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패 BNK 연말 분위기, '안방 2연전'에 달렸다
[양형석 기자]
전체 일정의 1/3을 소화한 여자프로농구는 시즌 개막 전부터 '양강'으로 꼽힌 우리은행 우리WON과 KB스타즈가 나란히 9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치열한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KB는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3위권과의 승차를 4경기 이상 벌렸을 정도로 나머지 4개 구단들에 비해 한 발 앞선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큰 이번이 없는 한 우리은행과 KB 중 한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매우 높다.
우리은행과 KB를 제외하면 최근 하나원큐의 상승세를 주목할 만하다. 최근 두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에도 4연패로 출발했지만 이후 7경기에서 5승2패를 기록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으로 컴백한 베테랑 김정은의 리더십이 패배의식에 빠져 있던 팀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면서 팀 전체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원큐처럼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는 팀이 있는 반면에 예상 외의 부진에 빠진 팀도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리은행과 맞붙었던 BNK 썸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 창단 처음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던 BNK는 이번 시즌 내심 우승도전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BNK는 최근 4연패를 비롯해 시즌 개막 후 11경기에서 3승8패의 실망스런 성적으로 WKBL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러 있다.
▲ 지난 시즌 3점슛 여왕 이소희는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지난 2019년 농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한 KDB생명 위너스를 인수해 창단한 BNK는 유영주 감독과 양지희, 최윤아 코치 등 여성 지도자들로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하지만 구단인수과정에서 베테랑 포워드 조은주가 은퇴하고 한채진이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이적하는 악재가 있었다. 신생구단답게 선수단의 구성이 한층 젊어졌지만 농구팬들은 구심점이 될 만한 베테랑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BNK의 불안요소로 꼽았다.
그리고 농구팬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리그에 처음 참여한 2019-2020 시즌 6개 구단 중 5위를 기록한 BNK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진 2020-2021 시즌 5승25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신생구단으로서 성장은커녕 오히려 창단 첫 시즌에 비해 퇴보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결국 BNK의 초대 사령탑이었던 유영주 감독은 두 시즌 만에 물러났고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정은 감독이 2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BNK가 박정은 감독 부임과 함께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투자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BNK는 2021년4월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출신 슈터 강아정을 영입했고 한 달 후에는 삼성생명, 하나원큐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2020-2021 시즌 챔프전 MVP 김한별을 데려왔다. 하지만 새로 영입한 강아정과 김한별은 이적 첫 시즌 부상으로 나란히 한 자리 수 득점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BNK는 베테랑 선수 두 명을 영입한 2021-2022 시즌 12승18패로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이자 정규리그 상대전적 6전6패의 KB를 만나 2연패를 당하며 탈락했지만 2차전에서 연장 접전을 벌이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단히 선전했다(플레이오프에서 BNK를 꺾은 KB는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을 3승 무패로 가볍게 제압하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BNK는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강아정이 은퇴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FA 시장에서 한엄지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지난 시즌 17승13패의 호성적으로 정규리그 2위에 오른 BNK는 플레이오프에서 이주연과 키아나 스미스,윤예빈이 부상으로 빠진 삼성생명을 2승 무패로 꺾고 창단 첫 챔프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우리은행에게 패해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최약체 팀을 인수해 단 네 시즌 만에 이뤄낸 값진 준우승이었다.
▲ 외곽슛에 자신감을 잃은 안혜지는 더욱 자신 있게 외곽슛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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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 시즌 BNK의 준우승은 2021-2022 시즌 우승팀 KB의 핵심선수 박지수의 부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BNK가 WKBL의 신흥강호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박지수가 복귀 후 풀타임을 소화하는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BNK는 비 시즌 동안 FA 김한별을 잔류시키고 하나원큐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시온을 내주고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받아오며 미래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할 때만 해도 BNK의 출발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BNK는 11월16일 삼성생명전을 시작으로 내리 3연패를 당했고 연패 탈출 후 다시 4연패의 늪에 빠지며 3승8패로 5위까지 추락했다. 아직 시즌 1/3 지점을 막 지났을 뿐이지만 선두 우리은행과 7경기, 2위 KB와도 6.5경기나 벌어져 있어 '양강'의 전력을 고려했을 때 BNK의 선두권 추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BNK는 진안이 득점 4위(17.00점)와 리바운드 2위(10.36개),2점 성공률 1위(55.6%), 안혜지가 어시스트 1위(6.82개), 이소희가 득점 7위(15.36점), 자유투 1위(87.1%) 등 선수 개개인의 성적은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71.5점을 내줄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무너져 있고 경기당 평균 3점슛(5.0개)과 3점슛 성공률(25.5%)모두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3점슛 1위(7.9개) 우리은행과는 3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 시즌 17.9%의 3점슛 성공률로 외곽슛에서 큰 약점을 보였던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이번 시즌에도 3점슛 성공률 18.4%로 외곽슛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외곽슛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니 상대가 한 발 떨어져서 수비해도 자신 있게 슛을 던지지 못한다. 지난 시즌 3점슛 여왕 이소희 역시 37.6%였던 성공률이 29.3%로 떨어졌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김한별이 무릎부상으로 6경기에 결장했던 부분도 뼈 아팠다.
BNK는 오는 14일 삼성생명,17일 신한은행을 상대로 홈 2연전을 치른다. 안방 2연전이 끝나면 오는 20일과 23일, 28일, 31일에 '양강' 우리은행, KB와 각각 두 번씩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BNK가 안방 2연전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고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중위권 재도약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안방 2연전에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BNK가 맞을 연말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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