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자해 청소년을 위한 조언

2023. 12. 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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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말했던 자해하는 여중생 Y는 불안한 감정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손목을 그으면서 고통을 느끼면 불안함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던 거다.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과의 동행이 힘들고 견디기 힘들었던 Y는 불안과 투쟁을 했던 거다.

물론 부모나 선생님은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 주고 얼마나 고통스러울지에 대해 수용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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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나 선생님, 공감과 수용이 중요

지난 칼럼에서 말했던 자해하는 여중생 Y는 불안한 감정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손목을 그으면서 고통을 느끼면 불안함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던 거다.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과의 동행이 힘들고 견디기 힘들었던 Y는 불안과 투쟁을 했던 거다.

하지만 그런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이 아니면 불안의 일시적 해소도 점점 어려워졌다. ‘수영장에서 비치볼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비치볼을 물속을 감추려고 힘을 주어 공을 밀어 넣을수록 힘을 잠시라도 빼는 순간 공은 더 센 힘으로 튀어 오르지 않던가?’ 이 힘과 맞서려면 지속해서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헛된 노력이다. 힘을 빼면 비치볼은 공중으로 치솟아 버릴 것이다. 그러니 쓸데없는 곳에 힘쓰지 말고 감정이 오고 가는 건 그냥 내버려 두고 행동을 바꾸어 보자.

먼저 자신의 삶에서 도전이 되었던 순간을 떠올려 적어보자. 그런 순간 잘 대처했던 경험, 미흡하게 대처했던 경험을 찾아보자. 대개 잘못 대처했던 걸 더 많이 기억해내겠지만, 도전을 피하지 않고 잘 대처했던 순간도 감추어져 보이지 않을 뿐, 작게나마 분명히 존재한다. 이 숨겨진 조각을 찾아내 의미를 부여해준다. 또 잘못 대처했던 기억에 대해서 ‘지금의 나’라고 가정, 그 순간으로 들어가 현명한 방법을 찾아본다. 그리고 부정적인 경험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거다. 위험한 순간에 대처해온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다음에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보자. 사람, 장소, 반려동물, 좋아하는 물건, 그림, 책, 소지품 같은 것, 티켓, 장난감, 받았던 선물 등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엇이든 좋다. 그리고 그에게 의미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 과정에서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들,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울고 웃게 하며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들을 찾아서 만지고 느껴보면서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가치에 대한 단서를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만 떠올리던 것에서 전환되어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다. 주의할 점은 꿈이 부모나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가 아니고, 성취와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저 청소년 자신이 원하는 삶, 활력을 주는 그 무엇이라는 거다.

부정적인 감정이 해결된 후에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부정적인 감정은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되거나,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 무엇이 된다. 그래야 감정을 회피하지 않게 되고 삶을 회피하지 않게 된다.

물론 부모나 선생님은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 주고 얼마나 고통스러울지에 대해 수용해주어야 한다. 공감과 수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 힘든 과정임을 공감해 주고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심할 때는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아보면 좋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 킥 판을 갖고 연습을 하다가 익숙해지면 킥 판이 없어도 물에 떠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약물은 킥 판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힘든 감정과 싸움은 거인과의 줄다리기와 같다. 죽을 힘을 다해도 결국 이길 수 없다. 단지 줄다리기의 줄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답이 보인다. 줄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운 두 팔과 다리로 의미 있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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