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기본법 국회 통과…긴급신고 시 '피난명령권' 등 적극 조치 가능

거부·방해 시 제재 규정도 마련

경찰이 112신고를 접수받아 출동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의 건물 등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재난 상황에서 경찰이 시민에게 대피를 명령할 권한도 갖는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이 핵심인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안’(112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3일 밝혔다.

112신고 제도는 1957년 도입 후 현재까지 별도 근거 법률 없이 경찰청 행정규칙인 ‘112 치안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을 통해 운영됐다. 이 규칙에는 출동 경찰관의 권한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아 적극적 현장 대응 및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12기본법은 이런 지적을 수용해 긴급조치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제 조건은 완화했다. 112신고 사건이 ‘매우 급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긴급출입’과 함께 타인의 건물과 토지 또는 그 밖의 물건의 ‘일시사용·제한·처분’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를 거부·방해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존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에 따라 긴급조치가 ‘위험 방지를 위한 출입’으로만 제한됐고, 천재·사변 등 위험한 사태, 대간첩 작전 수행, 범죄 행위가 목전인 경우를 전제로 ‘위해가 임박한 때’에만 긴급출입이 가능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는 경찰관 목전에 위해가 임박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으면 긴급조치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경찰관 판단에 따라 건물 진입, 차량 운행 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은 재난·재해·범죄 등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신체가 위험할 때 출동 현장에서 ‘피난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거부·방해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는 천재지변을 포함한 위험한 사태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피난·억류’ 조치가 가능하고 제재 규정이 없어서 위급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거짓·장난신고를 막기 위해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규정도 신설했다. 112기본법은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6월 시행된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