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더 큰지 아시나요…'0.5mm 불만'도 용납 않는 '시계 장인' [더 하이엔드]

이현상 2023. 12.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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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을 대표하는 손목시계 오버시즈(Overseas) 컬렉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다. 우아함과 스포티 무드를 넘나드는 디자인, 1755년 시작된 정통 워치메이킹의 수준 높은 기술력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여기에 브랜드가 쌓아온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철학도 보탬이 됐다. 2023년에도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버시즈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고급 스포츠 시계 시장의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선버스트 블루 다이얼과 핑크 골드 케이스가 조화를 이룬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케이스 크기는 지름 34.5mm로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2023년 신제품이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여행의 정신을 잇는 오버시즈의 역사
오버시즈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품 라인업 중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춘 시계다. 컬렉션 이름처럼 여행의 가치와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의 철학을 잇는 제품인 이유에서다. 오버시즈라는 이름을 달고 정식 컬렉션이 된 건 1996년의 일. 하지만 그 시작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77년 회사 창립 222주년을 기념해 222 모델을 출시했다. 1970년대 말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열풍을 일으킨 주역 중 하나로, 톱니바퀴가 떠오르는 홈을 낸 베젤, 토노 형태 모노 블록 케이스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특징인 시계다. 큰 인기를 끈 덕에 222는 브랜드 손목시계 역사에 매우 중요한 모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오버시즈의 전신인 222 모델, 오버시즈 1세대, 오버시즈 2세대, 오버시즈 3세대. 소재와 기능은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이러한 배경을 발판 삼아 1996년에 오버시즈 컬렉션이 처음 공개됐다. 간결해진 톱니 형태 베젤, 케이스 중간을 볼록하게 디자인한 토노형 케이스가 특징인 시계로 222 모델의 디자인 코드를 계승했다. 우아한 스포츠 시계라는 업계의 평가 속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10년 뒤엔 오버시즈 2세대를 내놨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말테 크로스가 떠오르는 브레이슬릿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브레이슬릿은 오버시즈 컬렉션의 정체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디자인 핵심이자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요인이 됐다. 크로노그래프·듀얼타임 등 여러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탑재한 하위 모델을 추가하며 기술력도 입증하는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오버시즈 3세대의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퀵 체인지가 가능한 이지-핏 시스템이다. 하나의 시계를 사면 모델에 따라 1~2개의 스트랩을 추가로 제공한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그리고 2016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현재 선보이고 있는 오버시즈 3세대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컬렉션 본연의 ‘캐주얼 엘레강스’ 컨셉에 충실한 동시에 여행의 정신을 강조하며 스포츠 워치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선다. 도드라진 톱니 형태 베젤은 면의 수를 6개로 줄여 좀 더 간결해졌고, 토노형 케이스는 좀 더 원형에 가까워져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TPO에 맞춰 퀵 체인지와 브레이슬릿에 여유를 주어 편안한 착용감을 더하는 이지-핏(easy-fit) 시스템은 획기적이었다. 2016년 당시 보기 드문 방식으로, 모델에 따라 1~2개의 스트랩이 추가로 제공됐다. 더불어 하이엔드 워치 메이킹의 우수한 품질을 인증하는 ‘제네바 홀마크’ 획득은 오버시즈 3세대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했다.

지름 0.5mm가 큰 차이를 만든다
그간 바쉐론 콘스탄틴은 탑재된 기능(무브먼트 크기)에 따라 케이스 지름 33·37·41·41.5·42.5㎜의 세분된 오버시즈 시계를 선보였다. 케이스 크기를 이처럼 다양하게 만드는 건 웬만한 브랜드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제작에 큰 비용이 드는 이유에서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의 공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23년 선보인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모델.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제품의 케이스 크기는 35mm,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제품의 크기는 34.5mm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박람회에선 케이스 지름 34.5㎜와 35㎜의 새로운 사이즈 버전을 공개했다. 스틸 및 핑크 골드 소재, 다이아몬드 세팅 여부, 그리고 선버스트 블루 또는 핑크 래커 다이얼 조합을 통해 총 4가지 종류로 선보였다. 그리고 가을에는 다이아몬드 베젤 세팅 핑크 골드 케이스에 골드 래커 다이얼을 탑재해 광채가 돋보이는 35㎜ 모델을 추가했다.

케이스 사이즈를 줄이며 이전 제품보다 슬림해 보이는 케이스 측면 디자인을 고안했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바쉐론 콘스탄틴의 디자이너는 새로운 크기의 시계를 선보이기 위해 기존보다 슬림해 보이는 인체공학적 케이스 라인을 고안했다. “덕분에 더욱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케이스 크기를 줄인 새 라인업 시계들은 남녀 모두의 손목에 어울린다.” 브랜드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의 말이다.

다이얼부터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모두 금빛을 입은 지름 35mm의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의 기능은 모두 같다. 시곗바늘이 다이얼 가운데에서 회전하며 시간을 알리고, 3시 방향에는 날짜 창을 두었다. 인덱스와 시곗바늘에는 슈퍼 루미노바 코팅 처리를 더해 어두운 곳에서도 시인성이 좋다. 시계의 심장은 자체 제작한 칼리버 1088/1이다. 144개의 부품으로 조립됐고, 40시간의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췄다. 풍배도 모티브를 장식한 22캐럿 골드 로터는 회전하며 동력을 제공한다. 고급 스포츠 시계 컨셉에 맞춰 방수 기능은 150m이다.

풍배도 모티브를 장식한 22캐럿 골드 로터가 회전하며 동력을 축적한다. 백케이스로 보이는 자체 제작 칼리버 1088/1.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의 주요 특징인 손쉽게 교체 가능한 스트랩 시스템은 여전하다. 브레이슬릿 이외에 러버, 송아지 가죽 스트랩을 추가로 제공한다. 하나의 시계로 3개의 시계를 가진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스트랩 교체가 가능하다. 오버시즈 컬렉션의 특징이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자리아 포먼
지난가을, 바쉐론 콘스탄틴은 ‘One of not Many’ 캠페인의 새 탤런트로 미국 태생의 아티스트 자리아 포먼(Zaria Forman)을 선정했다. 2018년 처음 시작된 캠페인으로 브랜드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즉 ‘탁월함에 대한 탐구, 모험에 대한 애정, 열정과 혁신, 우아함과 전통’을 가진 개성 넘치는 인물을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이름 아래 모으고 소개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앰배서더라는 단어 대신 ‘탤런트’를 사용한다. 그들이 가진 선구적이고 감각적인 능력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One of not Many 캠페인의 새 탤런트로 합류한 아티스트 자리아 포먼.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새로 선정된 탤런트, 포먼은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장소를 탐험하고 그곳에서 수집한 이미지(사진과 영상)와 기억을 파스텔을 가지고 표현하는 여류 작가다. 눈 덮인 빙하의 정교한 디테일, 물에 비친 얼음의 푸른빛, 거품이 이는 파도를 오로지 작가의 손가락과 손바닥을 사용해 창조한다. 큰 종이에 표현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실제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자연의 위대함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왜 그를 ‘One of not Many’ 캠페인 탤런트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쉬이 이해할 수 있다. “자리아 포먼은 예술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예술의 아름다움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열망을 가진 헌신적인 아티스트다”라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최고경영자 루이 펠라가 말했다.

자리아 포먼이 바쉐론 콘스탄틴을 위해 완성한 드로잉 작품 ‘펠스피아라, 아이슬란드 No.3(Fellsfjara, Iceland No.3)’.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탤런트 그룹에 합류한 포먼은 오버시즈 컬렉션 시계를 손목에 얹고 아이슬란드 빙하 지역을 탐험했다. 얼어붙은 만에서 분리된 빙하와 취약한 해안지대의 침식된 해변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았다. ‘펠스피아라, 아이슬란드(Fellsfjara, Iceland)’는 이번 캠페인 이미지 촬영을 계기로 완성된 작품 시리즈다. 그중 얼음 표면의 질감을 극적으로 표현한 드로잉 No.3는 바쉐론 콘스탄틴을 위해 완성됐다.

오토매틱부터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까지
바쉐론 콘스탄틴의 핵심 컬렉션으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오버시즈 컬렉션은 시간과 날짜를 알리는 심플한 기능부터 시간의 흐름을 재는 크로노그래프, 초박형 무브먼트를 탑재한 울트라 씬, 문페이즈와 레트로그레이드 날짜를 결합한 모델 등 복잡한 컴플리케이션까지 선보이며 대규모 컬렉션으로 확장했다.

핑크 다이얼과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이 고급스러운 지름 35㎜의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스틸 모델.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투르비용, 날짜 수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같이 메종의 하이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한껏 발휘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로는 시계 애호가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의 경우에는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만 남긴 채 브리지를 깎아 케이스 속을 훤히 드러낸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하기도 한다.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을 통해 스위스 정통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핑크 골드 케이스에 스켈레톤 다이얼을 더해 기계식 시계의 미학을 보여주는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참고로 오버시즈 컬렉션 대부분은 로터의 회전을 통해 태엽을 감는 셀프와인딩(혹은 오토매틱) 방식 무브먼트를 사용한다. 복잡한 기능이라도 조작이 간편한 것 또한 오버시즈 컬렉션의 매력이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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