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PF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 건설·금융 신용도 하락
3대 신용평가사, 하반기 신용등급 정기평가
'부동산 PF에 물린 기업 vs 업황 개선 기업' 희비 엇갈려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들이 올해 하반기 기업 신용도 정기평가에서 자동차와 조선, 전력기기 기업의 신용도를 올렸지만 건설·화학·금융사의 신용도는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도가 나빠진 기업군에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설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몸살을 앓는 증권사, 캐피털사 등의 제2 금융권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부동산 PF 부실에 건설·증권·캐피털 신용도 악화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하반기에 신세계건설·M캐피탈·다올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대신F&I 등의 신용도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또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신용등급 전망은 해당 기업의 신용도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재무상황 악화가 이어지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부동산 경기 악화와 연관돼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세계건설에 대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률이 저조한 대구의 건설 사업장이 많이 단기간 내에 현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올해 9월 말 현재 신세계건설이 대구에서 진행하는 건설공사 도급액 3300억원 중에 빌리브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 등의 평균 분양률이 2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M캐피탈의 신용도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꿔 달면서 조달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PF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만기를 연장한 PF에서 자산건전성 저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중에서도 만기를 연장한 브리지론 PF 부실 우려가 큰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대신F&I의 신용등급 전망도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으로 신용도가 개선되는 듯했지만, PF 건전성이 계속 악화하면서 계열사 매각 효과는 도루묵이 됐다.
부동산 PF와는 별도로 신용도가 악화한 기업군에는 석유·화학 업종이 포함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SK어드밴스드의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1계단 하향 조정됐고,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 채로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업황 악화로 실적이 계속 부진하고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현대重 계열사·자동차·조선·전력기기 신용도↑
이와 달리 신용평가사들은 조선 경기 개선으로 현대중공업 계열 기업의 신용등급을 올리거나 신용도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HD현대중공업·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는 A-에서 A로, 현대삼호중공업은 BBB+에서 A-로 신용등급이 올랐다. HD현대와 HD현대일렉트릭은 신용등급을 각각 A와 A-로 유지한 채로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내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실적과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된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도 각각 BBB+와 BBB에서 A-와 BBB+로 상향 조정됐다. 특히 대한항공은 신용도가 BBB급으로 떨어진 지 8년 만에 A급으로 복귀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에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부품 기업 중에서는 화신의 신용도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화신의 신용등급은 이번 정기평가에서 BBB로 유지됐지만,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화신의 신용등급 전망을 올리면서 "완성차 수요 회복으로 현대차 1차 협력사인 화신의 현금창출 능력과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면서 "이런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에 기업들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에 대한 정기평가를 실시하는데, 단기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장기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 전망도 같이 평가한다"면서 "하반기 단기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 신용도가 조정된 기업은 등급 방향성이 사전에 예고된 기업이 대부분으로 시장이 예상한 방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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