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직도 멀어 보이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2023. 12. 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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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일은 항상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처럼 여러 신호가 뒤섞여 있는 상황도 흔치 않다. 지난해 급락한 뒤 올해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아파트 가격도 최근 상승세가 둔화했다. 국토교통부의 월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중 최근의 잠정지수는 시장의 변곡을 의심케 하는 음의 방향을 보여줬다.

사실 올해 들어 진행된 가격 반등 기간에도 장기간 위축된 거래량이 그리 많이 회복되지 못했다. 이 점은 목에 가시 같아서 완전한 시장 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최근 수년간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의 지속적인 감소는 향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 가격 및 전·월세 급등을 걱정해야 하는 고민스러운 시점이다. 혼란스러운 지금 확실한 것 하나는 과도한 규제라는 목에 가시를 시원하게 뽑아낸 정상적인 시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 여러 신호 뒤섞여 혼란스러워
문재인 정부의 공급 위축 실책
부동산 규제 과감하게 풀어야

시론

한 가지 되새겨야 할 사실은 박근혜 정부 집권 중반 무렵 수도권 거주단위 주택 착공 물량이 연간 41만호까지 급증한 사례의 긍정적 효과다. 공급이 급증하다 보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도 서울에서만 발생한 가격 독주를 제외하면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적인 주택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 강화 여파로 국제적인 초저금리로 인한 가격 급등기였는데도 수도권 착공 물량이 지속해서 감소해 지난해엔 19만호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가격급등이 만들어낸 주택공급 확대 압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규제 강화로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킨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지금 초미의 관심사가 된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 문제는 정부의 선택을 넘어 신규주택 공급의 유일한 대안인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했던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의 정책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서울 아파트의 공가율은 원활한 주거 이동을 담아낼 수 있는 정상적인 수준의 공가율(5~10%)에 못 미치는 3% 전후(경기는 5%대)에서 더 올라가지 않고 있다.

서울의 주택가격이 비싸서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서울을 떠나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가구 분화로 인한 가구 수 증가를 수용할 주택이 충분히 늘어나지 못해 사람들이 밀려나야 하는 경쟁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예컨대 전국 인구가 줄어든 2000년 이후 적극적인 도시정비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렸던 일본 도쿄의 23개 구·부는 오히려 인구가 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 침체가 다시 우려스러운 시점에서 충분한 주택공급 확대, 특히 가장 수급의 불균형이 누적된 서울 선호지역의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힘든 시점이다. 사실 그 방향성은 명확하다. 해당 지역 주택 건설사업의 수익성을 보장해주고, 정상적인 시장 투자 주체들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은 다주택자의 정상적인 투자 기능을 안정적인 형태로 수용하는 시장 정상화 방안을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장기적인 임대사업자로서 기능할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중과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선택은 어정쩡한 유예기간의 활용을 넘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시장 정상화의 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부담금도 완화책을 넘어 유예나 폐지를 고민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산출하기 위한 정상주택가격 상승률의 기준이 되는 주택가격 동향조사의 신뢰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 부과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주택가격과 전·월세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분양가 상한제와 전·월세 상한제 등 가격 규제에 우리가 어느새 마약처럼 떨쳐버리기 힘든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 늦기 전에 해독이 필요하다.

원희룡 장관 후임으로 박상우 전 LH공사 사장이 지명됐다. 박 장관 후보자는 오랜 ‘늘공’ 언저리의 기간을 마감하고 과감히 동남아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민간사업자 역할을 시도했다. 관료 출신으로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그런 진취적인 태도와 시장에 대한 이해력이 지금 국내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껄끄러운 목에 가시를 안전하게 뽑아 시원한 주택시장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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