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실효성 논란…해외 사례는 [비대면 진료④]

일본·프랑스, 비대면 진료 체계 갖춰
“환자-의사 간 기존 관계 형성 중요해”
다양한 상황서 초진도 비대면 진료 가능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최근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 등 기준을 대폭 완화하자 해외 주요 선진국의 비대면 진료 현황에 대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비대면 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크게 확산했고 주요국들은 해당 기간 경험을 바탕으로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를 기존 보건의료체계 내에 적용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가고 있다.

이 가운데 비교적 상세하게 비대면 진료의 모습을 갖춘 국가가 일본과 프랑스다. 먼저 일본은 의료법 등이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중요 참고 대상 국가다.

프랑스도 중앙집권적인 행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완벽한 전 국민 의료보험은 아니지만 80% 이상의 국민이 단일 보험에 가입돼 있는 국가기 때문에 의료제도 설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비대면 진료는 단골의사를 통해서만 가능했고 대면 진료가 원칙이었다. 그러나 2020년 4월 10일 한시적·특례적인 취급에 관한 행정통지에서 환자로부터 전화 등으로 진료 등의 요구를 받았을 경우에 의사가 해당 의사의 책임하에 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범위 내에서 초진부터 원격으로 온라인 진단 및 처방이 허용됐다.

2020년 9월에는 약기법 개정을 통해 약사에 의한 원격 복약 지도와 처방 의약품 배송도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1월에 개정된 온라인 진료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지침에서는 비대면 초진의 경우 단골의사가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단골의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진료 전 상담’을 실시한 후에 가능하다고 해 초진을 폭넓게 허용했다.

진료 전 상담이란 ‘의사·환자 간에 영상을 사용한 실시간 소통을 하고 의사가 환자의 증상 및 의학적 정보를 확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의사와 환자 간에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한 후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상호 동의에 기반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 진료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요구에 의해 성립돼야 하고 의사는 온라인 진료의 장점 및 불이익 등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의사는 온라인 진료의 적용 가능 여부를 포함한 의학적 판단을 수행해야 하고 온라인 진료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프랑스를 보면 2009년 7월 법령법에서 이미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 형태가 가능함을 언급했다. 2010년에는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령에서는 원격의료의 구체적 형태들을 제시했다.

프랑스에서 원격 상담(우리나라의 비대면 진료)을 건강보험 수가에서 보상하고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2018년 사회보장재정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모든 의사는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전 모든 국민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3월부터는 주치의가 아닌 의사를 통한 비대면 초진이 가능해졌고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4월에는 프랑스 건강보험공단에서 원격 상담을 위한 모범 실천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서는 대면 진료가 원칙이며, 원격 상담은 환자와 담당 의사 간에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모든 의료 상황이 원칙적으로 원격상담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고 원격상담 사용 여부는 의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면 초진이라는 이유로 원격진료를 못 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대중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봤을 때 환자와 의사의 기존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 비대면 진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건임을 알 수 있다”면서도 “기존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초진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진이라고 해서 비대면 진료를 못 할 사유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의 확대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향후 확대 방안 마련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