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멍으로 척추신경 압박 풀어… 수술 작아도 의료진 경험 중요
척추, 약물·물리 치료 효과 없으면 수술
1㎝ 작은 구멍으로 신경압박 조직 제거
분당 서울나우병원, 여러 최소 수술 적용
수술 작아져도 의료진 경험 따져봐야
척추는 기본적으로 퇴화하는 조직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은 점점 제 자리에서 벗어난다. 이탈한 추간판이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디스크라 부르는 '추간판 탈출증'이다. 또 추간판이나 인대, 후관절의 변형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은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 질환의 양대 산맥이라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보존적인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통증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척추 질환 수술에서도 내시경이 적용되고 있다. 조직 손상 정도가 적어서 회복 속도도 빠르고 합병증 위험도 작다. 척추·관절 치료 분야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척추센터'를 운영하는 분당 서울나우병원을 찾았다.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 없으면 수술 필요
척추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환자의 80~90%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과 같은 보존적인 방법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척추수술은 약 12만8000건이 시행됐는데, 진단 후 3년 이내 수술을 받은 비율은 9.9%에 그쳤다. 다만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거나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고, 신경 압박으로 인해 소변이나 대변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졌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척추 수술에 대한 인식이다. '수술 받아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차피 재발한다' 등과 같은 오해가 깔려 있다. 두 가지 원인을 추정해볼 수 있다. 먼저 과거에 시행했던 척추 수술이다. 국내 척추 수술은 1970년대부터 시행됐는데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절개술이 주를 이뤘다. 병변의 크기가 작아도 10~15㎝를 절개하는 탓에 출혈과 주변 조직 손상 정도가 컸다. 전신 마취도 필수였고 수술 시간도 길다 보니 예후가 좋지 않았다. 이러한 수술 경험이 전해지며 척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나머지 원인 하나는 척추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의 부재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 수술은 관절 간격이 많이 좁아진 3기 이상 환자가 일상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호소할 때 고려한다. 그런데 척추 질환은 병기와 이에 따른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교과서적인 수술 판단 기준은 '기능 저하' 뿐이다. 엑스레이나 CT 촬영 결과처럼 객관적인 지표는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기능 저하 정도를 판단하는 방법은 의료진마다 다르다. 마비 증상 하나만 해도 10분 동안 걷는 걸 본다거나 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을 누른 다음 들어보라고 하는 등 다양하다. 수술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의료진마다 다르면 환자 입장에서는 불신이 커질 수 있다.
1㎝보다 작은 구멍 안으로 신경 압박하는 조직 제거
부정적인 인식을 이유로 수술을 미루다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척추 질환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제 때 치료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분당서울나우병원 척추센터 김도영 원장은 "척추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높은 연령과 만성질환 병력은 물론, 영상 결과와 증상이 일치하지 않을 때, 골다공증이 있을 때, 수술 시기가 늦어졌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병변의 크기에 맞게 절개 부위도 최소화하는 내시경 수술법이 적용되고 있다. 1㎝보다 작은 직경의 구멍을 뚫은 다음 신경 압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내시경과 수술 기구가 등 쪽에서 들어간다면 가장 먼저 '후궁'이라고 불리는 척추 뼈의 지붕을 만나게 된다. 후궁을 뚫고 들어가면 신경을 감싸며 척추 뼈를 연결해주는 황색인대가 나타난다. 추간판 탈출증 환자는 자리를 이탈한 디스크가 황색인대를 누르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신경다발을 한쪽으로 치운 다음 황색인대를 압박하는 디스크를 제거해줘야 한다. 척추 협착증 환자는 황색인대에 변성이 왔기 때문에 제거 부위가 더 광범위하다. 이렇게 신경을 누르고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방법이 '감압술'이다.
척추 질환에 있어 내시경 수술은 뚫는 구멍의 개수에 따라 단방향, 양방향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단방향 내시경은 조직 손상의 정도가 적다. 전통적인 절개술의 조직 손상 정도를 100이라 했을 때 단방향 내시경은 10, 양방향 내시경은 20~30 정도다. 다만, 양방향은 내시경은 내시경과 수술 기구가 따로 들어가는 덕분에 의료진 입장에서 움직임의 자유도가 높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수술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고령층이나 신장 기능이 안 좋은 환자는 조직 손상 정도가 커지면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방향 내시경이 유리할 수 있다. 신경을 압박하는 부분이 너무 넓거나 척추 불안정성이 크다면 '고정술'이나 '유합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나우병원 척추센터 강지인 원장은 "요즘에는 유합술도 내시경으로 커버를 하는 추세"라며 "다만 전통적인 절개술로 접근하는 게 유리한 경우도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른손익을 철저히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진 경험 따져보고 수술 후 관리에 힘써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환자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상담 받을 때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하는지, 치료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김도영 원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환자들에게 수술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최대한 설명하려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그래도 걱정된다면 최소 3곳의 병원이 같은 판단을 내릴 때 수술을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의료진의 경험이다. 제아무리 내시경의 조직 손상 정도가 작다고 하더라도 합병증이 없는 건 아니다.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혈종으로 재수술을 할 수도 있고 신경 손상이 발생하면 응급 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신경 압박 부위를 제거한 다음 남은 조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의료진 경험이 좌우한다. 번거롭겠지만 의료진의 수술 횟수부터 깊게는 의료진이 어떤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는지까지 따져보는 게 도움될 수 있다.
수술을 받은 다음에 전과 같이 생활하면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 척추 질환 치료에서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건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길잡이를 하는 정도다. 강지인 원장은 "재활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등 환자가 꾸준히 노력해야 오랫동안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다"며 "골다공증은 척추 수술의 예후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수술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므로 평소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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