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뼈저리게 느끼는 레이업의 가치
이은경 2023. 12. 13. 07:12
창피해서 한동안 어디 가서 말도 못했다. 이제 조금 나아져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무슨 이야기냐고? 뱁새 김용준 프로가 최근에 치른 대회 이야기이다. 2024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챔피언스투어 퀄러파잉 스쿨 말이다.
퀄러파잉 스쿨(Qualifying School)이 뭐냐고? 내년에 치를 챔피언스투어 대회 본선에 바로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정하는 대회이다. 챔피언스투어는 쉰 살 이상만 나갈 수 있는 투어이다. 퀄러파잉 스쿨은 줄여서 큐스쿨(Q-School)이라고 한다. 시드전이라고도 부르고. 시드(Seed)는 투어 본선을 뛸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뱁새 김 프로가 이 퀄러파잉 스쿨을 잘 치면 2024년에 여는 열 몇 개 시니어 대회 본선에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면 내년에도 올해처럼 대회마다 예선을 치러야 하고.
지난 11월 첫날이었다. 뱁새는 고향인 전남 해남에 있는 솔라시도CC에서 큐스쿨 스테이지1을 치렀다. 큐스쿨은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스테이지3가 마지막 관문이다. 프로 골퍼라면 스테이지1부터 치러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리(Pre) 스테이지를 거쳐야 하고. 아는 독자도 있을 터이다. 그래도 혹시 시니어 투어를 꿈꾸는 독자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설명한다.
스테이지1은 하루짜리이다. 그날은 가을 안개가 너무 늦게 걷히는 바람에 18홀이 아닌 9홀 성적으로만 가리게 되었다.
뱁새는 8번 홀까지 2오버파로 통과가 무난해 보였다. 8번 홀에서 한 발짜리 버디 퍼팅을 놓치긴 했지만 말이다. 브레이크가 있는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 그대로 지나가서 찬스를 놓쳤다. 그 전에 2번 홀에서 두 발짜리 버디 퍼팅은 브레이크를 덜 봐서 놓쳤다.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 3번 홀에서 110m짜리 어프러치를 벙커에 빠뜨린 것이 아팠다. 러프와 맞바람을 얕보고 친 탓이었다. 발은 벙커 밖이고 공은 저 아래 벙커 속인 상황이었다. 샷이 두껍게 맞아서 겨우 벙커만 벗었났다. 거기서 또 어프러치를 실수해서 더블 보기를 기록한 것이다.
나머지 홀에서도 여남은 발짝 되는 퍼팅이 홀 옆에 멈춘 것이 두 번이나 되었다. 그렇게 찬스는 다 놓치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해서 2오버파가 된 것이다. 썩 좋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홀에서 파나 보기만 하면 스테이지1을 통과하는 것은 무난해 보였다.
마지막인 9번 홀은 350m가 조금 넘는 파4였다. 오른쪽에는 뱁새 드라이버 샷 거리에 큼지막한 벙커가 있었다. 야디지를 보니 왼쪽 페널티구역까지는 272m였다. 왼쪽으로 시원하게 티샷을 하면 짧은 거리가 남을 것이라고 뱁새는 생각했다. 그리고 어프러치를 하면 파로 마치고 스테이지1을 통과할 수 있다고.
그런데 아뿔싸! 직전 홀에서 짧은 퍼팅을 놓친 탓일까? 뱁새가 조금 거칠게 쏜 드라이버 티샷은 제법 감기더니 페널티구역쪽으로 갔다. 가서 보니 공은 페널티구역 안이기는 했지만 물이 없는 자리에 놓여 있었다.
300야드나 나간 것일까? 아니면 야디지가 엉터리였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하이브리 클럽으로 200m 남짓만 오른쪽 벙커 앞까지 칠 걸 하는. 살펴보니 공 밑에 돌이 있었다. 돌을 치우면 공이 움직일 상황이었다. 그러면 페널티를 받는다.
뱁새는 순간 고민을 했다. 벌타를 받고 페널티구역 밖에 드롭을 하고 세번째 샷으로 홀을 노릴까? 아니면 옆으로 쳐내서 조금이라도 홀에 더 가까운 데서 다음 샷을 할까? 뱁새는 후자를 택했다. 주저하고 샷을 한 탓일까? 돌 때문이었을까? 공은 페널티구역 밖으로 겨우 두어 발짝 나가서 멈추었다. 경사가 심해서 거의 가슴 높이에 공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서야 레이업을 하면 포 온 투 퍼팅으로 더블 보기를 할 판이었다.
레이업(Lay UP)이란 다음 샷을 치기 쉬운 곳으로 공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실수할 수도 있는 경우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 레이업이다. 뱁새는 두 클럽쯤 길게 잡고 그대로 홀쪽으로 샷을 했다. 공은 여남은 발짝 나가서 나무에 걸리는 자리에 놓이고 말았다. 홀까지 몇 십 미터 밖에 남지 않았지만 웨지로도 나무를 넘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무에 맞더라도 네번째 샷을 홀로 쏴야만 했다. 기적이 일어나서 붙어야 보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웨지 샷이 깨끗이 맞기는 했지만 나뭇가지를 스치더니 공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또 발이 벙커 밖에 놓이는 고약한 샷이었다. 뱁새는 다섯번째 샷으로 홀에 집어 넣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벙커샷이었지만 잘 들어갔다. 그래도 빠른 가을 그린에 튀더니 홀에서 네 발 내리막 퍼팅이 남았다. 넣으면 더블 보기. 어떻게든 넣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퍼팅은 홀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트리플 보기. 뱁새는 9홀에 5오버파를 치고 말았다.
뱁새가 속한 조의 스테이지1 커트라인은 9홀에 4오버파였다. 뱁새가 마지막 홀에서 한 여러 실수 가운데 단 한 개라도 하지 않았다면 가까스로 스테이지1을 통과할 수 있었을 터였다. 뱁새는 티샷을 레이업 했어야 했다. 페널티구역에서도 벌타를 받고 플레이 했어야 했고. 그 다음부터는 내친 걸음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레이업. 말로는 쉽다. 뱁새도 제자에게 얼마나 강조하는데. 그런데 막상 눈 앞에 놓인 상황에서 레이업을 선택하지 못했다.
그렇게 뱁새가 몇 달간 준비한 2024년 KPGA 챔피언스투어 퀄러파잉 스쿨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반드시 풀 시드를 갖고 내년에 뛰어보겠다는 그 꿈이 말이다. 몇 달을 준비하고 단 아홉 홀 만에. 내색을 안 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뼈 아픈 실수였다. 레이업 하라! 뱁새처럼 허망하게 무너지지 말고. 아! 내년에 예선을 치를 생각을 하니 앞이 너무 막막하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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