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보다 독하고 오래간다" 아이들 위협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이명환 2023. 12.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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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 일반 감기와 달리 호전이 늦고 고열 등의 증상이 이어진다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병원이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어린이와 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12일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성 교수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일반 감기와 달리 오래 지속되는 고열과 기침·가래, 몸살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이는 독감과 비슷한 증상인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는 엑스레이를 촬영하거나 청진했을 때 폐음이 안 좋고 심한 폐렴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이 같은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박 교수는 "일반 감기는 콧물이 먼저 나고 기침이 난 뒤 3~4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기 마련"이라면서 "마이코플라즈마는 세균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심해지는데, 기침이나 가래, 발열, 오한, 인후통이 등 증상이 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마이코플라즈마에 감염됐을 땐 무증상인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어릴수록 증상이 잘 발현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12세 이하 어린이들이다. 11월 첫째 주 174명이었던 국내 입원환자는 이달 첫째 주엔 249명을 기록했다. 입원환자는 주로 12세 이하 소아층에서 발병했는데, 12월 첫째 주 기준 12세 이하 소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8.3%에 달한다. 박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에 감염됐을 때 가장 흔한 증상은 무증상"이라며 "일부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폐렴에 걸리는데 그 정도가 어리면 어릴수록 증상이 잘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보이는 것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특징 중 하나다. 마이코플라즈마는 2019년 국내 조사에서 이미 80% 정도가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감염 시) 일단 1차 치료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지침으로 돼 있다. 아이가 너무 힘들고 치료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경구 스테로이드를 추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치료에는 주로 2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사용된다. 마이코플라즈마 바이러스가 다른 세균과 달리 세포벽이 없어서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균을 치료할 때 세포벽을 허물어서 세균이 죽게끔 만드는데, 마이코플라즈마는 이미 세포벽이 없어 일반적인 항생제는 듣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마이코플라즈마와 같은 세포벽이 없는 세균을 죽이기 위한 항생제를 추가해서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증상이 나아졌더라도 항생제를 충분한 기간 복용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항생제를 처방받았을 때 충분한 기간을 사용하지 않고 중간에 끊거나 불충분하게 사용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내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증상이 모두 나았다고 했을 경우에도 정해진 치료 기간만큼 충분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중증 증세를 보여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의심되는 어린이는 소아응급실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중증을 판단하는 기준은 ▲빨라지는 호흡수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거나 숨쉬기가 힘들기 때문에 목이나 갈비뼈에 있는 근육들을 사용해 숨 쉬는 모습 등이 있다. 아이의 의식이 흐릿한 경우에도 중증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마이코플라즈마의 치명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박 교수는 "웬만해서는 중환자실까지 가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아주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 마이코플라즈마에 감염됐을 때 아이가 의식이 너무 처지거나 식이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컨디션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에는 상급병원에서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이코플라즈마는 비말 전파이기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예방수칙 준수로 예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는) 비말 전파이기 때문에 걸린 사람과 주변인이 모두 마스크를 쓴다면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일반적인 손 씻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의료계-관계부처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유행 증가에 대비해 소아병상 수급을 점검하는 동시에 질병청과 함께 내성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사용기준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치료법이 잘 알려져 있어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제약사들은 마이코플라즈마를 비롯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항생제와 진단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노아바이오텍과 함께 세균의 내성을 극복해낼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을 시작했다. HLB파나진도 폐렴 및 호흡기감염병과 항생제 내성 분야의 진단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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