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표 교체로 쇄신 신호탄…계열사 물갈이 폭 커진다(종합)
"카카오 변화 이끌 적임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카카오가 새 선장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하고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쐈다. 창사 이후 첫 여성 단독대표 체제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 기업의 다양한 성장 단계를 경험한 인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에 맞는 변화를 주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카카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진들에 대한 물갈이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75년생 여성 CEO 발탁
카카오는 13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 내정자는 오는 3월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모은 결과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이끌 리더는 시나(정 내정자 영어이름)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여성 단독 대표체제를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는 설립 이후 줄곧 남성 대표가 이끌어왔다. 2015년 임지훈 당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선임했고 올해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사임으로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가 출범한 것을 제외하면 남성 공동대표 체제였다.
정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는 카카오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5년생인 정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NHN(현 네이버)을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 벤처 생태계를 오간 만큼 기업 성장 단계에 따른 어려움과 갈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재계 서열 15위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 성공 방식과 기업 문화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춰 평판·브랜드 관리부터 투자처 발굴까지 다양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카카오 변화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정 내정자는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고 거기에 대해 죄책감이 없을 때"라고 실패를 정의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전문가이기도 하다. 카카오벤처스에서 투자한 딥테크 기업 중 75%는 AI 기업이다. 그만큼 다양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의사 출신 심사역을 잇달아 영입하며 헬스케어 투자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이베이와 NHN에서도 꾸준히 신사업을 담당하면서 IT 산업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정 내정자에 대해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고 소개했다.
물갈이 폭 커지고 속도 빨라진다
정 내정자는 김 위원장에게 높은 신임을 받는 인물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정 내정자에게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길 때 "우리나라에 CEO·창업 스토리가 많아야 한다"며 "우리가 그런 판을 만들자"고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올 3월 카카오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면서 차기 CEO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당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함께 이사회에 들어왔지만 배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정 내정자의 입지가 더 커졌다. 지난 9월부터는 역할을 확대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내 사업 부분 총괄을 맡았다. 현재는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쇄신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 본사 대표 교체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의 리더십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 CEO를 포함해 주요 임원진들의 물갈이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계열사 대표 77명은 내년 3~4월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체 계열사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사업 리스크 중심에 놓인 카카오엔터를 비롯해 독점 논란에 휘말린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교체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임기 만료 전에 리더십 교체를 마무리하고 쇄신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 11일 김 위원장은 임직원들과 간담회에서 현 경영진 교체에 대해 "이달 중에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사내 공지에서도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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