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미디어 2023' 혁신과 혼돈

임철영 2023. 12.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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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내 미디어업계는 이렇다 할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기술의 혁신과 거버넌스(governance)의 변화 그리고 정쟁의 한 가운데에서 온갖 부침을 겪었다.

연초부터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친 화두였고, 그 가운데 미디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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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상업화 영향력 확대
미디어 구조적 위기·정치 격랑 속
스스로 '저널리즘' 돌파구 찾아야

‘가짜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거대 포털의 정책 변화, 보도채널 매각, 공영방송 정상화, 방송 3법, 뉴스 신뢰도 28%’

2023년 국내 미디어업계는 이렇다 할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기술의 혁신과 거버넌스(governance)의 변화 그리고 정쟁의 한 가운데에서 온갖 부침을 겪었다. 연초부터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친 화두였고, 그 가운데 미디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는 무기력하게 뉴스 플랫폼의 주도권을 내어 준 거대 포털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생존을 걱정했다.

미디어는 올해 내내 비관과 낙관 사이의 어딘가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세계신문협회는 전 세계 언론사의 70%가 뉴스룸에서 AI가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I가 저널리스트들을 위해 일하게 하기 위한 미디어 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당부를 보탰다. 일각에서는 주요 기술기업과 개별적으로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언론 정책은 굵직한 화두였다. 정치권은 허위 정보(disinformation)로 통용됐던 기존의 개념을 확장해 뉴스 콘텐츠를 가짜(fake) 논쟁에 밀어 넣었다. 진영을 불문하고 언론의 비판 기능을 편파적이라고 몰아부쳤고, 진실을 찾는 탐사 기능을 권력과 결탁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언론=민주주의의 근간’ 이라는 명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단하려는 시도와 ‘프레이밍(Framing)’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과정에서 진영의 한쪽은 방통위를 앞세워 행정력을, 다른 한쪽은 국회 입법권을 동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개설해 운영에 들어갔고, 과거 대통령 발언 관련 보도 이력을 들어 언론사에 대한 제재를 이어갔다. 같은 시기 국회에서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 3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됐다.

언론사의 거버넌스와 뉴스 콘텐츠 제작·유통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했다. 방통위의 공영방송 정상화 기치로 한국방송공사(KBS)는 대대적인 인적·물적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고, 기조는 다른 언론사로 확대되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YTN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유진그룹에 의해 준공영에서 민영화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부 눈치를 보던 국내 거대 포털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중단하고, 뉴스 검색 정책을 바꾸면서 코드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 미디어 업계에 불어 닥친 변화와 부침은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생성형 AI의 고도화와 상업화는 속도를 더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고, 내년 4월 총선에 맞춰진 정치권의 시계(視界) 탓에 발전적 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교롭게도 국내 뉴스 신뢰도 마저 아·태지역에서 가장 낮은 28%(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불과했다.

미디어 업계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 되지 않지만, 운율은 반복한다’고 했다. 미디어가 구조적 위기와 시대적 격랑에 직면할 때마다 소환해온 가치는 ‘저널리즘’이었다.

임철영 전략기획팀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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