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배우의 '대학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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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학로에서 막을 내린 연극 '이상, 기형, 13'은 일제강점기 자신의 이상을 펼치지 못해 끝없이 좌절하고 굴절했던 천재 시인 이상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를 극과 재즈로 조명한 작품으로, 1년 만의 재연에도 큰 호평을 받았다.
극단 철인의 대표이자 작품에서 이상을 연기한 곽유평 배우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수 없어 이태원의 빈 공간, 을지로의 대안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는데, 모처럼 대학로로 돌아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어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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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학로에서 막을 내린 연극 '이상, 기형, 13'은 일제강점기 자신의 이상을 펼치지 못해 끝없이 좌절하고 굴절했던 천재 시인 이상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를 극과 재즈로 조명한 작품으로, 1년 만의 재연에도 큰 호평을 받았다. 극단 철인의 대표이자 작품에서 이상을 연기한 곽유평 배우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수 없어 이태원의 빈 공간, 을지로의 대안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는데, 모처럼 대학로로 돌아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어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재개했다는 곽 대표의 설명처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위축된 공연예술시장은 지난해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 공연예술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공연시장 매출은 9725억원으로 이는 2021년(4933억)보다 97.2%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약 8530억)과 비교했을 때도 14% 늘어난 수치다.
공연 매출은 늘어났지만, 장기화된 팬데믹 기간 중 대학로 터줏대감인 주요 소극장들은 1~2년 사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작은 극단들 역시 소리소문없이 폐업하거나 활동을 접은 곳이 부지기수다. 극단 철인 역시 단원들이 생활을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한다. 곽 대표는 "중견 단체, 기성 극단의 중장기 프로젝트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신진 단체, 특히 극단이 지원을 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경영이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이상, 기형, 13'의 수익도 무대 오퍼레이터와 조명감독, 음악감독, 재즈 연주를 위해 참여한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기타 연주자의 급여를 지급하고 나니 거의 남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무대에 입문한 곽 대표는 2005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해 18년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디션을 보는데 세 번 떨어져서 연출을 줄기차게 쫓아다니며 설득했다. 무대에만 서게 해달라고. 그렇게 하인 역으로 처음 데뷔했는데 설레고 벅찬 순간이었다. 지금도 무대에 서면, 관객을 마주하면 그 여전한 떨림을 느낀다."
여전히 관객을 마주할 때 벅차고 설렌다는 곽 대표는 연극은 점점 관객과 멀어져 가고 있는데, 꼭 극장을 고집해야만 할까. 코로나19를 계기로 탈극장에 대한 고민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다. 그는 "더 다양한 공간, 거리나 광장, 사실 천막만 놓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 과거 제가 해왔던 작품이고, 벼랑 끝에 있는 마음으로 더 절실하게 연기하면 그 간절한 줄타기를 반드시 관객이 알아봐 준다는 확신이 있다"며 "연극이 다른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 등등 다른 무수한 서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관객과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꼭 극장을 고집하기보다는 우리가 관객이 있는 곳으로 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내 한평생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이상 '이런시'
'이상, 기형, 13' 후반부에 이상이 읊조리는 연시(戀詩)는 그가 금홍에게, 한편으론 곽 대표가 연극에 보내는 절절한 마음으로 와닿는다. 그는 앞서 김수영 시인에 이어 시인 이상의 삶을 조명한 그는 천상병 시인의 삶을 마지막으로 시인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다. 충분히 예술가로 괴로운 삶, 그가 예술가들의 삶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를 보여주고 싶다. 가짜를 보여서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지옥과도 같은 괴로운 삶을 통해 아름다운 작품을 피워내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무대에서 극으로 보여주는 것이 내 삶이 진짜임을 확인하는 길이자 배우로서의 목표요 계획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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