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휴대폰 모두 먹통... 이 영화가 보여준 끔찍한 현실
[김동근 기자]
▲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포스터 |
ⓒ 넷플릭스 |
우리는 쉽게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생소했고, 오직 TV나 라디오, 신문잡지로 대부분의 정보가 전달되었다. 지금 보다 많이 느린 속도로 전달되었던 정보지만 그것으로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궁금한 정보는 전달되었고, 여러 가지 편리한 기술들도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그 속도는 느렸지만 온 세계는 그런 정보가 대부분 전달되었다. 더 옛날로 시계를 돌려도 마찬가지다. 느리지만 어쨌든 정보는 조금씩 전달되었고, 그것이 여러 나라를 연결하고 꽤 먼 나라와도 연결되어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섞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세상이다. 게다가 정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어떤 것을 골라서 믿고 써야 할지 헷갈린다. 인터넷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 정보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 과정 자체는 무척 빠르게 진행된다. 그렇게 다양한 정보들은 순식간에 전달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대사회다. 그런데 만약 현대의 모든 정보전달망이 갑자기 한순간에 모두 망가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바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다.
▲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장면 |
ⓒ 넷플릭스 |
영화 초반 어맨다(줄리아 로버츠)와 클레이(에단 호크) 그리고 아이들인 아치(찰리 에번스)와 로즈(파라 메켄지)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커다란 임대주택으로 떠난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임대주택을 예약하고 가족들을 이끈 건 아내 어맨다의 의도였다. 그는 조금은 게으른 듯한 남편 클레이에게 출발 당일 아침에 이야기해 급작스럽게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이때 어맨다라는 인물이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혼자서 계획을 하고 있었을 수는 있지만 전체 이야기 속에서 그는 아주 디테일한 계획을 하고 여행을 떠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여행 계획이 다른 가족, 특히 남편에 의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당일에 남편에게 선전포고하듯 여행을 통보하고 같이 임대주택으로 향한다.
어맨다의 가족이 도착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난 이후, 전기와 TV가 끊기고 휴대폰도 되지 않게 된다. 그때부터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는 어맨다는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여기에 스콧(마허샬라 알리)과 그의 딸 루스(마이할라 헤럴드)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면서 그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어맨다는 이 임대 주택의 원래 주인이라는 스콧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이 임대주택의 주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고, 그 증거를 찾아볼 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맨다는 그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전부 없어졌다는 것이 어맨다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영화 내내 불안하게 보이는 어맨다는 오랜만에 찾아온 이 여행이 깨지면 안 되는 강박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불쑥 찾아온 스콧과 그의 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평화를 깨버린 인물들로 인식된다. 그래서 어맨다는 스콧에게 계속 딱딱하고 불만 섞인 말들을 내뱉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 불안에 잠식되게 만든다. 어맨다의 금방 폭발할 것 같은 불안함이 더 불안을 느끼게 한다.
▲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장면 |
ⓒ 넷플릭스 |
스콧은 초반엔 실제로 그가 임대주택의 주인인지 의심이 가게 행동한다. 그는 어딘가 나사 풀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조금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어맨다와 클레이에게 계속 이야기를 시도한다. 영화는 그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서 그의 입을 통해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그는 무언가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안전한 곳에서 잠시 피해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해커가 통신체계를 망가뜨린 것 같다는 말도 전하면서 아무 정보도 없던 어맨다 가족에게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스콧의 행동은 왠지 힘이 없어 보인다. 그는 어맨다의 짜증과 의심에도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가 자신의 집 열쇠 꾸러미를 들고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는 모습을 통해 이 집이 스콧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왜 그렇게 힘이 없을까. 그는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오고 있는 부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뭔가 알고 있는 듯, 자신의 딸에게도 엄마가 무사한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진짜 스콧이 알지 못했을 수 있지만 영화 중반 스콧이 동네 지인의 집에 가서 겪는 일을 보고 나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콧은 주변 인물들에게 미안함을 계속 전달한다. 어맨다에게도 자신이 불쑥 다시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딸에게도 미안함을 전달한다. 영화 말미에 이웃인 대니(케빈 베이컨)의 집에 가서도 그는 대니에게 미안함을 전달한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 안에서 가장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 모든 정보 단절 사건이 벌어지기 전 그는 정부의 주요 인물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기에 그는 이야기하길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 정보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것이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으며, 그것이 진짜인지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 인물들의 불안만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스콧은 모든 정보를 주변에 꺼내 놓지 않는다. 그러니까 스콧은 불안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인데, 그의 그런 선택은 무의식 중에 그가 가진 미안함을 드러나게 한다. 그의 힘없음은 그런 그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장면 |
ⓒ 넷플릭스 |
이 영화 안에서 가장 수동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클레이일 것이다. 그는 이 여행을 원하지 않았다. 아내 어맨다에게 아침에 갑자기 통보받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그는 이 여행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길을 나섰고, 그 여행에서 이상한 일들을 목격했다. 해변가에서 가족들과 놀다 커다란 배가 갑자기 해변으로 들이닥치는 걸 경험했고, 스콧 일행이 집에 오고 나서 외부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차를 끌고 나가지만 텅 빈 거리에서 이상한 드론을 만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의도한 것을 대부분 이루지 못한다. 늦잠을 자지 못했고, 해변에서 제대로 쉬지 못했다. 여기에 외부로 나가서는 GPS가 작동하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이상한 드론을 만나 빨간 전단지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러니까 외부의 상황을 전혀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 안에서 클레이는 그렇게 중요한 캐릭터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클레이는 가장 준비되지 않은 인물로 어쩌면 현재의 우리들과 가장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클레이의 상황들에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자신을 대입하면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클레이는 정보가 모두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가장 허망함을 느낀다. 그는 그가 가진 대부분의 자유를 빼앗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레이는 이야기의 끝까지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는 인물이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의 말미 그가 위협적인 이웃으로부터 약을 얻어내는 장면에서 그가 이 상황을 얼마나 절박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모든 정보가 끊긴다면?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훌륭한 상상력으로 만든 영화다. 루만 일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가 설립한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의 첫 작품이다. 만약 갑자기 국가의 모든 정보가 끊긴다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무척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음향과 독특한 화면으로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 어맨다는 관객들에게 정보가 끊겼을 때의 불안감이나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느낌을 전달한다. 그리고 남편 클레이를 통해서는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대한 황망함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중간에 등장하는 스캇을 통해서는 이미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 자가 가질 수 있는 미안함과 공포를 전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이야기 속의 청소년 아이들이 겪는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우리에게 즉각적인 정보와 정보 탐색 도구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쩌면 영화는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 정보가 없다면 우리 모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계속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를 힘들게 탐색할 것인가, 아니면 한 장소에 머물면서 원래 하던 안전한 생활을 할 것인가. 마지막 꼬마의 선택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 상황에서 그 일이 아이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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