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訪美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지원 호소

"우크라 방어 덕 유럽 안전" 강조
바이든, 변함없는 지지 뜻 밝혀
"가능한 한 무기 지원 계속"
美 여론 악화…의회 통과 불투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 지원 등 변함없는 지지 의사로 답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악화로 긴급 안보 지원 예산안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공화당은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와 미국인은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우크라이나에 주요 무기와 장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겠다"며 "우리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는 자부심, 자유, 서구에 견고한 뿌리를 둔 이 전쟁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 의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의회가 타협해야 한다. 푸틴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2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대공 요격기, 대포, 탄약 등이 지원안에 포함됐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에는 "필요한 한(as long as it takes)"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가능한 한(as long as we can)"으로 표현이 완화됐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지원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침략자에게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방어 덕분에 다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이뤄진 미 의회 지도부와의 회동과 관련해 "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승인에 대한) 신호를 받았고 긍정적인 수준 이상이었다"면서도 "구체적인 결과에 의지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이 우크라이나 600억달러 지원을 포함한 1100억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 통과에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자, 크리스마스 휴가 전 예산안 처리를 호소하기 위해 긴급히 미국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빈 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 후 백악관은 "승리할 분명한 전략이 없다"며 "미국인들을 빚지게 하는 답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여론도 우크라이나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주요 외신과 미시간 로스가 지난 5~6일 미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48%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 금액이 "너무 많다"고 여겼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전 두 차례 방미 때와는 달리 레드카펫이 깔리지도 않고, 기념식 팡파르도 울리지 않았다"며 "(백악관의) 신규 자금 지원 노력을 둘러싼 비관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