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겨울이지만, 봄이 오는 중입니다

기고자/김태은 일산차병원 암 통합 힐링센터 교수(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2023. 12. 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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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중 계절에 유난히 민감한 분들이 계십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와 차가운 바람에 마음이 시리다, 외롭다, 쓸쓸하다고 호소하십니다.

그저 창밖의 건조하고 앙상해진 나무를 같이 바라보고, 그 분이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이나 '화려하고 행복했던 지난 시절'에 대해 들어 드립니다.

창밖 앙상한 나뭇가지에 시선을 고정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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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예술을 만나면>
사진=김태은 교수가 그린 그림
암 환자 중 계절에 유난히 민감한 분들이 계십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와 차가운 바람에 마음이 시리다, 외롭다, 쓸쓸하다고 호소하십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아팠던 기억과 치료받았던 기억밖에 없다며,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허무한 시간을 보냈다고도 하십니다. 아마도 날이 추워서 떨어진 면역력 탓에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되는 마음에, 바깥출입을 더 삼가고 쉬면서 기분이 가라앉았을 겁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무리해서 기운을 북돋으려 애쓰지는 않습니다. 그저 창밖의 건조하고 앙상해진 나무를 같이 바라보고, 그 분이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이나 ‘화려하고 행복했던 지난 시절’에 대해 들어 드립니다. 환자 분들이 주로 말씀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로 낙엽이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게 꼭 자신의 처지 같다는 겁니다. 스스로 느끼기에 처량하다고요. 세상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내 삶은 멈춰 있고, 아픈 몸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게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 앙상한 나무가 정말로 처량한 저지인지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 앙상한 나뭇가지를 향해 봄이 열심히 달려오고 있거든요.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지, 나뭇가지는 곧 싹을 틔우고 꽃을 또 활짝 피울 겁니다. 같은 곳 같은 시간에 있더라도 우리는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곳 다른 시간에 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거리에는 트리가 많이 보입니다. 한 달 지나면 눈이 내려서 거리에 하얗게 눈이 쌓일 테고, 백일이 지나면 날이 좀 풀려서 언 땅이 사르륵 녹겠지요.

창밖 앙상한 나뭇가지에 시선을 고정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려보세요. 파란 하늘을 향해 지저귀며 날아가는 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옆을 보면 겨울이 와도 여전히 푸르른 소나무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삶 가운데에도 지저귀는 새와 우직한 소나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봄을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 차디찬 겨울 한 가운데에 서있을 지라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오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의 진리이지요. 생명의 순환. 자연 빛깔의 변화. 이것들을 음미하면서 앞으로의 우리 삶을 내다보셔야 할 때입니다.

환자 한 분과 창밖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리고는 같은 장면을 봄이 왔을 때에도 또 다시 그려보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쓸쓸한 들녘은 어떤 색으로 변해있을지, 그 자리에는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어있을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그 자리를 지키는 호수와 하늘은 여전히 투명하게 빛나고 있을 겁니다.

우리 삶 속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공존합니다. 변화를 수용하되 변치 않을 진리에 대해서도 잊지 마세요. 그 중에서도 스스로를 보살피고 사랑하려는 노력만은 사시사철 여러분의 마음 한 가운데에 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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