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SML 본사 방문… 'ASML·삼성' 1조 규모 '반도체 R&D센터' 짓는다(상보)
"ASML 기술혁신, 전 세계 4차 산업혁명 동력"
ASML-삼성,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ASML과 삼성전자가 12일(현지시간)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양사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극자외선)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게 목표다. SK하이닉스 역시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체결했고 정부 차원에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아카데미 신설에 뜻을 모았다.
국빈 방문 이틀째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계 유일의 반도체 첨단 장비 제작 회사인 ASML을 찾았다.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차세대 EUV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ASML이 선도한 기술혁신이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ASML이 위치한 네덜란드 벨트호벤을 찾기 위해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이동에만 왕복 4시간을 소요했다. 이번 ASML 방문은 그간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첫 번째 현지 기업 방문이기도 하다. ASML은 인공지능,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과 오랜 기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빌렘 알렉산더 국왕은 ASML에 도착한 후, 양국 정상의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했다. ASML은 서명된 웨이퍼를 본사 클린룸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어 양국 정상은 ASML과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네덜란드,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 기관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네덜란드, 노광장비), ASM(네덜란드, 증착장비), Zeiss(독일, 광학시스템), IMEC(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대표들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 ASML이 선도한 기술혁신이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ASML, ASM 등 네덜란드의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에 생산, R&D, 인재 양성을 위한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온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간담회 이후에는 양국 정부와 기업 등은 3건의 반도체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국 정부(한국 산업통상자원부-네덜란드 외교부)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해 양국 대학원생에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는 협력 MOU를 맺었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는 양국에서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첫 번째 교육이 시작할 예정이다.
ASML은 삼성전자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MOU도 체결했다. 장비기업인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ASML 피터 베닝크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20% 줄고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양국 정상은 ASML의 클린룸을 함께 방문해 차세대 EUV 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했다. 대통령과 빌렘 알렉산더 국왕이 방문하는 클린룸은 지금까지 전체 모습이 공개된 적 없는 차세대 EUV 생산 현장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ASML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ASML이 하는 독보적인 사업 때문이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2㎚ 이하 공정에 쓰일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장비 공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최신 노광 장비를 원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보니 장비 확보가 곧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 됐다. ASML은 지난해 자사 행사를 통해 EUV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90대, 하이 NA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20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미국 인텔 등이 EUV에 이어 하이 NA를 공급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다수 기업은 공급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ASML 방문에서 체결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협력 MOU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벨트호벤=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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