회상 장면에만 등장했던 답답함을 줄이게 되었다.

직쏘가 되어가는 존 크레이머라는 인물에 집중한다.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좀 더 논리적인 명분으로 승화시키려고 각성하는 존 크레이머의 행동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마치 자신을 신처럼 생각했던 비뚤어진 캐릭터에 인간성을 부여했다. 미스터리한 존재에서 죽어가는 인간을 보고 갈등하는 내면, 하루라도 더 살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쏘우> 1편의 게임 플레이어였던 아만다가 재등장해 반가움을 안긴다. 아만다는 게임에서 살아남아 대의를 함께 한다는 설정이다. 존 크레이머를 신봉하는 제자로서 몸이 아픈 그를 대신해 수족으로 활약한다. 이후 아만다는 죽은 1대 직쏘에 이어 2대 직쏘이자 신스틸러로 직속 후계자가 된다.

시리즈의 주제는 '생명의 소중함'과 '구원'이다. 존은 '누구든 진심으로 반성하면 공평한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이 기본 명제는 반전과 볼거리에 집착하느라 점차 멀어지기만 했었다. 하지만 < 쏘우 X >은 기본 콘셉트로 되돌아와 사적 복수에 주력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살 기회를 준다는 데 의의를 둔다. 스스로 사지를 훼손해야만 살 수 있는 생존게임이지만 그로 인해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기본 철학은 더욱 확고해진다.

존이 다시 돌아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심폐 소생에 성공한 속편 흥행과 팬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떡밥이 많은 상태라 후속작이 기대된다. 하필이면 존을 대상자로 골라 자기 무덤을 판 사기단의 아이러니가 실소를 머금게 하는 영리한 시리즈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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