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제원 불출마’ 정도로 국민이 여권 쇄신 체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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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에 응답 물꼬 텄지만 총선 ‘정부 견제’가 51%
정실 인사, 예스맨 비서실 혁신 등 국정 기조 바꿔야
국민의힘 내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어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혁신위가 지도부·중진·친윤 의원 등에 대해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그간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장 의원이 물꼬를 튼 데 이어 김기현 대표도 조만간 거취 관련 입장을 발표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이 이 정도로 여권의 쇄신을 체감할지는 미지수다. 총선 4개월 전에 여권이 처한 상황이 처참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반면에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51%에 달했다. 대구·경북을 뺀 전 지역에서 ‘정부 견제론’이 앞섰다. 세대별로도 ‘정부 지원론’은 60대 이상에서만 우세했다. 문재인 민주당 정부이던 지난 대선 전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가 55%, “정권 재창출”이 36% 정도였던 것과 정반대가 됐다.
향후 여당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의원이 더 나오더라도 장 의원처럼 대부분 영남 지역구일 가능성이 있다. 어제 시작된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에선 국민의힘에서 ‘양남’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과 영남 등 여권 우세 지역에서만 출마 희망자가 북새통을 이뤘다. 반면에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북과 경기 등 이른바 ‘북경’ 지역에는 도전자를 찾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이래선 기존의 유리한 꽃길 자리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만 될 뿐 쇄신의 이미지를 주긴 힘들다.
여권은 자신들의 어두운 총선 전망의 주요 원인이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운영 지지율임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2%, 잘못하고 있다는 59%였다. 대구·경북에서만 긍정이 높을 뿐 부산·경남에서도 부정 응답이 55%에 달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 뚜렷한 변화가 있다고 민심이 느낄 때에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기회가 있었지만 여권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직속 상관이던 김홍일 후보자를 내정해 사적 인연 중시 및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내의 허위 보고 및 역량 부재 논란도 국정의 부정 평가 이유로 추가됐다. 부산 여론 무마 행사에까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들러리 세운 것도 실책이었다.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대통령실 참모진부터 일신하고, 정부 고위직 인사 기조 역시 바꿔야 한다. 특히 음주운전과 폭력 전과가 있는 인물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할 정도로 부실한 인사 시스템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야당이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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