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16일 이후 징계 회부... 선거제 퇴행해도 연합정당한다"

박소희 2023. 12. 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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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관심 밖' 처지 체감, 하지만 중소돌도 히트곡 내"

[박소희, 남소연 기자]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정의당에게 녹록지 않은 요즘이다. 2024년 총선을 대비해 가치 중심으로 진보정당들이 손을 잡고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제안에 대한 화답은 예상보다 더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퇴행을 시도 중이다. 류호정 의원은 당의 방침과 달리 금태섭 전 의원과 신당을 만들겠다면서도 탈당은 거부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변호사'로만 불렸던 사람, 본인을 당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당원으로만 규정했던 사람에겐 가혹한 난제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득표율 1.83%)로 내년 총선 비례대표 의석 배분 조건인 '정당 득표율 3%'마저 넘지 못할 당의 위기를 외면하지 못하고 응원석에서 내려와 경기장에 뛰어든 그는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놨다.

- 류호정 의원, 16일까지 탈당 않으면 징계 절차 밟는다.
- 선거연합신당은 1차적인 디딤돌이다. 선거제가 퇴행하더라도 '전략 수정'은 없다.
- '중소돌'이라도 히트곡은 나온다. '우리는 다르다'를 만들고 있다.

그는 유권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당의 현실을 하루하루 체감한다면서도 그 감정을 후회나 의심으로 연결 짓진 않았다.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후회한 적 없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내일을 사는 이유는 오늘 할 일을 후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직전 기자에게 "'당'대표(비대위원장)가 되니깐 '당'이 떨어진다"는 너스레와 함께 빵을 권하던 것과 같은 태도였다. 그 저변에는 정의당, 더 나아가 진보정당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독자적 진보정당이 한국 사회 여의도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를 생각해보면, 저는 있는 쪽이 훨씬 더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갈 수 있다고 본다. 이 당이 없어지는 순간을 생각하면 더 막막하다. 그래서 경기장에 나왔고, 유권자들에게도 '이 당에 와서 정치를 하는 것은 너무 외롭고 힘들더라도, 이 당에 투표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지 않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은 김준우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류호정, 16일 지나면 당기위 제소... 사유는 명백"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류호정 의원이 금태섭 전 의원과 신당을 만들겠다면서 탈당은 안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6일까지 탈당해달라고 했다. (계속 거부하면) 중앙당기위원회에 바로 제소하려 한다. 당규상 제소권한이 비대위에 있다. 또 류 의원을 현 지역위원장·전국위원 당직에서도 직무해제하겠다. 그 다음은 당기위에서 알아서 할 거다. 징계사유는 명백하다. 해당행위니까. 다만 비례대표 1번이 (사실상) 사퇴하는 것이니 유권자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 중이다."

- '진보의 변화'를 상징하는 새 얼굴을 발굴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간판 인물'도 여전히 없다. 원인이 뭘까.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일단 외부에서 영입된 분들이 당적 사고와 행동에 일체감이 부족한 분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예전부터 '진보정당은 인재 영입보다는 내부인물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또 노회찬·심상정 이후 세대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했는데, 우리 당은 국회의원 1명이 그 몫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만으론 국민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열심히들 하는데 국민은 모르지 않나. 잠재적 대선주자급으로, 그 인물이 상징하는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도 부족했던 것 아닐까."

- 정의당이 하려는 일, 대표하려는 사람을 보여줬던 노회찬의 '6411번 버스'와 같은 의제의 부재 혹은 정체 또한 당의 위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열심히 해도 노동중심성이 없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지'란 고민이 있다. 류호정 의원도 타투(합법화)만 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외 의정활동은 기사가 안 되기도 했고 정의당이 그만큼 기대에 충족 못한 면도 있다. 차별과 불평등에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법안을 제출하고 발언했는데 사람들에게 울림, 두근거림을 주는 포인트가 부족했다. 사실보다는 인식이 더 중요해진 세상에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당의 무능이지 누구의 책임은 아니다."

- 너무 혹독한 과제만 놓인 것 아닌가.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관해서 저희는 좀 더 많은, 디테일한 정답을 갖춰야 하는 의무가 있고, 요구도 받는다. 거대 양당은 다소 정책 혁신이 늦더라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데 저희는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가혹하다고 할 수 있고, 외로운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답하지 못하면 존재 의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선거연합은 1차 결집, '관심 밖'이라 초조하지만..."

- 정의당의 총선 핵심 전략은 '가치중심 선거연합정당'이다. 지난 5일 제안에 대해 녹색당은 화답했지만 다른 쪽은 아직 유보적인 편이다.

"진보당이나 노동당은 저희 제안이 다소 급작스럽기 때문에 내부에도 찬반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이 하자'는 제안을 좀더 진정성 있게 하려고 한다. 그들이 이 제안을 받으면 옳고 안 받으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시간의 문제가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세력이 많이 참여한다고 총선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이건 1차 결집이자 디딤돌이다."

- 진보당까지 연대하겠다는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통합진보당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도 없는데 어떻게 통진당인가. 통진당은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과 이정희의 민주노동당, 노회찬·심상정 같은 진보신당 탈당파가 만들었는데, 노동당은 당시에 참여 안 했고 녹색당은 관계도 없다. '통진당의 재림'이라는 것은 색깔론 아니냐는 점에서 유감이다. 또 저희는 불평등과 기후위기, 지역소멸, 양당 기득권 정치에 반대한다는 네 가지 가치를 이야기했다."

- 그러나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위한 비대위 출범 후에도 정당 지지도는 그대로다. 대중들은 별 관심 없다는 뜻 아닌가.

"지난주까지 제가 비대위원장이 된 것도 모르는 기자도 있더라. 원래 알던 사이인데(웃음). 들어와 보니까 정의당에 대한 관심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제가 오면서 그나마 조금 늘어난 부분도 체감하지만, 냉정하게 국민 시선에서 보면 '여전히 (정의당은) 관심 밖이거나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조금이나마 관심을 끌기 위해서 방송 고정 출연, 자체 유튜브 방송 등도 이어가는 것인가.

"사실 비대위원장이 미디어의 최일선에 자주 노출되는 일은 위험하다. 임기 2년짜리 당대표였다면 이런 선택은 안 했다. 그런데 저는 몇 달짜리 비대위원장이고 선거를 앞뒀기 때문에 당의 현재 '스코어'를 위해서 (출연)한다. 악플이 더 달려도 좋으니 좀더 적극적으로 나가려는데 여전히 감을 못 잡는 순간이 있다. 평론가와 정치인의 차이랄까. 특히 당대표(비대위원장)을 맡은 사람으로 적절한 이야기를 하는 중인지 말하다가도 덜컥거리는 순간이 있다."

"선거제 퇴행시 구도 바뀔 것... 이준석 신당? 지지층 안 겹쳐"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국민의힘·민주당이 주도하는 선거제 협상은 내년 총선에서 매우 영향력이 큰 외부 변수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애석하고 유감스럽다. 2월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일단 이번 주부터 진보4당(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병립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회귀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이건 2020년의 반복이다. 거대 양당이 당리당략에 기초해 (선거제도를) 퇴행시키거나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 안에서의 균열 지점이 그 전보다 큰 것 같다. 민주당에서 병립형을 반대하는 분들을 '비명'이라고만 호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까지 연대를 넓혀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유지하는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 하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연동형(총 의석수와 정당득표율을 연동해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가면 비례의석 배분에 제한을 두는 제도) 유지'를 주장하면서 선거제 관련 논쟁이 당내 계파싸움처럼 비치는 경향이 있다.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었다고 할 수 없는데, 지금 '퇴행 반대' 입장을 내는 건 저희가 봤을 때 '저분들 좀 겸연쩍지 않나' 싶다. 정치인이 당리당략에 따라서 논지를 바꾸는 일이 흔하지만, 그래도 (연동형 도입은) 탄핵연대의 연장선상에서 있던 입법이었다. 이 법을 민주당이 퇴행시킨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주류도 차라리 위성정당을 다시 만들지언정 병립형으로 퇴행하는 게 아니라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지 않나. 제도의 퇴행으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 양당은 슬슬 '권역별 병립형(비례대표 47석을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에 합의하려는 분위기 같다. 이 경우 '선거연합' 전략에 수정은 불가피하지 않나.

"저희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자강'이 더 실리일 수 있다. 하지만 각자도생하고 있는 진보정치 세력이 일시라도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지 않냐를 모색하는 차원의 제안이었기 때문에 병립형이든 아니든 (전략 수정은) 저희 당에 허용되는 문법이 아니다. 그러나 권역별 병립형이 될 경우 비례 순번 배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또 권역별 병립형으로 가면 '양당이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도 있을 테고, 선거구도 자체가 달라질 거다. 어쨌든 표의 왜곡은 더 심해질 테고,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국회의 구성도 더 심화할 거다."

- 선거제와 별개로 자의든 타의든 '반윤으로 뭉쳐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역구에서 분투하는 분들이 오랫동안 활동했더라도, 내년 총선에선 반윤 정서 때문에 훨씬 사표심리가 강해질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하지만 (사표심리가) 비례대표 선거에는 연결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한국갤럽 12월 1주차 조사에서도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면 어느 정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하겠나'란 질문에 응답자의 7%라고 답했다. 정당 지지율은 4%인데. 정권 견제론도 높지만 민주당 견제론도 높기 때문에 어떤 가치와 어떤 인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 공간을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정당이 아닌 '이준석 신당'과 같은 제3지대 정당이 차지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이준석 신당은 결국 '바른미래당' 포지션이다. 2017년 대선을 보면 유승민 후보가 심상정 후보를 미세하게 앞섰는데, 둘 다 200만 표 초반대였다. 이준석에게는 유승민의 200만 표가 1차 영토이고, 저희는 다른 곳이다. '양당을 반대하는데 경쟁력 있는 사람'을 뽑는 쪽으로 순수한 제3지대 표 일부가 휩쓸려갈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그 효과를 상당히 봤다. 하지만 당시에도 정의당은 비례 4석을 얻었다. (이준석 신당이 우리의 득표에) 약간의 영향은 있지만 본질적으로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겹치진 않는다."

"중소돌이라고 1등 못하나... 출마는 아직 미정"

- 하지만 정의당이 '정말 변하겠구나'란 인상을 주지 못한다면 이대로 잊힐 위기다.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세력과의 협의로 결정할 일이지만 1번은 노동, 2번은 기후정의 후보로 노동과 녹색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나'라는 의제를 던질 수 있는 분들이 1~2번으로 잘 공천되는 게 (정의당이 변화의 길로) 출발하는 방법일 거다. 그게 리드미컬하거나 세련된 방식이 아니고, 국민의 관심을 충분히 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돌(중소기획사 출신 아이돌)'이라고 1등 못 하나. 대형 레이블이 아니어도 히트곡은 나올 수 있다."

-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정의당만의 확실한 키워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양당도 점점 정책적으로 엇비슷해질 텐데, 정의당이 '그래도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만들고 있다. 11월 5일 전국위원회에서 생태와 돌봄, 평등을 핵심으로 잡은 사회비전을 채택했다. 여기서 출발하되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저는 정의당의 지난 총선 공약 중에 '전문대부터 무상교육'이 제일 좋았다. 이번에는 지방대로 넓히려고 한다.최근 여러 기초단체에서 대학장학금을 지원하더라. 중앙정치에선 저희만 할 얘기. 예전엔 포퓰리즘이라고 했을 얘기를 지역소멸에 맞서는 군 단위에서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기 어려운 세상을 바꾸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청년 문제만 아니라 노인빈곤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도 있다. 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잡는 일이 필요하다. 보편적 복지 담론에만 갇혀서 진보정당의 틀을 못 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한다."

- 출마 여부는 정했나.

"아직도 미정이다. 이제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어서 안 한다고 해도, 한다고 해도 다 거짓말이 될 수 있어서... 진짜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한 설문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사기간 : 2023년 12월 5~7일 - 조사방법 :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 표본오차 : ±3.1%P(95% 신뢰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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