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번스타인·류이치 사카모토·밥 말리, 영화가 음악가들을 기억하는 법 [D:영화 뷰]
'밥 말리: 원 러브' 2024년 2월 개봉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음악으로 인간의 감정과 삶의 여정을 표현하며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유명한 음악가들의 음악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오래도록 생명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의 삶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음악가의 삶과 이면, 고뇌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는 한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사카모토 류이치: 오퍼스', '밥 말리: 원 러브'가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회자되고 있는 음악가들을 주인공으로 소환했다.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미국인으로써 첫 지휘자 명성을 얻은 레너드 번스타인과 그의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의 평생을 걸친 인연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미국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인물이자 교향곡, 협주곡,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도 레너드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다른 전기 영화처럼 인물의 음악적 성취나 과정보다는 완벽해 보였던 번스타인 부부의 갈등과 분열에 카메라를 가져갔다. 레너드는 결혼 후 지휘자와 작곡가로 승승장구 하지만 배우였던 펠리시아는 생기를 잃어간다. 레너드가 빛날 수록 펠리시아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심지어 레너드는 젊고 재능 있는 남성들에게 눈을 돌리기도 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정상에 오른 데는 아내 펠리시아의 헌신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내를 외롭게 둔 레너드 번스타인을 이분법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정상에 오르기까지 재능에 가려졌던 번스타인의 우울했던 삶, 이를 극복하고 나아가는데 아내의 인내가 있었음을 펼쳐낸다. 이러한 삶 자체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인 것이다.
음악도 번스타인의 인생을 설명하는 요소가 됐다. 제작진은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지휘한 훌륭한 곡들을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했다. 영화는 대중적인 곡과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은 곡을 기존의 맥락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활용했다. '워터프론트'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번스타인의 오페라 'A Quiet Place'의 경우, 일부 악절을 영화의 오프닝과 클로징에 써서 이야기의 배경과 내러티브 전달에 활용했다. 이외에도 발레 'Fancy Free'와 'Mass'의 작곡 과정을 비롯해 역작으로 불리는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의 지휘 공연을 담아, 창의적 영감으로 충만한 마에스트로의 모습을 내세우기도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가 밴드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시절부터 참여했던 영화 음악들부터 마지막 정규 앨범 '12'의 수록곡까지 총 20곡을 103분 동안 연주하는 모습을 담았다. 연출은 아들 네오 소라 감독이 맡았다.
흑백 필름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살핀다. 빛과 음영, 피아노, 손가락, 숨소리, 공기 중 떠다니는 먼지까지 마지막 연주임을 직감한 고인의 오브제가 된다.
이 연주는 2022년 9월 8일부터 15일까지 NHK 509 스튜디오에서 총 8일간 촬영됐다. 힘겨운 숨소리를 내면서도 연주를 하면서 집중한 표정과 기분 좋은 미소까지 짓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모습은 음악과 함께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고인이 사라진 자리에는 피아노가 스스로 연주한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음악은 계속해서 남아있다고 말한다.
레게의 선구자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가인 밥 말리도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통해 2024년 다시 태어난다. '밥 말리: 원 러브'는 혁명적인 음악으로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시대의 아이콘 밥 말리의 전설적인 무대와 나아가 세상을 바꾼 그의 뜨거웠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밥 말리: 원 러브'는 밥 말리의 실제 가족과 브래드 피트의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브래드 피트가 직접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 밥 말리가 무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할지 기대를 모은다.
이러한 음악가들의 영화는 단순한 전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기리고 추모하는 역할도 한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밥 말리: 원 러브'의 음악으로 빚어진 인생 여정은 우리에게 그들의 레거시를 기리고, 음악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음악가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관객과 팬들에게 모두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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