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영화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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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영화계는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한국 현대사는 '독재·권위주의 세력 VS 국민(운동권)' 이라는 스토리가 있어 영화를 통한 진보 진영의 메시지 전파에 안성맞춤이다.
보수 진영은 현대사 영화의 정치화 바람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진영 갈등이 심해지자 영화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정치권이 개입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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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영화계는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한국 현대사는 ‘독재·권위주의 세력 VS 국민(운동권)’ 이라는 스토리가 있어 영화를 통한 진보 진영의 메시지 전파에 안성맞춤이다. 10·26(그때 그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5·18(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6·10(1987) 등을 다룬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은 현대사 영화의 정치화 바람에 속수무책이었다.
영화에 보수 입김이 세진 건 박근혜정부부터다. ‘국제시장’(2014년), ‘연평해전’(2015년), ‘인천상륙작전’(2016년)이 각각 산업화 시대 서민 이야기, 남·북 충돌, 6·25의 배경을 담으며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았다. 과거와 달리 국제시장이 14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도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진영 갈등이 심해지자 영화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정치권이 개입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2014년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이 개봉되자 일부 네티즌들이 “주인공 엘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삶이 비슷하다”고 주장, 뜬금없이 우파 영화로 만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직전 ‘광해’를 본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며 지지자를 결집했다. 영화 ‘판도라’를 탈원전 정책의 동력으로도 삼았다. 영화의 정치화를 넘어 정책화까지 이른 사례다.
화제의 영화 ‘서울의 봄’도 어느새 좌우 격돌의 장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SNS에 “서울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 역사 퇴행을 막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진보 진영은 ‘하나회=검찰, 국민의힘’의 프레임을 짜기 바쁘다. 이에 보수 측은 “하나회를 척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뿌리다” “절대자에 충성하며 사익을 꿈꾼 하나회와 지금의 민주당이 오히려 흡사하다”고 맞불을 놓는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도 ‘개딸=하나회’, ‘민주당=나치당’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 모두가 하나회스럽다는 게 현실에 가깝지 싶다. 영화에 목맬 시간에 민생을 조금이라도 살피는 게 욕을 덜 먹는 길 아닐까.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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