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강남·신도시 공실 상가와 도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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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상가가 비어가는 것을 체감한다.
도시의 신속한 조성을 위해 토지 매입 시 일정 기간 이내에 착공 및 준공 의무가 부여된 곳이 많기 때문에 공실 발생이 명약관화하더라도 상가는 계속 공급되고 있다.
상가건축을 전제로 공급되던 신도시 상업용지의 비중은 대폭 낮아져야 한다.
장기간 공실로 남아있는 신도시 상가들의 경우 오피스 또는 주거용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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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상가가 비어가는 것을 체감한다. 대로변의 오랫동안 모두가 입점을 희망하던 곳도 속절없이 공실로 변해간다. 상가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도시의 활력을 유지해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소유자에게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해줌으로써 해당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 번의 투자로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상가는 많은 사람에게 자산증식과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주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온라인 위주로의 생활양식 변화와 인구 감소,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상가는 이제 도시의 골칫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다.
경제력과 소비력의 중심이라고 여겨지는 서울의 강남에서도 상가는 점점 비어가고 있다. 신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상가들이 공급되면서 건물 대부분이 비어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상가는 계속 공급되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도시의 신속한 조성을 위해 토지 매입 시 일정 기간 이내에 착공 및 준공 의무가 부여된 곳이 많기 때문에 공실 발생이 명약관화하더라도 상가는 계속 공급되고 있다. 각자의 이유는 있지만, 상가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강남의 거리를 거닐면서 공실로 남아있는 상가들을 관찰해보면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애매한 가격대의 고급화를 추구하던 상가들이다. 일반적인 것보다는 좋은 품질과 독특함을 가지고 있지만, 선뜻 가격을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제품들을 취급하던 곳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의 생활밀착형 가게들이나 초고가의 명품들은 나름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고려해볼 때 소비의 양극화가 상가의 몰락을 가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축 건물의 상가들이다. 최근 치솟은 토지가격을 감내하고 매수해서 건물을 신축한 경우 적정 수익률을 위해서는 고가의 임대료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물주들이 원하는 임대료를 내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장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번듯한 신축건물의 1층 상가들이 텅 비어있게 된다. 예상했던 현금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출이자 상환은 점점 힘들어진다. 상가의 몰락은 경기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재건축·재개발 및 신도시 조성 시 상가공급을 기존과 비교해 대폭 감소시켜야 한다. 상가건축을 전제로 공급되던 신도시 상업용지의 비중은 대폭 낮아져야 한다. 도시 활력 유지를 이유로 일부 재건축 단지에 강요되고 있는 연도형 상가조성도 중단되어야 한다. 장기간 공실로 남아있는 신도시 상가들의 경우 오피스 또는 주거용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도적 보완과 신설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가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상가를 보유하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사회의 흐름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물리적 공간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의 수요가 아닌 미래의 변화를 염두에 둔 도시공간의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은 힘들지만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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