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문화도시…문화로 지역 미래를 방향 짓다
도시 정책과도 연계·협력
대한민국 문화도시 기틀로
전국의 문화도시 24곳이 지역 미래를 방향 짓는 성과를 내고 있다.
13일 전국문화도시협의회에 따르면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도시 발전을 이루고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법정 문화도시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에 걸쳐 총 24곳이 지정됐다. 세부적으로 부천시·서귀포시·영도구·원주시·천안시·청주시·포항시(1차), 강릉시·김해시·부평구·완주군·춘천시(2차), 공주시·목포시·밀양시·수원시·영등포구·익산시(3차), 고창군·달성군·영월군·울산시·의정부시·칠곡군(4차)이다.
문화도시, 지역소멸에 대응하다
문화도시는 사람을 부른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 소멸 위기에 처한 도시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전남 목포시는 근대 역사문화 중심이라는 타이틀에 지역 고유 자산인 다양한 예술을 접목, 융복합 예술 브랜드를 구축하며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문화도시사업 슬로건을 아예 ‘들락날락하는 누구에게나, 호혜로운 문화도시’로 설정하고, 지역을 특성에 맞게 4개 권역으로 나눠 주민은 물론 여행자들과 ‘호혜로움’을 나누고 있다.
강원 영월군은 광산산업 몰락으로 인한 인구감소, 지역 경제 침체 등 문제를 ‘문화의 힘’으로 극복, ‘어두운 석탄광산에서 빛나는 문화광산’으로 거듭날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서양화가, 무용가 등 귀농 활동가와 협업해 식물의 움직임을 본뜬 체조를 만들어 주민에게 보급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가 하면 농로 산책 프로그램과 농장파티를 열어 관광객 유입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문화도시, 도시 정책 연계 및 협력을 주도하다
문화도시는 다양한 도시 정책을 연계하고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은 주무 부처인 문체부뿐만 아니라 지역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타 부처 사업과 연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업과 유연하게 연계·협력하며 시너지를 추구한다.
대표적으로 경남 밀양시의 ‘옛 밀양대학교 햇살문화캠퍼스’ 사업은 문체부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경상남도교육청의 조화를 이뤄냈다. 사업 부지는 지역에서 18년간 방치되던 옛 밀양대 캠퍼스 유휴공간이다.
행안부는 밀양시와 함께 총사업비 120억원을 들여 기존 밀양대 3호관을 활용해 소통협력공간을 조성한다. 고용부는 부지 한켠을 한국폴리텍대학교 밀양캠퍼스로 탈바꿈시키고, 경남교육청은 이곳에 지혜의 바다 도서관을 건립한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호응하며 이곳에서 ‘기억을 미래로’를 주제로 ‘밀양대 페스타’를 개최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기록관리 사업 연계·협력 모델도 눈길을 끈다. 청주시는 고려 우왕 3년 흥덕사에서 찍어낸 ‘직지’를 모태로 ‘기록문화 창의도시’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기록문화 사업은 국토교통부와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각각 운천동·신봉동 일대서 추진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 직지특구사업·동네상권발전소 지원사업과 함께 이뤄지며, 마을의 기록과 주민의 기억을 모아두는 커뮤니티 기록거점인 동네기록관 건립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가 주도해 이곳에 유치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의 청사도 최근 완공돼 문을 열었다.
인천 부평구, 서울 영등포구, 경기 부천시·수원시·의정부시 등 지자체 간 거리를 초월한 ‘문화1호선’ 협력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1차·2차·3차·4차 지정 문화도시에 고루 분포돼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협력한다.
문화1호선은 말 그대로 경인전철 1호선이 주무대다. 산업화 시대 도시성장을 이끈 1호선의 수십년 역사와 이곳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평∼부천∼영등포∼수원∼의정부 1호선 전 구간에는 먼저 홍보 포스터가 게재된다. 전철 내부와 역사에도 캠페인 방송이 송출된다. 역사를 다루는 유명 유튜브 채널과의 협업도 이뤄진다.
문화1호선은 도시별로 공모를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선발하는 등 지역 주민 참여도 이끌어 냈다. 앞으로 이들은 ‘1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새로운 대한민국 문화도시 성공의 기틀
정부는 문화도시 선정을 마치고 본격 사업이 시작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914억원의 국비를 문화도시 사업비로 지원했다. 각 문화도시의 지방비와 타 부처 연계 사업 예산까지 합하면 규모는 곱절로 뛴다.
전국에 고루 분포한 문화도시 24곳은 이 같은 예산을 양분 삼아 체계적인 사업을 펼치며 저마다 특색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첨병 역할을 해 온 ‘법정 문화도시’는 1차 지정 도시의 경우 내년까지, 지난해 4차 선정된 도시는 오는 2027년까지 사업을 이어간다. 오는 2027년까지인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사업 기간과 같다.
이미 문화도시로 지정돼 사업 추진을 경험한 지자체장 등 관계자들은 그러나 지금껏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항상 모자라는 게 예산이고, 시민 공감 형성과 관계부처 조율에 시간은 촉박했다.
특히 어려움에 닥치면 다른 문화도시는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살피는 게 습관이 됐다. 그때마다 해법을 찾았고, 그래서 구성한 게 전국문화도시협의회다.
다양한 시행착오는 고스란히 노하우로 남았다. 24곳 문화도시 관계자들은 기존의 문화도시 성과 DNA가 내년에 새롭게 출범하는 광역권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기틀이 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24곳 문화도시 성과 DNA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냐에 따라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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