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오타니 계약은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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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행으로 마무리된 오타니 쇼헤이 자유계약선수(FA) 드라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또 오타니가 팀의 경쟁력을 위해 연봉의 대부분을 계약 기간 이후에 받기로 먼저 제안했다는 것도 훈훈한 미담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오타니의 계약은 짚어볼 문제가 있다.
오타니가 맺은 방식의 계약은 MLB에서 처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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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행으로 마무리된 오타니 쇼헤이 자유계약선수(FA) 드라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대부분은 미담이다. 일본에서 건너간 야구선수가 스포츠 사상 최대 금액의 계약을 따냈다는 건 일본은 물론 아시아인 전체에게 자신감을 줄 만한 뉴스다. 또 오타니가 팀의 경쟁력을 위해 연봉의 대부분을 계약 기간 이후에 받기로 먼저 제안했다는 것도 훈훈한 미담으로 포장됐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 몸담은 지난 6년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다저스로 옮긴 가장 큰 이유도 우승에 대한 열망 때문으로 알려졌다. 일본시리즈 우승, WBC 우승 등을 달성한 그에게 이제 남은 건 메이저리그(MLB) 우승뿐이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평가되는 프로선수가 거액의 돈을 당장 받는 걸 포기하는 것도 존중받을 결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타니의 계약은 짚어볼 문제가 있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오타니가 맺은 방식의 계약은 MLB에서 처음은 아니다. 맥스 슈어저가 2015년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1000만 달러 계약을 맺을 때도 비슷한 지급유예 계약을 활용했다. 그는 금액 중 1억500만 달러를 계약이 끝난 후 7년간 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밖에도 켄 그리피 주니어, 바비 보니야 등도 계약 기간 이후에 돈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계약이 등장한 배경에는 사치세가 있다. MLB는 리그의 질서를 위해 사치세를 도입했다. 구단 총연봉이 일정 금액을 넘기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한다. 부자구단이 돈으로 선수를 사들여 전력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MLB 내에서도 대도시에 있는 인기 구단과 소도시 비인기 구단의 격차는 크다. 예를 들어 뉴욕 메츠는 선수단 연봉 총액이 약 3억5000만 달러로 1위인데 반해 꼴찌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5600만 달러로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격차가 큰데, 사치세라는 안전장치가 없으면 리그 간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타니의 계약 자체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타니 경우는 도가 지나쳐 보인다. 미국 스포츠매체에 따르면 오타니는 매년 받아야 할 연봉 70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만 받고 나머지 6800만 달러는 계약이 끝난 후 10년간 해마다 나눠 받는다. 계약금액의 97%를 지급유예 방식으로 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10년 7억 달러(약 9200억원)라는 사상 최대 계약의 ‘명분’은 챙겼지만, 실제로는 신인 수준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강요한 것도 아니다. 오타니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우승을 위해서다. 자신이 ‘희생’하면 다른 특급 선수를 영입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 이후에도 FA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저스는 MLB 내에서도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다. 그런 구단에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야구 천재가 들어왔다. 오타니는 160㎞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이면서 동시에 30홈런 이상을 치는 강타자다. 오타니의 존재는 우승을 갈망하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다저스가 1순위가 되게 할 만한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오타니 덕분에 다저스가 적절한 연봉까지 제시해 줄 환경이 마련됐다. 우승을 위해 스타들이 한 팀에 모여드는 걸 보는 것은 분명한 재미다. 하지만 오타니의 계약으로 리그 전체의 균형을 위해 만든 사치세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다른 대형 스타도 오타니 비슷한 방식의 계약을 맺고, 우승을 위해 선수들이 한 팀에 뭉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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