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지방 소외, 자치분권주의자들 국회 대거 입성해야”[인터뷰]

김태훈 2023. 12.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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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최초의 여성구청장 출신으로 현 더불어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 활동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초대회장 지내면서 지역 관광정책 지대한 관심
소외된 지방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회에 올바로 전달해 정책 설계·수립 의지
4일 충무로 어스돔에서 인터뷰 가진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정현(58) 최고위원(지명직)은 대전광역시 최초의 여성구청장(민선 7기)으로 선출됐던 법학을 전공한 환경 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이다.

박 최고위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활동 중이다. 언론에서나 국회 안팎에서는 박 최고위원을 ‘친명(친 이재명 대표)계’로 분류한다.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아니었다. 최고위원 지명 전까지 따로 식사 한 번 같이 한 적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 정책에 관해서는 나의 롤모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대표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같은 정책은 대덕구청장 임무를 수행할 때 내가 추구하는 것과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충청권 몫’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앉은 박 최고위원에게는 ‘친명이냐 아니냐’에 대한 생각 보다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 발전에 대한 생각이 더 많다. 박 최고위원에게는 자치 분권 확립에 대한 고민이 더 깊고 중요한 문제다.

좀 더 정교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박 최고위원은 과거 대덕구청장 시절에도 기초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공정 생태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2018년)했고, (공정)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초대회장까지 지냈다.

지방의 시급한 선결 과제들과 자치분권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주장하는 박 최고위원을 만나 지방 발전과 자치분권에 대한 고민, 그리고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을 들어봤다.

4일 충무로 어스돔에서 인터뷰 가진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자치분권의 상징 도시라 할 수 있는 대전에서 시의원과 대덕구청장(민선 7기)을 역임했다. 박 최고위원의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

- 고민이 참 많다. 우리는 지방분권 국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목숨을 건 13일 단식으로 31년 만에 지방자치제(지방선거)가 부활했다.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왔지만, 내 판단으로는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균형발전) 분권 수준에 멈춰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치분권은 물리적 기반을 이동시키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마치 정조가 노론의 세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원 화성으로 궁을 옮기려했던 것처럼 지리적 공간을 이동시키면서 수도권에서의 이해관계나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결기가 묻어났다. 수도권에 집중된 물적, 인적 자원의 공간 이동을 통해 분리하고자 행정수도 이전을 선언했고, 그로 인해 충청권은 물론 지방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행정 복합 중심도시로 조금 축소되어 진행됐지만, 이후에도 혁신도시 등을 만들어 공공기관들을 이전시켰다. 서울에 집중된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면서 지역 발전을 촉발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제는 그것보다 질적으로 더 전환이 되어야 한다.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발전 전략을 지방이 주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치분권 균형발전과 관련된 계획을 중앙(정부)에서 다 주무르고 있다. 중앙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 시점인데 중앙이 그것을 막고 있다. 공모사업만 봐도 그렇다. 공모사업 내 틀이 하나하나 다 규정되어 있다. 포괄적으로 공모사업을 해 지역에서 세부계획을 짜 공모에 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A부터 Z까지 중앙정부에서 틀을 만들어놓는다.

재정분권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6:4까지 만들어 가보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는 되지 않았다. 현재는 7:3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수 구조의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활력 있는 지방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Q: 대덕구청장 시절 기초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공정 생태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공정)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초대회장까지 지냈다. 지속가능관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조례를 만들 때의 문제의식을 설명하자면, 모든 지방정부에는 관광과가 있지만, 대부분 컨셉이 약했다. 그렇다보니 (지자체)서로 따라하고 베끼기 일쑤였다. ‘관광=건설~개발’이라는 인식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누가 출렁다리 더 길게 만드나’를 경주하듯. 결국 그렇게 되면 제로섬 게임이지 않나. 우리 대전도 보문산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내가 볼 때 보문산을 개발한다고 외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보문산은 대전 정중앙에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이 따뜻하게 품을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그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해서 얼마나 크게 달라지겠나. ‘차라리 그럴 바에는 대전역에서 보문산까지 케이블카를 놓고 조망하는 편이 낫다’는 농담도 들린다. 관광을 놓고 건설이나 개발이라는 틀에 갇히면 이런 것밖에 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느냐. 그렇지도 않다. 결국은 환경을 고려하고 돈도 지역에 쓰게 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자 세계적인 트렌드다. 그런 트렌드를 한국에서 조금 더 일반화시키기 위해서 ‘행정을 통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공정)지속가능관광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례도 만들고 기본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사업도 했다. 지속가능관광이라는 것은 결국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관광기구에서 관광객을 모집할 때 1호는 지역주민이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을 잘 파악하고 느낀 뒤 외부에 나가 ‘우리 지역에 이런 것도 있다. 와봐라’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광이 진정으로 활성화 될 수 있다. 살고 있는 지역의 관광지에 대한 이해도 없고 관심이 없는데 외부에서 그것을 보러 오겠나. 또 제대로 된 홍보가 될 수 있겠나.

4일 충무로 어스돔에서 인터뷰 가진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에도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관광이 있고, 정부도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지자체 중심의 관광을 통한 지역소멸 대응을 언급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펼치고 있는 지역중심 관광(스포츠마케팅융합)은 고향사랑기부제 취지와도 유사하다. 두 정책의 시너지 효과는 가능할까.

- 핵심은 관계인구 같다. (관광객이)숙박하지 않고 잠시 방문만 하고 떠난다면 지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 오는 것보다 당연히 낫겠지만, 지역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의미가 크지 않다. 지속적으로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관광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인구가 늘어난다. 그런 면에서 고향사랑기부제와 지속가능관광의 콜라보는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의미가 깊지 않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앞으로 청년들의 고향은 대부분 서울-수도권이다. 지역에서 태어나도 고향 개념이 깊지 않다. 내가 사는 현재 지역이 중요하지 내가 태어난 곳에 대한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지역으로 올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을 세워야 하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와서 보고 이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해야 한다. 앞으로 이중 주소지도 도입한다고 한다. 방문 후 해당 지역이 마음에 들면 그 지역에 주소지를 하나 더 두고 관계인구로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고향사랑기부제 시스템으로는 지역 발전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현재 행정안전부 운영 단일 플랫폼(고향사랑e음)은 유저의 접근성이나 편리성, 효율성 면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사실상 눈에 띄는 이벤트도 추진할 수 없다. ‘내가 모금하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와 같은 시스템이다. 모금을 하려면 후원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왜 당신이 이 지역에 기부를 해야 하는지 설득 및 홍보를 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도록 기부자를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지금의 플랫폼으로는 불가능하다. 모금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는 게 문제다. 선거법과 맞물리는 문제도 있지만,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 지금의 플랫폼으로는 답례품 경쟁 수준 밖에.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것 외에도 지자체가 민간 또는 재단 통해 플랫폼 만들어 정상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플랫폼을 쓰는 지자체도 있고, 민간 플랫폼을 쓰는 지자체도 있고, 지자체가 재단을 통해 플랫폼을 제작하는 것도 있게 다양화시켜 기부자들이 고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역에 기부하고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매우 큰 잠재력을 품고 있는 구조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가 약 2000만 명 정도 된다 한다. 2000만 중 절반 수준의 근로소득자가 10만 원씩 참여해도 세액공제와 답례품으로 그 이상의 수입을 챙길 수 있다. 안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렇게만 되더라도 1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그렇게 커질 수 있는 시장을 정부가 쥐락펴락하면서 300억대 정도의 시장으로 쪼그라들게 만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을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지방 정부에 진정성 있게 물어보지 않는다. 지방 정부가 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소외시킨다. 그럴 거면 뭣하러 분권하나. 다 임명하고 말지. 여의도(국회)에도 분권 개념이 없다. 내년에 정말 지차분권주의자들이 여의도에 대거 입성해야 하는 이유다.

4일 충무로 어스돔에서 인터뷰 가진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초대회장 출신으로서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소개해달라.

- 지방정부마다 관광정책을 세운다. 그런데 그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많다. 실제 그 지역의 환경이나 지역 주민들 삶에 보탬이 되지 않는 쪽으로 흐르는 것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지역의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관광이라는 상품을 통해 서로 행복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에 얼마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또 중앙에 그런 내용들을 제안해 예산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관광~고향사랑기부제 등과 같은 제도 정비와 법 제도를 같이 고민하고 학습하고. 포럼 등을 통해 외국의 사례들도 전파하는 그런 일들을 주로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30여 개 지자체가 참여했는데 나를 포함해 낙선한 분들이 있어서 현재는 20여 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훌륭하신 광주 동구청장(임택)님이 회장을 하셔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4일 충무로 어스돔에서 인터뷰 가진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협의회 초대 회장으로서 지속가능관광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회 내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지방 정부를 서포트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앙의 관광정책이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잘 반영하는 정책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고 싶다. ‘충청 몫’이라는 것도 결국 지방의 몫이라는 의미다. 지금 국회의원 수도 거의 절반이 수도권이라 지방의 사정을 제대로 모른다. 지역의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저는 지역에서 행정을 집행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역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솔루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 국회 입성에 도전해보려 한다. 현재 최고위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최고위원회에 피력해서 반영토록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

최근 50조의 세수가 펑크 났다. 그러면서 지방교부세는 20조 이상 펑크가 났다. 내년에도 약 8조 이상이 예산 편성이 덜 되어 있다. 지방은 교부세가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상태라면 지방에서 추진하는 많은 사업들이 스톱된다. 지방 정부가 움직이는 게 지역 골목 경제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 경제 또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잘못한 것은 중앙이지)지방이 잘못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와 내용이 나오면 그것을 근거로 지속적으로 중앙 정부에 대항할 생각이다. 지도부에서도 관련 내용들이 수렴될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하려 한다. 현재 여의도에는 분권개념이 너무 약하다. 분권주의자들이 대거 입성해야 한다.

Q: 위원님의 최종적인 정치적 목표를 말해달라

-앞으로 정치를 하면서 세 가지 과제를 풀고 싶다. 양극화 불평등 문제 해소,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자치분권 확립이다. 그 중에서도 자치분권 확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나 광역시장과 같은 권한이 필요하다. 구청장으로서는 못 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어떤 것이 부족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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