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혁신에 성공한 당이 이겼다…4·10 총선 '120일 레이스' 시작
내년 4·10 총선을 120일 앞두고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일 시작됐다. 기탁금 300만원을 내고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를 내고 어깨띠를 착용하고 명함을 돌리는 게 가능해 사실상 22대 총선 레이스는 막이 올랐다. 하지만 여야의 불통 속에 253개 선거구도 정하지 못한 채 시작한 깜깜이 레이스다. 특히 선거구획정위 획정안을 기준으로 합구 대상 21곳, 분구 대상 6곳, 구역 조정 14곳 등 41곳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다. 비례대표도 21대 총선처럼 위성정당을 방치한 채 준연동형으로 치를지 역시 서로 몇 석 유리할지를 재느라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주권자 국민의 선택을 앞두고 이런 불통과 무책임의 정치를 초래한 책임은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이 당연히 크다. 국민의힘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50일을 ‘정치 문외한’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허송세월했다.
윤석열 정부 창업 공신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나를 밟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게 111명 여당 현역 의원 중 처음이다.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장 의원과의 ‘김·장 연대’로 당권을 잡은 김기현 대표도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숙고에 들어갔다. 당에선 “중진 희생의 물꼬를 튼 만큼 원희룡·한동훈 투톱 ‘총선 사령탑’이면 해볼 만하지 않냐”는 낙관론도 나온다.
하지만 몇몇 불출마로 ‘혁신’을 대체하기엔 여당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이 12월 첫주 전화면접 조사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2%까지 떨어졌고 총선에서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정권 지원론) 35%,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정권 견제론) 51%로 16%포인트 차가 났다. 특히 인천·경기는 27%포인트 차가 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반면에 야당은 혁신 무풍지대다. ‘이재명 사수’ 구호 하나로 총선을 치르려는 친명계의 불통은 ‘이낙연 신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총선에서 세 번의 성공한 혁신 사례만 봐도 분명하다.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당사(17대),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새누리당 현역 25% 물갈이(19대), 2016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현역 25명 물갈이(20대)의 성공 키워드는 실세 대선주자의 “나부터 쇄신하겠다”였다.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는 외부 영입한 김 대표에게 혁신의 칼(전권)을 내주며 스스로 불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이해찬·유인태·정청래 의원 등 친노 핵심 의원의 공천 배제를 수용했다.
“여야 불통의 고리부터 끊어야”
성공한 혁신의 여당 사례는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일 정도로 집권여당의 ‘혁신’은 더 어렵다. 혁신의 주체이자 대상인 대통령을 뺀 여당 혁신은 반쪽짜리여서 국민에 감동을 주기 힘든데 윤 대통령은 ‘당무 불개입’ 명분을 내세운 채 혁신 과정에서 뒷짐 진 채 물러서 있다. 게다가 친윤 중진 의원 너덧 명을 주저앉힌 자리에 검사들과 용산의 측근들을 내리꽂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결국 진정한 혁신은 국민이 바라는 국정 방식의 변화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여권이 먼저 야당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 나아가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여야 불통의 고리를 끊는 것이 급선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은 임기 말 레임덕 상황이 아니라면 당이 변해서 혁신에 성공하긴 제한적”이라며 “윤 대통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김기현’ 총선 지도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024년 정부 예산안 및 위성정당 금지를 포함한 선거법 합의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총선 블랙홀’이란 말이 나오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한다. 용산과의 대결에만 몰두하는 167석 1당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 사이에 ‘검사를 꽂으면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무기력함이 국민의힘의 현재 모습”이라며 “윤 대통령이 여당이 야당과 협상해 정치의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당정관계의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지적했다.
정효식 정치에디터, 오현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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