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 위원장 "새올 먹통, 디지털플랫폼정부 필요성 더 키웠다"

권유진 2023. 12.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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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부의 모든 대국민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
최근 잇따라 터진 정부 민원서비스 마비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지난달 17일 공무원용 행정망 ‘새올’에서 장애가 발생한 이후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 위원장은 “이번 장애를 계기로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필요성은 더 확실해졌다”라고 말했다.


전자정부의 패러독스 “20년 간 1만7000개 시스템 구축”


고 위원장은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십수년간 답보 상태로 머문 게 이번 장애의 주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산 시스템을 각기 다른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따로 구축하고 있다. 필요한 일부만 수정할 수는 없는 구 조라, 최신 기술 적용도 제한적이다. 그는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적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근거해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정부 서비스를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처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정부24, 인터넷등기소 등 시민들이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각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고 위원장은 “내년부터 국민의 사용 빈도가 잦은 공공 사이트부터 하나로 통합해 로그인 한 번이면 다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말은 쉽지만 2004년 이후 20년간 유지된 ‘전자정부’에 손대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고 위원장은 “전자정부 내 1만 7000개 사이트에 흩어진 데이터를 한군데로 모아 클라우드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전자정부 모범 국가로 평가받아 왔지만, 이제는 그 유산이 지금 정부에 필요한 데이터 융합과 클라우드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패러독스(역설)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박람회에서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민관 협력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국방부·고용부 데이터가 합쳐진다면?


전자정부 시스템이 쪼개져 있다보니, 부처별 정보 공유가 안 되는 ‘칸막이 현상’도 공공 디지털 서비스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 위원장은 그간 ‘부처 간 데이터 공유’를 줄기차게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교육부와 국방부, 고용노동부가 가진 데이터를 합치면 청장년층의 인생 전 주기를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며 “청년 일자리 정책을 더 세밀하게 만들 수 있고, 맞춤형 지원도 정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부 데이터로 학습시킨 거대언어모델(LLM)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자체 LLM을 개발한 6개사(네이버, 카카오, LG, SK텔레콤, KT, 엔씨소프트)의 장점을 따져보고 여러 LLM을 쓰는 ‘멀티 모델’ 전략을 택할 계획. 고 위원장은 “내년쯤 공모를 통해 여러 민간 기업과 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데이터를 민간 기업의 LLM에 학습시킬 경우, 개인정보 보안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홍보 자료나 법령 등 공개된 데이터로 1차 훈련을 시킨 뒤,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정부 내부 문서를 통해 추가 학습을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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