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낮은 곳을 향한 자유

2023. 12. 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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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명품 옷을 선물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낮은 곳을 향해 불편함과 거리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구원자는 낮은 곳을 향하시는데 그 안에서 살기 원하는 우리는 낮은 곳을 향한 자유를 거절하고 살아갑니다.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의 가난함도 슬프지 않고, 남의 부유함도 부럽지 않고, 오직 감사한 마음이 넘칠 따름이라." 낮은 곳을 향하신 예수님, 우리에게도 그 자유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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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2장 10~12절


결혼 20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명품 옷을 선물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방문한 옷가게 이름은 ‘더 리턴’(The Return)이었습니다. 실은 중고 옷을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우리는 기분 좋게 몇 벌의 옷을 구입했습니다.

우리 집 자녀들은 이런 부모를 부끄러워했습니다. 아이들은 브랜드의 새 제품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낮은 것을 향한 우리 부부의 자유를 이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하나님 아들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초라한 출생 기록이 담긴 말씀이 오늘 본문입니다. 가족과 묵을 여관을 잡을 수 없었던 예수님의 육신적 부모는 출산하는 날 밤에 가축우리에서 낳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혀 놓았습니다. 아기의 출생은 당시 사회에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한 목동들에게 제일 먼저 알려졌습니다.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눅 2:10~12)

표적에는 ‘창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요한복음에도 이 단어가 많이 사용됐는데 이 표적에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보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높은 곳에서 ‘낮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낮은 곳을 향해 자유를 행사하신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성경은 하나님 아들이 초라하게 출산한 것을 자세히 묘사하며 낮은 곳을 향한 그분의 자유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낮은 곳을 향해 불편함과 거리낌을 갖고 있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모두 치열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철학자 한병철은 이 현상을 ‘피로사회’로 규정합니다. 낮은 곳을 향한 자유가 없으니 사람들은 자신의 학벌을 부풀리는가 하면 삶 가운데 자신을 과잉 확장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공동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처럼 낮은 곳을 향한 자유가 흐려지면 서슴없이 과잉확장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성공적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필립 얀시의 책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창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생활고가 극심했던 나머지 자신의 어린 딸까지 동원해 돈을 법니다. 그와 상담한 목사는 교회에 나올 것을 권면합니다. 그러자 여인은 “안 그래도 비참해 죽겠는데 교인들 때문에 더 비참해 질 겁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교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원하는 교회는 어떤 모습과 상태인가요. 우리 교회는 어떤 방향을 지향하나요. 우리의 구원자는 낮은 곳을 향하시는데 그 안에서 살기 원하는 우리는 낮은 곳을 향한 자유를 거절하고 살아갑니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성탄이 가까이 옵니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낮고 낮은 곳을 향해 자신의 자유를 사용하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성탄을 기다리면 어떨까요. 일본의 유명한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1861~1930)의 고백이 우리에게 도전을 줍니다.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의 가난함도 슬프지 않고, 남의 부유함도 부럽지 않고, 오직 감사한 마음이 넘칠 따름이라.” 낮은 곳을 향하신 예수님, 우리에게도 그 자유를 허락하소서.

황재우 목사(평택 십자수공동체교회)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십자수공동체교회는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 소속으로 삶의 예배를 실천하는 예배 공동체, 이웃 지역을 사랑하는 사귐의 공동체, 지속가능한 자립선교를 실천하는 선교의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황재우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캐나다 토론토 우리장로교회, 싱가폴한인교회 등에서 시무했으며 현재 십자수공동체교회에서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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