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SF 1번+중견수" 美 언론, 오피셜 안 나왔지만 이미 '주전 대접'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아직 공식 계약 소식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리드오프, 중견수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을 예상했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을 비롯한 미국 매체와 기자들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 원), 2027 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5일 KBO는 MLB 사무국으로부터 12월 4일자로 이정후에 대한 포스팅 의사를 MLB 30개 구단에 공시했음을 통보 받았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두 선수 영입에 관심이 있는 MLB 구단은 5일 오전 8시부터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 계약이 가능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이정후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처음부터 이정후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팀이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 1차지명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이정후는 리그 7시즌 통산 884경기에 출전해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타율 0.34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통산 1000안타를 기록했고, 타격 5관왕 MVP를 수상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며 KBO 대표 타자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 이정후는 7월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으면서 86경기 105안타 6홈런 45타점 50득점 타율 0.318을 기록했다. 수술 후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이정후는 홍원기 감독의 배려로 마지막 홈경기였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한 타석과 1이닝 수비를 소화했고, 키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 장면을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도 지켜봤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2022년 KBO MVP를 수상, 리그에서 7시즌 동안 타율 0.340을 기록한 25세의 이정후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팀들 중 하나다. 이정후는 올해 7월 왼쪽 발목 골절상을 당하면서 8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10월 키움에서의 이정후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푸틸라 단장을 한국에 보내는 등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푸틸라 단장은 윈터미팅 기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타석에서 6, 7번의 스윙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이정후에 대한 인상을 전하며 "뜬공을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헐거운 외야 사정도 이정후 영입에 한 몫을 했다. 'MLB.com'은 "KBO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수상한 이정후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되는데, 이 포지션은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면서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가 리그 전체 28위(-13)에 그쳤던 점을 지적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주전 중견수'로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었다. 루이스 마토스가 가장 많은 76경기에 중견수로 출전했으나, 타율 0.250, 2홈런, 14타점에 그쳤다. 브라이스 존슨은 30경기, 웨이드 메클러가 20경기에 중견수로 나섰지만 기대 이하였다. 밥 멜빈 감독의 "뛰어난 운동 신경과 수비 능력을 갖춘 중견수를 찾고 있다"는 말은 곧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미 현지 언론들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의 가장 위에 올려놓고 있다. 'MLB 네트워크'는 2024년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타순을 예상하며 이정후를 1번타자 및 중견수로 두고,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나 윌머 플로레스와 테이블 세터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MLB.com'은 이정후를 소개하며 "이 25세의 외야수는 KBO 선수 생활을 하며 통산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의 폭발적인 슬래시 라인을 올렸는데, 어떤 시즌에도 0.318 이하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정후의 합류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미치 해니거, 마이클 콘포토, 오스틴 슬레이터, 루이스 마토스, 웨이드 메클러를 포함한 자이언츠의 외야수 조합을 더욱 혼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해니거와 콘포토를 지명타자로 쓸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SPN'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뽑힌 2022년에는 타율 0.349,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올리고,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3홈런을 쳤다. 이 시즌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라고 이정후의 출루 능력과 콘택트 능력을 조명하며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는 25살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발될만한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샌프란시스코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빅리그 진출 후 두 시즌 동안 고전하다 3년 차인 올해 OPS 0.749로 반등한 것과 달리, 이정후가 보다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해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0.300에 가까운 타율을 찍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 '풀카운트' 등 일본 언론들도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소식을 크게 다뤘다. 이정후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시즌동안 뛴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한 일본 언론은 포스팅 계약 규모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정후는 2013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의 한국인 포스팅 총액(6년 3600만 달러), 2021년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김하성의 포스팅 평균 연봉(4년 28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썼다. 이정후의 평균 연봉은 1883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기록까지 바꿔놨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요시다 마사타카는 2022년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총 9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요시다를 앞지르는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했다"면서 "요시다의 총액과 평균 연봉(1800만 달러)을 모두 넘어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중 이정후보다 높은 대우를 받은 선수는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단 한 명뿐이다. 다나카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가 열린 일본에서 요시다와 만나 배트를 교환하기도 했다. 당시 요시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만간 봅시다"라는 글과 함께 이정후와 찍은 사진을 올렸고, 이정후도 "좋은 시즌 보내세요. 또 만나요"라고 영어로 적은 글로 화답한 바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MLB.com, MLB네트워크, 요시다 인스타그램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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