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작은 장치 하나로 시계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더 하이엔드]

이현상 2023. 12.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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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가 오차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스파이럿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계 업계는 실제 시각에 맞춰 시곗바늘이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무브먼트 부품을 조정하는 레귤레이팅 방식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케이스를 통해 보이는 오메가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 9920. 밸런스 휠 브리지에 탑재한 스파이럿 시스템의 편심조정 장치가 핵심이다. [사진 오메가]


오차를 현저히 줄이다
손목시계의 미덕은 정확하게 시간을 알리는 것이다. 태엽이 풀리며 시곗바늘이 회전하는 기계식 시계의 경우 중력·자성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차 범위를 줄여나가는 건 스위스 시계 업계의 숙제다. 오메가는 시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밸런스 스프링의 속도를 조정하는 레귤레이팅(regulating, 조정) 개선에 앞장서 온 브랜드다. 참고로 밸런스 스프링과 이 스프링이 감긴 밸런스 휠은 시곗바늘의 회전 속도를 결정짓는 무브먼트 핵심 부품이다. ‘째깍째깍’은 이 부품이 움직이며 나는 소리다.

회복력이 좋고 항자성능이 뛰어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사진 오메가]


올해 오메가는 스파이럿(Spirate™)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밸런스 스프링의 속도를 초미세하게 조절하는 장치다. 스파이럿 시스템의 핵심은 밸런스 휠과 연결된 브리지에 설치한 편심조정 장치다. 워치메이커는 이 장치를 통해 밸런스 스프링의 강성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참고로 밸런스 스프링의 두께는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3배 가늘다. 그래서 웬만한 워치메이커들도 이 얇은 부품을 다루기 어려워한다. 이 메커니즘이 특별한 건 레귤레이팅이 수월해진 동시에 오차 범위가 0~+2초 사이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2초 빨라질 순 있어도 느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보통 기계식 시계의 오차가 ±, 다시 말해 시곗바늘이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획기적 메커니즘을 탑재한 새로운 시계
오메가는 스파이럿 시스템을 스피드마스터수퍼 레이싱 모델에 처음 도입했다. 스피드마스터 컬렉션 중 레이싱 무드가 느껴지는 모델이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 레귤레이팅 과정을 개선하고 오차를 현저하게 줄이는 스파이럿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시계다. [사진 오메가]


트랙 위에서 볼 수 있는 체크 깃발을 연상시키는 다이얼 가장자리 분 트랙과 스트라이프 패턴 초침(9시 방향 스몰 세컨드 인디케이터), 시계 전반에 사용돼 가독성을 살린 옐로 컬러가 특징. 흔히 볼 수 없는 벌집 패턴 다이얼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시계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은 디자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시계는 1만5000가우스의 강한 자기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품 대부분이 금속으로 이뤄진 시계에 자기장은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벌집 패턴 다이얼과 레이싱 무드가 돋보이는 분 트랙과 초침. [사진 오메가]


케이스는 반짝임 효과를 주는 미러 폴리싱과 금속의 결을 살린 새틴 브러싱을 교차로 적용한 스틸로 만들어졌다. 시계의 뒷면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만들었다. 스파이럿 시스템을 포함해 오메가의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9920 칼리버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 9920. [사진 오메가]


새로운 스피드마스터수퍼 레이싱은 오메가의 다른 시계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계측학연방학회(METAS)가 설계한 10일 동안의 8가지 테스트를 거친다. 극한 환경에서도 시계의 성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일종의 증표다.

혁신은 오메가의 개척 정신이자 철학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위한 오메가의 여정은 지난 25년간 이들이 쌓아온 주요 기술적 업적이 뒷받침한다. 1999년, 영국의 워치 메이커 조지 다니엘스가 발명하고 오메가가 이를 발전시킨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는 정밀성을 저해하는 오일링(부품의 작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윤활유 주입)을 제한해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마찰문제를 해결했다.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고안한 워치 메이커 조지 다니엘스. [사진 오메가]


2008년 선보인 Si14 밸런스 스프링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의 핵심이 됐다. 이 스프링은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회복력이 우수한 덕에 감고 풀리는 것을 반복하는 스프링에 적합한 실리콘은 충격에 강할뿐더러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13년 오메가는 세계 최초로 항자성 무브먼트 코-액시얼 칼리버 8508을 발표했다. 극한 수준의 자기장을 견딜 수 있던 건 Si14 밸런스 스프링 때문이다.

스위스 계측한 연방학회가 시행하는 10일간 8가지 테스트를 거치는 오메가 시계. [사진 오메가]


2015년엔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가 고안한 10일간 8가지 테스트를 도입하며 마스터 크로노미터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올해 발표한 스파이럿 시스템은 오메가의 개척 정신 계보를 잇는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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