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계약업체, 美 제재 가능성… K조선 ‘러시아 리스크’ 수렁

김민영,신준섭 2023. 12. 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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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한화오션의 쇄빙선 처리 문제에 이어 삼성중공업이 초대형 계약을 맺었던 러시아 조선소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즈베즈다 조선소가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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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이어 삼성중공업도
이란 제재 때처럼 해법찾기 난망
중국 세계시장 점유 강화 우려


‘K조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한화오션의 쇄빙선 처리 문제에 이어 삼성중공업이 초대형 계약을 맺었던 러시아 조선소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즈베즈다(ZVEZDA) 조선소가 이달 중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러시아 극동 지역의 볼쇼이카멘에 있는 러시아 최대 조선소 중 하나다. SDN 리스트에 오르면 해당 기업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즈베즈다 조선소가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국내 조선사들에게 ‘즈베즈다 조선소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있으라’는 경고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한국과 관련이 깊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러시아 현지에 LNG 프로젝트 및 쇄빙선 건조 파트너십을 위해 러시아법인과 합작사인 ‘ZVEZDA-Samsung Heavy Industries LLC’를 설립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 4개의 프로젝트가 러시아 기업 또는 은행과 관계가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와 쇄빙선 15척 등 22척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총액만 57억 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최근까지 쇄빙선 5척에 대한 블록과 기자재 납품을 해왔고, 건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쟁 발발 전부터 진행 중이던 5척에 대해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 납품을 지속했고, 나머지 17척 계약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즈베즈다가 제재 대상에 오르면 삼성중공업은 5척에 남아 있는 수천억원의 중도금을 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

HD현대 산하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Zvezda-Hyundai LLC’라는 합작사를 만들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금도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 역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당시 러시아 선주들과 계약한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척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러시아 업체가 SDN에 올라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한화오션은 러시아와 해당 계약을 해지했지만 러시아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건 상태다. 러시아 대신 쇄빙선을 살 마땅한 선주사도 아직 구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회사가치 2조원 중 절반인 1조원이 이 계약이었는데 한화가 멘붕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진행형인 러시아 리스크는 단순히 해당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상황에서 K조선이 세계 1위 탈환은커녕 중국에 더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세계 조선시장만 놓고보면 한국 기업의 성장 동력을 줄여 중국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리스크를 풀 해법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처럼 장기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8년 이란이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자 제재를 가했다. 이에 국내 은행의 이란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되는 등 무역 관계가 4년 넘게 단절됐다.

김민영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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